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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HOOT May 25. 2023

제주도 한달살기 퇴실 준비, 맞이하듯  정리하다

제주 한 달 살기 D+29/ 서울이 가고 싶어 지다

제주도 마지막날이다.


-4시, 의류와 캔 버림, 스타벅스 리유저블 컵 반납

-7시, 플라스틱 재활용, 음식물 쓰레기 버림, 건전지 분리배출

-8시 반, 택배기사님 집하

-9시, 종량제 쓰레기 버리기.


하루 종일 캐리어의 짐을 샀다. 아침부터 냉장고 비우기가 시작되었다. 2+1으로 사놓았던 마지막 비요뜨와 커피를 먹는다. 슬금슬금 정리를 하러 빨래대에 가본다. 살짝 덜 마른 감이 있지만 일단 옷정리부터 한다. 여기서 옷을 꽤 버리고 갈까 한다. 아무래도 3벌의 옷을 가지고 와서 이틀에 한 번씩 빨래를 돌리고 멋모르고 건조기에 돌린 옷들도 있다 보니 목이 늘어난 옷과 그리고 천이 쪼그라든 옷들을 정리한다. 


그런데 막상 시원스럽게 물건을 버리지는 못하는 것 같다. 속옷도 버릴 요령으로 가져온 속옷을 가져왔다. 쓰레기통에 버리는 것인데도, 검은 봉지가 없으니 머쓱하다 수건도 버릴 것과 챙길 것을 구분하려고 하는데, 수건의 용도가 아니라 캐리어 안에 깨질 물건을 보호하기 위해서 몇몇 개를 남기고 버리었다 무엇보다 샐 수 있는 물건들을 이 수건을 감싸서 갈 것인데 바로 드럼세탁기 세제와 식용유다. 한달살이 용품으로 구매하였는데, 생각보다 많이 남은 제품이어서 버리고 가기에는 아깝다.


엄마는 과감하게 버리고 오라고 하는데, 막상 내 돈 주고 산 제품들은 하나하나 버리기가 아까운 마음이 든다. 그래서 이 물건들을 지퍼팩에 넣고 그것을 스카치테이프로 또 밀봉을 한다. 그리고, 수건으로 감싼 후 택배용으로 온 비닐은박지팩 같은 곳에 넣는다. 혹시나 새더라도 나의 캐리어는 안전하도록. 옷가지와 신발 그리고 우유거품기등 머신등을 챙기며 오전시간을 보낸 점심시간이 다가와 김치볶음밥을 했다.


어제 14000 원주고 사 먹은 김치볶음밥보다도 맛있었다.


내 김치볶음밥 레시피는 이렇다. 밥을 먼저 볶고, 따로 김치를 볶은 후, 함께 밥과 다시 볶는다. 그리고는 중간중간 김치 국물을 넣어주며 잘 볶아 준다. 그전에 저번에 해놓은 계란을 입힌 스팸을 데우고, 계란은 계란데로 프라이를 하여 둔다. 김한통을 까고, 먹을 것 같지는 않지만 남은 깻잎무침으로 한상을 차려  맛깔나게 먹는다.

이제는 본격 먹었으니, 냉장고 정리를 한다. 남은 계란 2개를 버리고, 참치캔을 비운다. 그리고 냉장고에 있던 생수통에 있던 물은 컵으로 옮겨 생수통도 싹 비워 발로 밟아 부피를 줄인다. 우유를 쏙 비우고 몇 번을 헹군다. 마지막으로 친구가 남기고 간 맥주를 까 싱크대를 한번 쏵 둘러준다.


