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일정을 마치고 샤워를 하면서
구비해놓은 여러 바디워시 가운데
가장 잘 쓰지 않던 향을 골랐다.
날이 정말 더웠던 터라
그동안 손 가지 않던 시원한 향기에 좀 끌렸던 것 같다.
깊푸른 향기에 대비되는 체온이 뜨겁게 느껴지는 것이
살아있는 나를 인지하게 하더라.
한 해 통틀어 거의 하지 않는 날이 없을 만큼
샤워는 나의 일상이다.
씻겨 나가는 거품처럼
그날의 고된 얼룩의 하루가 투명해지고
새로 사는 기운이 감돈다.
그러다 문득 '언젠가는 마지막 샤워가 있겠지?'
이 모든 연속을 끊는 그 마지막 씻는 날.
더이상 씻을 일도 없는 날.
그날까지 이 개운함을 반복할 수 있음은
작은 행복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