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내게 과일을 깎아주던 엄마의 모습을 보고는
언젠가 정 깃든 뒷모습만이 기억에 남아
떠오르지 않는 앞모습을 그리고 있을 내가 떠올랐다.
너무 자주 있던 일들이라 무심코 지나쳤을 여러 장면들에
그때는 왜 더 남기지 못했을까 되묻는 날이 있을것만 같다.
그러다 든 생각
'가장 흔하게 본 것이
가장 깊은 기억이 된다'
살면서 생각도 변하지만 신체도 변한다
하지만 그 변화가 흐름 속에서가 아닌 충격에 의한다면
당장에 마주하기 어려운 변화량에 납득하기 어려운 상황이 된다
더이상 예전의 형태로 돌아가지 못한다는 삶의 소박한 결절점.
어제도 그랬다.
손 쓸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자
그냥 수를 쓸 강구함마저 잊게 되는 순간
분명히 나는 주의했는데
그 주의함마저 상호간의 호흡이 필요하다는 걸 잠시 잊은 때에
무심히 사라져버린 피부조직 살점을 보고는 허망함을 느꼈던 것 같다. 그냥 그렇게 썰물에 휩쓸려간것 처럼..
그런 허전함에 누구에게라도 위로받고싶었지만.
위로받을 누군가가 떠오르지 않았다
막상 아무에게도 연락을 못하겠더라.
이제 그 흔했던 나의 일부분을 편안히 바라볼 수 없음에,
매일 고생했다고 다독였던 나 자신에게 또 하나의 상처를 남겼음에,
어제와는 다른 내일을 새로 마주해야한다는 낯섦이,
뜨거운 날씨가 무색하게 마음이 얼면서도 타들어갔다.
너무 흔하게 봐서 소중한 줄 몰랐던 나의 또 한 면들, 나의 색상.
그냥 거기 그렇게 존재하고 있었을 때
나의 소유라고 잃을 줄 몰랐던 여러 모습들.
다시 한번 느꼈다.
흔히 보는 장면이라고 해서
소중하지 않은 장면은 없다는 걸.
이 글을 만지는 나의 손가락도,
곁을 같이하는 가족도
내 눈길을 끌지 못했던 나를 구성하는 모든 것 마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