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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미진 Oct 07. 2021

내일부터 회사에 나오지 마세요

한 달 벌어 겨우 먹고사는 ‘한 달 살이 인생’이 시작된 지 오래였다.

<이봐, 친구! 그거 알아? 핸드폰비를 내려면 돈이 있어야 한다는 >라는 제목으로 2021 12 10 출간 되었습니다.
  사람은 코인으로 대박나고,  사람은 주식하다 쪽박찼다. '나는 뭘해야 하지?' 방황하며 아무것도 못하는 격동의 2030세대들에게 제대로  소비 습관을 길러주고,  트랜드에 맞는 투자방법을 제시해 주는 실제사례들로 제작되었습니다.

       

“내일부터 회사 나오지 마세요.”

J는 갑작스런 해고 통지를 받았다. 그 끔찍한 말을 또 듣게 되다니.    

J는 6년 전, 직업체험프로그램을 주관하는 교육원에서 일정 관리와 기획 업무를 담당하는 사무원이었다. ‘세월호’ 사건으로 교육부는 초·중·고 수학여행 및 현장 체험 학습을 금지시켰다. 교육원에 예약되어 있던 프로그램들의 취소 전화가 매일 울렸다. 벨소리가 울릴 때마다 회사가 금방이라도 문을 닫을 것만 같아서 불안했다. 예상했던 위기는 J를 피해가지 않았다. 세월호 사건은 그녀의 잘못이 아니었지만 교육원은 결국 폐업 신고를 했다. J의 소득이 끊겼다. 지방 전문대 유아교육과를 간신히 졸업하고, 2년 다닌 직장이 경력의 전부였다. 어떻게 먹고 살아야 할지 막막해서 눈물만 나왔다.


 독립해서 살고 있다면 고정 수입은 반드시 지켜내야만 하는 생존 과제다. 2020년 은행 금리는 1퍼센트가 채 되지 않는다. 은행에 현금 1억이 있어도 이자는 연간 100만 원 정도로 한 달에 10만 원도 안 된다. 교육원에서 받았던 J의 월급은 200만 원이었다. 즉, 은행에 20억을 넣어 놓았던 것과 같은 금액이다. 그녀는 20억을 지키지 못했다. J에게 ‘회사 나오지 마’라는 건 ‘생존을 포기’하라는 뜻이다. 그리고 위기는 반복된다.  

2020년, 코로나가 심각해지자 서울시 교육청은 학생과 사회의 안전과 건강을 위해 학원 및 교습소를 대상으로 휴원을 강력 권고했다. 겨우 교육 관련 일을 다시 시작할 수 있었던 J는 이번에 두 번째 해고 통지를 받았다. 6년 전 악몽이 떠올랐다. 고정 수입이 통째로 날아가는 위기가 다시 찾아왔다.

    

 눈물을 참으며 짐을 정리하던 J에게 카카오톡 알람이 울렸다. PC방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공무원 준비를 하는 동생이 50만 원을 빌려달라는 내용이었다. 동생이 일하던 PC방도 코로나로 폐업을 한 것이다. J는 세상이 원망스러웠다. ‘세월호’도 ‘코로나’도 J의 잘못이 아니었다. 갑작스러운 사고와 질병이니 누구를 탓할 수도 없었다. 단지 혼돈과 불황의 시대에 태어나 운이 없었다고 스스로를 위로할 뿐이었다.  


 J는 고등학교 때부터 아르바이트를 쉬어본 적이 없었다. 농사짓는 부모님께 부담을 드리고 싶지 않아 스스로 용돈을 벌었고 동생의 용돈도 책임졌다. 마음 편히 공부하는 친구들을 부러워한 적도 많았다. 취업만 하면 ‘20대에는 급여의 50%를 저축하라’는 전문가들의 말처럼 자신도 그렇게 하리라 다짐했고 남들처럼 돈이 모이는 삶을 살아갈 줄 알았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비상자금은커녕 급여조차 지키지 못하는 날들이 이어졌다. 재테크 책에서 말하던 비상자금 만들기가 J에겐 사치였다.


 한 달 벌어 겨우 먹고사는 ‘한 달 살이 인생’이 시작된 지 오래였다. 그나마 이제는 한 달이 아니라 하루 먹고살기도 막막했다. 급여는 J가 살아갈 생존자금이었다. 위기는 늘 반복적으로 그리고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했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J는 앞으로는 ‘내일부터 회사 나오지 마세요.’라는 사망 통보를 듣고 싶지 않았다.

 회사에 다니지 않고도 잘 먹고 잘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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