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8. 29. 11:46
밤을 새웠다.
거실에서 자고 있는 둘째 아이의 모습을 보니, 또 마음이 아프다.
이렇게까지 했어야 했나.. 후회가 된다.
둘째가 이제 6학년.
나도 큰아이도, 둘째의 통통한 팔뚝을 좋아한다. 그래서 쿡 찌르고 도망가곤 한다.
남편은 둘째의 씩씩함을 좋아해서 3살 때부터 씨름 태권도 농구 배드민턴 등등 아이와 할 수 있는 운동을 자꾸 권했다. 운동신경이 있는 아이라서, 어느 것을 시켜도 곧잘 따라 했지만, 워낙 움직이는 걸 안 좋아해서, 그리 오래 하진 않았다.
그렇게 애가 침대에 철퍼덕 누워있으면, 나는 아이 옆에 가서 또 쿡쿡 찌르고 장난을 쳤다.
아이와 장난을 주고받는 친근한 엄마인 양 웃으며 아이와 놀았지만, 사실을 누워있는 그 나태함을 깨고 싶어서, 어떻게든 한 번이라도 더 움직이게 만들고 싶어서였다.
아이는 엄마가 쿡쿡 찌르며 귀찮게 해도 싫은 내색하지 않고, 가끔은 따라 엄마를 쿡쿡 찌르며 장난을 받아줬지만...
점점 엄마 잠깐만.. 나 이것만 좀 보고.. 아이참! 찌르지 말라니까! 하고 날카로운 반응을 보이는 날도 늘어났다.
이 아이도 자신만의 시간을 찾는 시기리라.
내가 나만의 공간을 찾는 것은,
그간 잊고 있었던 나의 가치와 자기반성을 위해서라면,
아이가 자신의 공간을 찾는 것은,
이제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 가려는 제일 첫 발걸음이라는 것을 안다.
아이는 제 방에서 컴퓨터로 그림도 그리고 엔트리로 관장한 프로그래밍도 하며, 자신의 세계를 만들고 있다.
안다.
아이에게도
혼자 뒹굴 거릴 곳이 필요하다는 것을.
이 새벽에
잠도 안 오고 해서, 아이의 공부방을 청소했다.
어질러진 장난감을 수납장에 넣고,
듬성듬성 빈구석이 많은 책장에, 아이가 자던 방에 있던 아이 책들을 옮겨 꽂았다.
공부방 책장에 침대방 물건들이 다 옮겨지고, 필요 없는 물건들을 치우고 나니, 빈백을 둘 공간이 생겼다.
침대는 아니지만, 등을 기대 누울 빈백이 생겼으니, 약간은 누그러지겠지.
청소하는 김에, 안방 베란다 '사무실'도 철수했다.
그리고 나니 벌써 새벽 6시 넘어 동이 텄다.
아침식사를 준비했다,
둘째 아이가 좋아하는 계란 프라이와 김치찌개를 끓였는데, 뒤늦게 퉁퉁 부은 눈으로 일어난 둘째 아이는, 아침식사 거부권을 비췄다.
그래.. 너도 엄마랑 마주치기 어색하겠지.
오늘은 아이 입장을 많이 이해할 수 있다.
어색해하는 아이를 끌어서 아침 가족 식탁 앞에 앉혔다.
퉁퉁 부은 눈 위에 차가운 숟가락을 얹어, 엄마의 시선도 가리고 있었다.
엄마가 어제 모진 말을 해서 속상했지? 너도 낮 동안에 누워서 빈둥거릴 자리가 필요하다는 거 알아. 그래서 네 방에 빈백 소파 가져다 놨어. 밤에 잘 때는, 네 방에서 혼자 자도, 엄마방에서 예전처럼 자도 돼.
엄마도 예전처럼 거실에서 잘 수도 있어. 하지만, 이제 거긴 엄마방이고, 엄마가 그 방에서 자겠다고 하면, 그 방에서 자는 거야. 엊저녁에 너에게 이기적이라고, 왜 그렇게 재수 없냐고 말했던 거 미안해. 엄마도 너무 속이 상했어. 그렇게 말해놓고 엄마도 후회했어. 엄마도 너만의 공간이 필요하고 네가 존중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니까, 같이 방법을 생각해 보자. 일단 이거 한번 먹어보렴.
둘째 아이는 김치찌개와 계란 프라이는 시큰둥했지만, 꽁꽁 아껴뒀던 팻 위치 브라우니에는 마음을 열었다.
얼음장같이 차갑던 아이의 마음이 녹았나 보다. 둘째 아이가 말없이 울고 있다.
둘째 아이는 늘 미안하다. 죄송하다는 말 대신에, 폭풍 같은 전쟁이 다 끝난 뒤에 내리는 새시 작의 이슬비 같은, 진심을 담은 눈물로 감정을 이야기했다.
아이가 이렇게 울 땐,
나도 엄마를 이해했어요..라는 의미라는 정도로 알뿐, 아직도 그 눈물이 아이의 어떤 감정인지는 정확히 모른다.
엄마를 이해해 줘서 고마워.
앞으로도 엄마는 너에게 많이 양보하고 사랑할 거야. 그건 의심하지 말고.
아이의 눈물 같은 비가 부슬 부슬 내리고 있다. 아이는 엄마가 쥐여준 우산을 들고 학교에 갔다.
내 사무실이 변했다.
이제 내 방에.., 내 베란다에 책상을 뒀다.
글을 쓰기 시작한 이후로 찾아보기 시작한 나의 책들을, 진짜 책장에 정리했다.
전쟁 같은 어제가 지나고
나의 하루는 또 다른 파도를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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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켓몬 가보리입니다.'라는 의미의 가보리다에서 어디든 가 보는 사람이 된 블로거 가보리다의 일기: '재미없음'에 알러지 반응이 있는 흔치않은 50대 아줌마 대문자P의 일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