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잃었을 때, 진격의 거인을 보며..

by 라우지


타겟 독자 : '현재 진격의 거인을 보고 있는 사람들'
주제 : 개인이 사회/정치적, 자신의 삶에서 길을 잃을 때마다, 자신에게 authentic하게 느끼고 생각할 거리 만들는 것


진격의 거인'은 단순한 소년 만화의 차원을 넘어, "선과 악의 기준, 증오의 연세와 같은 문명 사회를 꿰뚫는 주제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이는 제가 '청춘의 독서'에서 다양한 고전을 통해 탐구하고자 했던 인간 본성과 사회 문제에 대한 심층적인 고민과 맞닿아 있습니다. 특히 '진격의 거인'은 어떤 '배경'이나 '영역'을 기준으로 보느냐에 따라 '정의'의 의미가 계속해서 달라지는 현실 세계의 복잡성을 탁월하게 보여줍니다. 이는 마치 제가 과거의 선택이 옳았는지 되짚어보며 "지도에 처음부터 오류가 있었던 것은 아닐까? 혹시 내가 지도를 잘못 읽은 것일까?"라고 의심했던 것처럼, 고정된 진리가 아닌 다양한 관점과 이해의 중요성을 일깨웁니다.



‘진격의 거인’ 시즌 4에서 에렌 예거의 눈빛이 변하던 순간을 기억하시나요. 한때 누구보다 뜨겁게 자유를 외쳤던 소년은 온데간데없고, 속내를 알 수 없는 차가운 눈빛의 남자가 서 있었습니다. 저는 그 변화가 너무나 당혹스러워, 한동안 이야기를 따라가기 벅찼습니다. 무엇이 그를 저렇게 만들었을까. 그리고 그를 지켜보는 내 마음은 왜 이토록 복잡하고 길을 잃은 기분일까.


그저 막막한 심정으로 며칠을 보내다, 서점에서 유시민 작가의 『청춘의 독서』를 발견했습니다. 책의 서문은 “길을 잃었다”는 고백으로 시작하고 있었습니다. 마치 ‘진격의 거인’이 제게 던진 거대한 질문 속에서 표류하던 저를 알아본 듯한 문장이었죠. 저는 이 책이 어쩌면 나침반이 되어줄지도 모른다는 기대로 첫 장을 넘겼습니다.


대의라는 이름의 광기, 엘빈 스미스와 『사기』


에렌의 변화를 이해하기에 앞서, 저는 늘 엘빈 스미스라는 인물 앞에서 걸음을 멈췄습니다. 그의 연설은 언제나 심장을 뛰게 만들었습니다. 인류의 생존과 자유를 위해 심장을 바치라는 외침은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이 있었죠. 하지만 동시에 등골이 서늘해졌습니다. 수백 명의 부하들을 ‘미끼’로 쓰며 망설임 없이 돌격을 외치는 그의 모습은, 영웅이라기엔 어딘가 위태로워 보였습니다. ‘대의를 위해 개인의 희생을 강요하는 리더를, 우리는 과연 영웅이라 부를 수 있을까?’


이 풀리지 않던 질문의 실마리를, 저는 『청춘의 독서』가 소개하는 사마천의 『사기』에서 찾았습니다. 『사기』는 흔히 생각하는 영웅들의 멋진 활약상이 아니라, 권력을 쟁취하고 유지하기 위한 냉혹한 현실과 인간의 욕망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역사서입니다. 책을 읽으며 저는 깨달았습니다. 엘빈은 판타지 속 영웅이 아니라, 『사기』에 등장하는 현실의 권력자들과 더 닮아있다는 것을요. 그는 인류의 생존이라는 거대한 목표를 위해, 개인의 감정이나 도덕률을 초월하는 ‘권력의 비정함’을 기꺼이 받아들인 인물이었습니다. 책은 엘빈을 선과 악의 잣대가 아닌, ‘권력과 역사의 흐름’이라는 더 넓은 틀에서 바라볼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자유라는 이름의 저주, 에렌 예거와 『죄와 벌』


엘빈의 길을 이해하고 나니, 비로소 시즌 4의 에렌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모든 진실을 알게 된 후, 그는 더 이상 동료들과 같은 꿈을 꾸지 않았습니다. 혼자서 모든 짐을 짊어지기로 결심한 듯, 자신만의 길을 걸어갔죠. 그 모습은 자유를 향한 투쟁이라기보다, 무언가 끔찍한 운명을 향해 스스로 걸어 들어가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한 사람이 세상을 구원하겠다는 신념은, 과연 어디까지 정당화될 수 있는가?’


이때 제 머리를 스친 것이 『청춘의 독서』에서 만난 도스토옙스키의 『죄와 벌』이었습니다. 비범한 인간은 대의를 위해 도덕을 넘어설 권리가 있다고 믿었던 주인공, 라스콜니코프의 고뇌. 시즌 4의 에렌은 마치 라스콜니코프의 질문을 현실에서 살고 있는 듯했습니다. 동족을 구원한다는 거대한 목적을 위해, 스스로 괴물이 될 권리가 자신에게 있는지 고뇌하는 모습. 그의 차가운 눈빛은 더 이상 분노가 아닌, 인류의 죄를 모두 짊어진 자의 형벌처럼 느껴졌습니다.



‘진격의 거인’은 엘빈과 에렌이라는 두 거대한 인물을 통해 제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졌습니다. 저는 그 질문의 무게에 짓눌려 길을 잃었습니다. 『청춘의 독서』는 명쾌한 답을 주진 않았습니다. 대신, 나의 이 고민이 수백, 수천 년 전부터 이어진 인류의 오래된 질문과 맞닿아 있음을 알려주었죠



어쩌면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정의와 선악의 기준 역시, 우리가 속한 시대와 사회라는 보이지 않는 벽 안에 있는지도 모릅니다. 길을 잃었다는 감각은, 바로 그 벽의 존재를 인식하는 첫걸음일 겁니다. 익숙한 경계를 넘어 세상을 더 넓게 보려는 용기, 그것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아닐까요. 이 글을 읽는 당신의 마음속에도 ‘진격의 거인’이 남긴 질문이 있다면, 그 질문을 소중히 품고 당신만의 답을 찾아 나서는 여정을 시작해 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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