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모임을 간 적이 있다. 내가 잘 찍어서 선물처럼
그 주인공에게 사진을 전했을때 보다도
더욱, 사람들은 더 좋은 장비로, 더 공들여 찍어서
공들인 보정까지 완성해서 선물을 하고 있었다.
너무 공이 들어가 현실감이 덜 해 보일 정도로.
그에 비해 나는 아무런 보정 없이, 내가 보는 현실과 가장 근접한 색으로 채워서 보내주었지만
그 색상이 정말 선물로 다가갈 수 있었는지는 모르겠다.
비교우위에서 많이 뒤쳐저 보였기 때문이다.
그때까지만 해도 장비욕심이 크지는 않았다.
그러다 새로운 카메라가 사고 싶어졌다
사실은 원래 구매하려던 것을 대신해서 샀던걸 후회하고
원래 사려던 것을 대체해서 구매할건지
추가해서 두개를 사용할건지 고민하게 된 거다.
이유는 작동감도와 사이즈, 결과물의 아쉬움 때문이었다
여전히 다른 부품의 이유와 나의 실력을 탓하고
보정에 관해 무지한 이유로 비용을 묶고는 있지만
조만간 그 잠근 마음도 풀릴것 같다.
마음에 가득 차고 나서 빠져나가는 때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리거나
결국 참기를 포기하는게 잦았으니까.
카메라가 생기면서 나 자신은 등장하지 않는 자료들이 넘쳐나는데
굳이 나는 왜 좋은 장비를 들이려고 하는걸까
좋으면 좋을수록 나의 존재는 감춰진다는 걸 체감한다고나 할까.
남을 기록하는 데에는 이미 차고 넘치는 성능으로
기록하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
굳이 더 좋은 장비로 남을 기록하는 데 선방하고 싶은 이유가 있나
그 이유가 발현되는 순간은 촬영 결과물에서
예상하지 못한 노이즈와 선명하지 못하거나 색상의 왜곡이랄까
뭔가 계산과 다른 느낌을 마주하면서 그렇다. 특히 그것을 선물할 생각을 가졌을 때.
근데 나는 그런 어려운 환경에서 촬영하면서
깨끗한 결과물을 얻길 원하는 마음을 갖는건 욕심이 아닐까싶다.
굳이 해석하자면, 밝은곳에서는 만족하지만 어둠속에서의
표현력이 아쉽다는거고ㅡ 나는 어둠에 지지 않는 장비를 원한다는 뜻일텐데
내 상황에서 왜 타협을 못하고 어둠을 이기려고 하는걸까.
아마도 어둠을 이긴것 처럼 선명하고 더 밝게 드러나는 영상을 보면서
그런 것 같다. 내가 보는 세상이 밝기보다 더 어두울 것 같다는 기본 관점이 전제돼서 그런지
밝을 때 잘 찍힌다는 것 보다도 어둠을 극복한 경우에 내 동기가 더 커지나보다.
그래서 어둠을 더 잘 찍는 것을 찾는 그런 욕망이 생기는것 같기도 하다.
결국엔 장비병이라는 것도 비교심리에서 비롯된 것은 아닌가싶다
내가 그것이 필요하기 때문에 사려하기보다 이미 더 나은 결과물을 봤기 때문에 생기는 심리작용이라는 거다
또는 내 마음이 지금 많이 어두운데 그 마음을 담기에 내 장비가
나를 선명히 비춰주지 못할 것 같다는 아쉬움을
비용으로 쉽게 처리하고 싶은 상태인거다.
생각보다 더 붉게 채색된 사물의 색상은 나의 세상이 좀 더 따뜻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반영하는 과한 오렌지빛을 상징하고, 어둡지만 노이즈 가득한 부분들은 나의 현 상태에서는 그런 어려움을 다 감당할 수 없음을 말해주는 것 같다. 모든것을 다 채울 수 있는 장비도 있다지만, 어쩌면 장비병이라고 생각한 나의 상태도 내 마음의 허기짐을 파악하지 못하고 쉽게 대상화 한 건 아닐까도 싶다. 내 마음이 좀 더 자신감 있고 좀 차갑더라도 견딜 수 있는 상태였다면, 그렇게 붉게 채색되지도 굳이 어둠속에서 빛을 찾아내려고 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런 상황을 고려하면서 다시 나를 돌아봐야겠다. 정말 장비가 채워지면 내 마음이 해결될 것인지, 아니면 그냥 마음의 궁핍상태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