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상사라도 속마음은 숨겨야 좋을 수도
늘어지게 잔잠으로 두통이 오고 구토를 할 정도의 절제 없는 하루들이 늘어나고 있다. 빈 공간을 채우려고, 혹은 이상한 계산법으로 '하는 김에 텔레비전을 틀어놓으면서 하면 되지'라는 생각으로 결국에는 텔레비전을 본다. 지친 하루에 잠깐이라도 쉬자라고 하면서도 그 쉼을 조절하지 못해 하루를 보낸다. 이상이 높고, 크며 현실의 나는 이를 따라가지 못한다.
또한, 약한 의지력은 회사에서 맥없이 무너져 투덜거리는 하루가 늘어나고 있다. 정신적으로 회사에서 힘든 업무를 맡아 진행하며 어쩌면 그 여파가 집에까지 온 것일까 싶다. 약간의 완벽주의적 성향이 있는 나는 하루를 꽉 채운 날에는 기쁨을 느끼고, 약간의 흐트럼이 있는 날에는 이미 망한 날이 된 것 같은 기분에 잠에 들 때도 있다.
전 상사를 해고에 이르게 된 업무의 담당자가 되면서, 2-3주 동안 하루에 2-3번 정도 화가 나는 순간들이 있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상사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좋지 못한 모습을 보인 것 같다. 회사는 바뀌어도 반복되는 회사 생활 패턴 같다. 내 모습을 많이 드러내지 말자 하면서도 성향이 그렇지 못하여, 드러내곤 후회하는 패턴말이다. 그러나 이 모습 또한 차분히 살펴보면, 마음이 여리고 작은 내가 한 사안을 더 크게 받아들이고 더 엄격한 기준으로 판단하여 생각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일기장은 반성문 같은 모습을 벗어나지 못한다.
상사와 같이 밥을 먹다 보면, 회사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게 되는데 이게 좋다가도 별로 인 것 같고, 참 모르겠다. 원래 밥을 먹으면서 업무적인 이야기를 하지 말자가 내 주의인데, 스스로가 그 주의를 깨고 있는 것 같아 약간의 실망스러워진다. 참, 사람이 그렇다. 말을 하기 전과 후는 같아질 수 없다. 말을 한 이후에는 그 사람이 이 말을 듣고 어떤 행동을 하는지 머릿속으로 자꾸 그려지게 되기 때문에 같아질 수 없다. 그런 모든 일렬의 의식 흐름이 결국은 회사생활을 하는 데 피곤함을 조금씩 더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말을 아끼어야 한다. 그러고 회사에서는 진실로 원하는 목표는 말하면 안 된다고 한다. 목표를 말하는 순간 나의 목표를 방해하려는 사람들이 늘어난다는 말. 같은 맥락일지는 모르나, 맡기 싫은 업무를 맡기 싫다고 말하는 것도 상대방에 따라 가려야 한다. 어떤 이들은 싫어하는 것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묘한 승리감을 느끼는 것 같다. 그러면에서 나는 또 한 번 진 것 같은 기분이다. 이기고 지고 이분법적인 사고를 벗어나야 하지만, 10권짜리 도서를 담당하고 힘들어하는데, 5권짜리 담당자가 웃으면서 다가오는 모습이 그저 또 다른 역경일 뿐이다.
결혼을 했으나, 내 생활의 많은 부분은 회사생활인지라 회사 이야기를 하게 되는 것이 마냥 씁쓸하기도 하다. 현재 다니는 회사를 다니면서 어려울 때마다, 이 회사로부터 얻을 수 있는 좋은 것들을 생각한다. 그리고, 목표에 이르고 나서야 그 목표로 인해 퇴사하게 되었음을 말했던 나의 첫 후임이 떠오른다. 배신한 적이 없지만 배신감을 들게 했던 그 후임. 그 강력한 마음의 울림과 에너지를 나는 기억한다.
그런데, 회사에서 지금 내 모습은 나의 목표에 대해 스치듯이 아무렇지 않게 말을 할 때가 있다. 일은 계속하고 싶다. 프리랜서로 자립을 이루고 싶다는 맥락에서의 이야기를 늘 한다. 이미 드러나버린 꿈이지만, 이제와 애 서 숨겨야 하는 것인지 고민이 된다. 아마, 이 또한 어쩌면 지금의 상사가 좋은 사람이기에 고민을 하는 것일 것이다.
되돌아 생각해 보면,
내 마음과 생각을 조금 더 숨기는 것이 이 회사를
오래 다니는 데 좋을 것 같다.
일단은 다녀야 한다.
그리고 지금 나에게 들어온 일이 정말로 싫다면,
이직을 고민하자.
또 한 해가 다 지나간다. 다음 한 해를 기획해 보는 시간을 가져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