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든 엄마와 늙어가는 딸의 대화

2022. 9. 5. 21:44

by 가보리다

1.


따르릉.. 스마트폰이 반짝이다가 친정 엄마 얼굴과 번호를 내보였다.


어! 엄마.. 무슨 일 있어?


아니.. 얘야.. 이게 신세계 포인트가 내일모레면 만료돼서 없어진다고 문자가 왔어. 삼성카드 앱을 깔고 뭘 연장하라는데,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몰라서, 여기에 전화 걸었거든? 거기서 생년월일 물어보더니 만료 전에 포인트 넣어주겠다는데, 아직도 아무것도 안 들어왔네. 니가 좀 전화해서 '딸인데, 그 포인트 언제 들어오냐'라고 좀 물어봐 줘라.


응? 신세계 포인트? 그런데 어디다 전화했는데?


(신세계 고객센터에 전화했어? 삼성카드 고객센터에 한 거야?)​


응. 1588에 8700


(1차 빠직.. 아니 번호를 말한다고 내가 알아?)


그러니까 그게 신세계 고객센터였어, 삼성카드 고객센터였어?


몰라! 문자 온 번호로 걸었는데? 어디 여기 문자 보자.. 삼성카드 앱을 설치해서 직접 연장할 수 있다고 쓰여있는데, 이거 설치하려고 하니까 뭐라고 하는지 하나도 모르겠어!


(아.. 삼성카드 앱을 설치하라는 것을 보니 삼성카드 고객센터이군.)


아.. 그럼 삼성카드 포인트인가 본데, 엄마, 내가 고객센터에 전화한다고 해도, 본인이 아니라서 엄마 포인트를 조회한다거나 이체 여부를 확인할 수 없어. 요즘엔 개인 정보 확인이 철저해서 본인이 아니면 아무리 딸이라도 해결해 줄 수가 없어.

대신에 삼성카드 앱을 깔면 확인할 수가 있다고 하니까, 내가 앱 까는 걸 도와줄게.​

엄마, 거기 앱스토어에 가서 삼성카드 앱을 찾아봐.


응? .......

(한동안 말씀이 없으심.. 긴 정적..)

.........

...........

...........

그런데

.......전화통화하면서 앱스토어에 들어가는 거 어떻게 하니?


(헉! 2차 빠직!

잠시간의 정적 동안 친정엄마는 휴대폰 통화 화면에서 빠져나가면 통화가 끊기는 건 아닐지 꽤나 불안하셨나 보다.)​


내가 알려줄게, 엄마​

일단 통화를 스피커 모드로 바꿔봐.

어?


(또 긴 정적..)

........

그건 어떻게 해야 해?

(3차 빠직.... 이때부터 목소리만으로 엄마에게 디지털 사용법을 알려주는 것은 긴 고난이 될 것이라는 걸 직감했다. 그래서 다른 기기, 노트북에 삼성카드 앱을 깔아 보는 쪽으로 전략을 수정하였다.)


아! 그거 어려우면, 엄마 Tv 옆에 노트북 있지? 거기 가서 삼성카드 앱을 찾아봐.


어? 그건 할 수 있지. 잠시만.


(친정어머니는 매일 규칙적인 일상을 하신다. 이른 아침에는 수영하고, 지인분들과 동네 몇 바퀴 돌고, 식사로는 토마토와 피망을 꼭 챙겨드시는 모범 할머니신데, 그 일과에 노트북으로 주식 현황 보고 인터넷 맞고를 하는 시간이 꼭 있다. 그 덕에 아이폰보다는 삼성 노트북이 좀 더 편하실 거라고 생각했다.)


잠시 후 친정엄마가 찾았어!라고 대답하셨다.


그럼 거기에 로그인이라고 있지? 아마, 삼성카드 앱을 지금까지 써 본 적이 없으니까, 일당 회원가입부터 해야 할 거야. 로그인 누르면 밑에 작게 신규 회원가입이라고 있을 거야.​


응! 그건 할 수 있어. 어디 보자... 로그인.. 비밀번호... 회원가입이 어디 있을까... 아 여기 있네...

아이디를 적으세요.. 이거 뭐라고 적어야 하니?


친정어머니는 아이디와 패스워드 인증번호를 받아 신규 아이디를 생성하는 과정을 힘겹게 따라 하셨다. 그 도중에 비밀번호 보안 정도가 위험이라고 뜬다며, 두 번을 더 고민하셨고, 새로 만든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적어두기 위에, 수첩을 찾으시느라 또 한참을 부스럭거리셨다.​


야! 드디어 가입했다. 그다음엔 어떻게 해?

삼성카드 앱에 가입했으면, 이제 엄마 정보를 넣어야 하니까, 이제 내 카드 등록하기를 찾아봐.


응? 야! 삼성카드가 사라졌어. 다시 네이버로 나왔어!