이제 냉장고에는 딱 하나가 남았다. 잼이다. 내일 아침에 최종적으로 나갈 때, 얼음팩을  감싸서 캐리어에 넣으면 된다. 이것도 묘한 긴장감이 돈다. 설거지를 시작해 본다. 후, 이 공간을 최대한 깔끔하게 하고 갈 것이다. 나만의 의식이랄까? 행복한 시간을 보내게 해 준 이 공간에 대한 나의 애정인 것이다. 설거지가 끝난 후 나는 다시 새 수세미를 꺼내서 화구에서부터 싱크대까지 퐁퐁질을 한다. 부엌청소인 것이다. 이김에 세면대까지 청소를 한다. 광이 난다. 그래, 이런 모습으로 날 맞이 했던 공간. 내가 최대한 원점으로 돌려놔야지. 지금은 식사를 하고 이것저것을 하니 2시쯤이 되었다. 딱히 어딘가를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는다. 제주는 3시부터 쓰레기를 버릴 수 있다. 한 번에 많은 쓰레기를 버릴 수 없는 나는 몇 번에 걸쳐서 버려야 하기 때문에 3시가 되면 


스타벅스에 가서 리유저블 컵도 반납을 하고 돌아오는 길에  간 김에 천과  캔을 버릴 것이다. 스타벅스에서는 가장 좋아했던 음료 제주 말차 애플망고를 먹을 것이다. 아, 이 음료가 많이 그리워질 것 같다. 고작 1개월인데도 내 입맛에 맞는 몇몇 음식들이 생기었다. 그 중에 하나가 바로 제주도 제주 말차 애플망고이다. 그곳에 가서 소일거리를 조금 할 예정이다. 저번에 의뢰 보낸 작업물을 아직 검수하지 못했다. 생각해 보면 나는 지금 꽤 해야 하는 것들이 쌓이고 있기는 하다. 종합소득세 신고, 내 견적가 측정하기, 그리고 이 의뢰물  검수 등이다. 그리고 서울에 가면 다시 이 짐을 정리하고 이것들을 하겠지. 그전에 벌써 방을 밀어버리고 싶은 욕망이 든다. 방을 깔끔하게 만들고 싶다. 방을 다시 태어나게 하고 싶다. 의욕이 생긴다. 제주에 와서 나는 많은 의욕이 생긴 것 같다. 지난 나의 일기를 정리할 때는 쓸 때도 울고, 정리할 때도 울었는데, 오늘 온 작업물을 보고 피식 웃음이 난다.


그 내용은 '시간이 지날수록 내가 사장을 하는 게 세상을 더 이롭게 하는 것이겠다.' 라는 생각이 든다는 내용이었다. 그렇게 6시까지 스타벅스에 있던 나는 나오면서 배달을 한다. 더 이상 쓰레기가 많이 생기면 안 된다. 그래서 근처 음식집에서 먹을까 하다가 어제의 충격 김치볶음밥으로 안정적으로 맛집에서 다른 메뉴를 시킨다. 밥을 다 먹고 나서는 이제 모든 플라스틱을 버린다. 후, 제주도는 재활용을 요일별로 맞춰내야 하는데

오늘은 플라스틱배출 날이다. 이번에는 플라스틱과 건전지 그리고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러 간다. 


올라온 나는 아직 택배아저씨가 물건을 집하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인지하며 8시까지 기다려보자는 마음으로 다시 넥플릭스를 본다. 8시 알람음이 울려, 기사님께 전화를 해보니 30분 후에 도착하실 거라고 한다. 다행히 기사님은 그 시간에 방문을 해주셨고, 이제야 홀가분한 마음으로 남은 종량제 쓰레기를 버리고 씻는다. 오늘 하루를 비워두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래도 혼자서 뚜벅이로 와서 이 쓰레기 버리는 것도 일이다. 한 번에 버릴 수가 없으니 나눠서 버려야 한다. 마지막 날이라고 다 버려야 하니 옮길 수 있는 비닐은 마지막까지 가지고 있어야 하니 조금의 치밀함까지도 필요하다. 벌써 11:50분이다. 조금 더 정리해야 할 것들이 있지만 오늘은 이만하면 된 것 같다.


후. 언제나 그렇듯 끝은 또 바쁘다. 어제 마지막으로 제주이별 의식을 치르길 잘한 것 같다. 그리고 서울로 가고 싶은 이 마음은 제주를 방문했던 나의 목적. 마음의 건강회복이 충분히 되어서 인 것 같다. 고마워 제주. 덕분에 다시 서울에 가서 힘낼 수 있을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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