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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햄톨 Sep 28. 2018

백년의 급진-중국의 현대를 성찰하다

백년의 급진-중국의 현대를 성찰하다(원톄쥔 저/김진공 역)

100년 만에 세계경제의 선두주자로 성장한 중국그 숨겨진 원동력을 밝혀내다 

새로운 지식인 원톄쥔 교수가 알려주는 맨 얼굴의 중국 


IMF에 따르면 중국은 2005년에 이미 미국, 일본, 독일에 이어 세계 4위의 경제규모(GDP) 대국이 되었고, 2008년에는 독일을 제치고 세계 3위를, 2010년 일본을 앞서며 마침내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 부상했다. 교역규모는 세계 2위지만 외환 보유고는 세계 1위로, 2006년 이후 계속 선두자리를 지키고 있다. 청 말의 아편전쟁으로 극도로 피폐해진 이 나라는 20세기 100년 만에 급진적 성장을 통해 아시아를 넘어 미국과 견줄 만한 경제력을 갖추게 되었다. 이처럼 오늘날 중국을 G2(미국, 중국)의 반열에 오르게 한 원동력은 무엇인가?     


1949년 신중국 건설 이후, 중국 중앙정부는 국가운영을 위한 자본을 필요로 했다. 따라서 지난 60년 간 중국은 공업화를 통한 자본 축적에 몰두해 왔다. 공업화는 반드시 기초 자본을 필요로 한다. 신중국 초기에는 빈곤한 국가재정 때문에 외자를 빌려 쓸 수밖에 없었고, 결국 국가채무가 급격하게 늘어났다. 재정적자는 대규모 실업을 유발했고 도시에서 일자리를 잃은 청년들은 농촌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도시의 산업자본이 만들어낸 위기는 이렇게 고스란히 농촌으로 전가되었다. 1960년대 대략 4000~5000만 명의 지식청년들이 국가를 위해 농촌으로 돌아가 노동력을 바쳤고, 이것이 바로 ‘제1차 상산하향(上山下鄕)’ 운동이다. 이 운동은 1974년 ‘제3차 상산하향’ 운동까지 이어졌다.     


중국 인구 13억 중 농촌인구는 8억 명 정도로 총인구의 60% 이상을 차지한다. 농촌을 떠나 도시지역에서 돈벌이에 종사하는 농민공(農民工)만도 2억여 명이나 된다. 즉 중국의 경제 흐름은 농촌, 농민, 농업의 삼농(三農)을 배재하고는 결코 이해할 수 없다. 현재까지도 여전히 농민은 중국에서 가장 인구수가 많은 집단이며 대다수의 농촌 인구가 소수의 도시 인구를 부양하는데 힘쓰고 있다. 인구 피라미드의 맨 아래에서 자급자족하는 농민들은 외부성(externality)을 내부화(internalization)하여 처리하는 특수한 메커니즘을 통해 도시 경제가 전가한 위기를 극복한다. 중국은 도시 산업화의 위기(실업과 빈곤)를 농촌으로 분산시킬 수 있는 사회 구조를 갖고 있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상산하향’ 운동은 그 실례이다.     


개혁개방 이후 중국은 중공업에 편중된 산업구조를 바꾸기 위해 서구의 생산설비를 대량으로 들여왔다. 이 조치는 결과적으로 1980년대 ‘황금의 경제성장’ 시기를 불러왔지만, 도농 간, 지역 간, 계층 간 격차라는 심각한 문제를 촉발시켰다. 농민들은 경제의 고속성장 속에서도 그 과실을 향유하지 못하고 소외되었다. 농촌에서 출발한 개혁개방은 오히려 농촌을 도시에 비해 더 낙후시켰고, 농민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확산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거대한 규모의 농촌 발전과 개혁 없이는 국가발전 자체를 생각할 수 없는 중국에서 외려 농촌 소외가 심각한 사회 문제로 야기된 것이다.     


저자 원톄쥔 교수는 현재 중국 인민대학 교수이자 ‘농업 및 농촌발전대학’ 학장으로, 현장 정책 연구에 20년 이상 종사했다. 저자는 실제 농촌에서의 경험과 연구를 통해 중국에서 ‘삼농’의 중요성을 밝혀냈고, ‘삼농정책’으로 대표되는 농촌개혁을 국가의 전면적인 최우선 목표로 설정했다. 이 공로로 말미암아 2003년 CCTV가 선정하는 경제부문 올해의 인물이 되었다. 저자는 농민소득 증대, 농업 현대화, 농민생활수준 개선 등의 농촌 우대정책을 제시하며 새로운 지식인 반열에 오르고 있다. 2013년 중국의 첫 번째 정책문건인 중앙 1호 문건에도 ‘삼농’이 주요 내용으로 들어가 있다.     



백년의 급진은 끝났다중국의 미래는 어디로 향하고 있는가   


근대 이후, 대다수의 동아시아 국가들은 독자적인 발전모델을 설정하기보다는 서구식 현대화를 모방하는 데 급급했다. 각국의 지식인들조차도 서구의 자본주의적 현대화에 의문을 갖기보다는 이를 ‘신앙에 가까운 보편적 가치’로 여겼다. 그러나 동아시아와 서구 국가들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다. 기본적으로 서구의 자본주의적 현대화는 식민지 확장을 통해 이루어졌다. 그들은 식민지의 자원과 상품을 통해 자본을 축적하는 한편 본국에 있는 빈곤층과 범죄자들을 식민지로 내보냈다. 그런데 서구처럼 약탈할 식민지를 갖지 못한 중국 및 기타 동아시아 국가들에게 서구식 현대화의 무비판적 수용이 합당한가?     


저자에 따르면 지금까지의 중국은 자본 결핍에서 자본의 과잉 상태로 변화했고, 소농 경제가 산업화, 그리고 금융화의 단계를 거치며 쇠퇴하는 전형적인 서구의 자본주의 발전 단계를 따르고 있다. 결국 서구 경제체제가 거친 거대한 위협(2008년 월스트리트 금융 쓰나미, 2009년 글로벌 금융 위기)을 곧 마주칠 것이라는 예측이 가능해진다. 따라서 앞으로 서구 선진국의 발전방향으로 그대로 따를 것이 아니라, ‘중국 자신의 특징에 부합하는 지속 가능한 포용적 발전’을 추구해야만 중국의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중국의 지식인들이 현실에 맞는 새로운 개혁방안을 모색해야만 21세기 글로벌 경쟁에서 현명한 대처가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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