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Pato Aug 03. 2020

황현산 <사소한 부탁>

2019년 4월 4일 작성한 글입니다.

황현산 선생님의 글은 여러 층위에서 유쾌한 충격을 줬다. 

먼저 유려한 표현에 눈길이 갔지만, 후에 더 마음이 간 건 그의 생각이었다.


나는 그가 드물게 존경할만한 어른라고 느꼈다. 단지 황 선생님이 젊은 주장을 하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스스로 속한 계급에도 불구하고 타인의 입장을 상상해보려는 그의 부단한 노력이야말로 이런 감상의 근원이었다.


'한국에 존경할만한 어른이 없다'는 말을 중학교 즈음부터 들어온 것 같다. 

존경할만한, 어른다운 어른. 이는 어른답지 않은 어른의 속성으로부터 역산해 볼 수 있다. 


'어른답지 않다'는 말은 근래 그 의미가 바뀌어 왔다. 가령 '할담비' 지병수 어르신의 자유로운 행동과 대안적인 삶의 궤적은, 불과 수 년 전에만 해도 '어른스럽지 않다'는 소리를 들을법한 경우였을 것이다. 

하지만 요즘의 어른스러움은 행동거지나 결혼 여부와는 무관하다. 

본인의 삶을 가꿔 나가고, 타인-특히 젊은이-의 삶에 함부로 입 대지 않는 것이야 말로 요즘 권장되는 어른스러움이다.


한편 '어른다움'의 정의는 사람이 나이를 먹어가며 어떤 방향으로 성장해야 마땅한지에 대한 지표가 되어주기도 한다. 황현산, 지병수. 두 어른으로 미루어 보자면 자아를 넓게 가지는 법, 그리고 본인의 삶을 축복하는 법을 배워나가는 것이 곧 우리 삶의 지향점이라고 볼 수 있겠다.

작가의 이전글 영화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