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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혼부부의 데이트, 얼마 만인가!

신혼부부 집콕족의 일탈

by SHOOT

꽤나 안정적인 한 주를 보냈다. 역시 외주가 없어야 하는 것인가. 남편이 오고 꽤나 반복적인 시간을 보내고 있다. 7시 반에 도착한 집에 8시 반까지 요리를 하고 9시까지 한숨을 돌린 다음 1시간 정도 가정을 살피거나 취미활동을 한 뒤 씻고 잠을 자는 습관이다. 최대한 12시 전으로 자려는 습관은 꽤나 건강한 하루하루를 보내게 해주고 있다. 그리고 맞이하는 주말.


남편과 결혼을 하고 나름 '데이트'라는 타이틀에 어울리는 시간을 보냈다. 벚꽃이 만개하고 있다. 작년에도 이맘때즘에는 보러 갔었나? 생각을 해보니 딱히 기억에 남지 않는 것이 아마 결혼준비로 바쁜 하루하루를 보냈거나, 혹은 남편이 출장을 가고 없지 않았을까 싶다.


그래서일까. 유난히 이번에는 벚꽃이 보고 싶었다. 신혼부부라고는 하지만 생존하기 급급한 우리들은 아니, 나는 데이트다운 데이트를 해본 기억이 흐릿하다. 살림살이를 하루하루 해나가면서 과거 '신부수업'을 받는 다라는 표현이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의 내가 신부수업 없이 실전에서 부딪히며 보내고 있다.


어제만 해도 참외를 씻는 법을 찾았다. 나름 다이어리 한쪽에는 이제 '오늘의 가정생활'이라는 코너 타이틀을 자리 잡아 기록을 하고 있다. 왜 이리 자주 까먹는 것인지, 반복적으로 살림을 하는 것이 아니라 더욱 내 안에 습관처럼 혹은 머릿속에 자리를 잡는 데까지는 꽤나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다. 과거 실습일지를 썼던 것 마냥 다이어리에 짤막하게 기록을 한다. 현실은 이렇게 가정생활 지식을 실시간으로 습득하기에 바빠 정신적인, 체력적인 여유가 되지 않았다. 그래서 장보기나 쇼핑을 하면서 한 것이 그나마의 외출인 것 같기도 하다. 남편은 나와 달리 이렇게 집에서 시간을 보내고 함께하는 것도 데이 트지 않냐고 한다. 거참..


부부간에도 애정에 긴장감?이라고 하기에는 뭣하지만 관계에 리프레쉬를 줄만한 어떤 이벤트가 있는 것은 좋다. 간헐적인 이벤트는 식상하지만 우리 남편은 꽤나 이벤트에 있어 약하다. 사람들이 말하는 청혼프러포즈도 제대로 받지 못했으니 말이다. 본인의 주장은 다르지만 말이다.


그래서 더욱 설레는 마음으로 추천받은 행선지인 수원행궁은 그냥 궁과 산이 있었고, 우리가 생각하는 꽃길과는 거리가 멀었다. 후회와 함께 궂은 날씨는 오늘 오후에 비가 온다고 까지 한다. 나온 걸음을 돌려 집으로 돌아가기에는 아쉽다. 아쉬운 행선지에 대해 투덜거리기도 전에 남편은 벚꽃명소를 빠르게 검색하여 다음 행선지를 추천했다. 물론 그 사이에 택시로 갈까 했던 것을 버스로 바꾼 나의 선택도 제대로 된 역할을 하였다. 40분 정도 걸린다는 앱의 안내와는 달리 생각보다 빠르게 도착한 우리는 이제야 벚꽃을 본다고 좋아했다. 그렇게 조금 걸었을 때, 하늘에서 비까 살짝씩 떨어진다.


겨우 도착한 명소에 5분이나 채 걸었을 까 욕심을 부려 걸어가다가 아닌 것 같아 역주행으로 돌아간다. 대책이 없는 부부다. 우산도 행선지도 없이 와서 고생이다. 점심시간이기도 하거니 우리는 식사를 하며 식사가 마치면 비가 그치기를 바라며 먹는다. 오늘의 외식은 해물칼국수다. 외식은 역시 집에서 해 먹지 못하는 음식을 먹는 것이 제격이다. 해물을 좋아하는 나는 아니지만, 집에서 할 자신이 없기에 근래에도 '미나리 꼬막비빔밥'을 꽤나 비싼 돈을 주고 먹었다. 오늘도 그렇다. 조개..! 과연 내가 언제쯤 조개라는 재료로 요리를 하는 날이 있을까? 생각을 하면 까마득하다. 사실 아직 생육을 먼저본 적도 없다. 세상이 좋아진 것일 수도 있다. 그나마 가장 생물스러운 것을 다듬는 것은 야채와 채소일 것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다듬는 시간이 걸려서 차츰차츰 다듬어진, 씻어진 제품을 찾아 나서기 시작했다. 남편은 2명이서 먹기에는 양이 많아 포기한 순대와 해물파전에 약간의 미련이 있을 법도 한데 해물 칼국수를 맛깔스럽게 먹고 자를 떴다. 비는 다행히 약간 맞을 수 있을 정도로 그쳤지만, 또다시 고민에 빠지게 되었다. 5분 본 벚꽃을 뒤로 한채 집으로 되돌아가느냐, 커피집에서 시간을 벌어 있다가 볼까, 아니면 우산을 사서 보러 갈까.


결국 우리는 우산을 사서 보러 갔다. 택시를 안 타기를 잘했다. 쓰면 아까운 품목 중에 하나는 택시비와 비 오는 날 없어서 산 우산이지 않을까. 이 두 개를 다 했다면 벚꽃을 다 봤어도 돈 씀씀이가 적은 나는 꽤나 배가 아파서 남편을 괴롭혔을 수도 있다. 그렇게 아쉬운 대로 우산을 쓰고 한 바퀴를 돌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성균관대 역에서 교통수단을 바꾸어 가야 한다. 마침 성균관대역은 우리의 다음 이사 행선지로 고민하는 곳이다.


내려서 근처를 둘러본다. 지청이 있어서일까 심하다 싶을 정도로 노무업을 하는 곳이 많고, 부동산에 들어가서 시세를 물어보려고 하니 3군데 모두 닫혀져 있다. 토요일인데도 불구하고 부동산이 문을 닫은 것으로 보아 인기가 없는 곳인가 보다 하고 관심 있게 본 아파트 연식을 보니 30년이다. 인기가 없을 법도 할만하다. 그렇게 돌아오는 집. 간만의 데이트 다운 데이트에 사진 한 장을 남기지 못한 것이 아쉽지만 그래도 올해는 남편과 벚꽃을 보았다. 그리고 거세게 부는 비와 바람이 한주만 미뤄도 아예 벚꽃을 보지 못하지 않았을까 생각하니 아쉬움이 많이 남는 선택들이었지만 아주 잘 간 타이밍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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