엥? 삼성카드가 사라졌다고? 무슨 말이야? 엄마 방금 전에 가입했다며.


응! 가입했는데! 가입 완료라고 뜨더니 삼성카드가 사라지고 네이버만 나와....


아이고....


왜? 무슨 일이야?


내가.. 삼성카드 앱에 가입한 게 아니라 네이버에 가입을 했나 보다....​


(헉!

헉 헉!

어쩐지... 금융 사이트 가입 신청이 그렇게 금방 끝날 일이 아니었는데, 내가 방심했었다. 생년월일도 넣고 카드번호도 넣고 비밀번호도 넣어야 했을 텐데....

여기서부터 친정엄마는 신세계포인트고 자시고 다 포기하고 그만두고 싶어 하셨다. 하지만, 내가 쓸데없이 도전의식이 발동 걸려서, 슬슬 짜증 내 하시는 친정엄마를 달래서 다시 한번 시도를 했다.)


엄마...

네이버 가입 잘 했어. 그거 가입하면 좋아. 아이디 비밀번호 잊지 말고.

네이버 검색창에 삼성카드라고 쳐봐.. 그럼 화면이 이렇게 나올 거야. 내가 보낸 문자 사진 봐봐.

거기 내가 작게 커서 올려놓은 거 보이지? 그거 눌러봐!


나는 직접 내 노트북 네이버 창에 삼성카드라고 검색하고 사진을 찍었다. 적어도 사진을 보시면 아까처럼 길이 다른 곳으로 새어나가지는 않으리라. 사진 덕분에 엄마는 이번에 제대로 삼성카드 앱에 접근하셨다.


그런데... 카드 등록으로 들어가자마자, '보안 프로그램을 설치해 주세요.'라는 1차 장벽이 나타났다.

그렇지... 노트북에 뭔가 설치할 때에는 항상 보안 프로그램의 난관이 있었지...

친정어머니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뭘 설치하러고 그런다. 이거 설치해야 하는 거니?


네. 그냥 설치하시면 돼요.


으... 응...


.....


......


그런데 여기 파란색 이거가 사라져다가 다시 자꾸 생겨.


그 파란색 버튼 누르시면 자동 설치되니까 그냥 누르셔요.


눌러도 안 없어지는데?​


아뿔싸...


엄마 노트북은 Window11이 아니지.. 윈도XP쯤 되려나? 구식 노트북이라고 보안 프로그램들도 한 번에 안 깔리고 버벅대고 있었다. 보안 프로그램들은 원터치로 휙휙 깔리는 대신, 파일을 저장하시겠습니까?라는 알람을 먼저 보내고, 저장된 보안 프로그램을 하나하나 찾아, 실행을 눌러줘야 했다.


그 힘든 작업을 딸의 닦달과 격려로 겨우겨우 해 내신 엄마는 이제 많이 지치셨다.


어떻게 하냐.. 그래도 그 파란 버튼이 안 없어진다.. 아이고...


그럴 땐 엄마, 거기 키보드에 F5라는 버튼이 있을 거야. 그거 누르면, 새로고침이 돼요.

F5? 그게 위쪽에 있는 거야?


개인사업자... 법인... 가맹점...


아.. 엄마는 F5 버튼이 무엇인지 모니터 화면에서 찾고 계셨다.


흑흑... 이쯤 되면 내가 불효녀이다. 엄마가 처음 부탁했을 때 당장 친정집으로 찾아갔어야 했다.


키보드에서 F5 버튼을 찾아 사진 찍어 보내드리고 나서야, 엄마는 새로고침을 하셨고, 겨우 보안 프로그램 설치를 완료할 수 있었다.


겨우겨우 카드 등록 창까지 접근했을 때,​​

띵동! 신세계포인트 25000점이 삼성 포인트로 전환되었습니다.

엄마에게 기다리던 문자가 왔다.


잔소리꾼 딸에게 전화하기 전에 걸었던, 1588에 8700번 안내원이 이제야 포인트를 넣어줬나 보다.​



2.


이제서야 카드 등록이라는 두 번째 관문을 '본격적으로' 넘어가려고 했는데,

엄마는 홀가분한 목소리로


아니다! 이제 됐다!

딸아 수고했다!


라고 짧게 인사하시고, 재빨리 전화를 끊으셨다. 집요한 늙은 딸이 더 붙잡을 틈이 없었다.



3.


구글 번역기로 어느 나라 댓글이든지 바로 번역이 가능한 시대에 살고 있지만,

같은 나라말을 하고,

같은 유전자를 지닌 엄마와 나는,

신세계포인트를 사수하는 간단한 목표조차 힘들게 힘들게 소통했다.


4차 산업혁명이 사람들을 더욱 편하게 하는 것이 맞을까?

사람들은 더욱 편리해지는 게 맞을까?

중요한 사실은..

원격수업은 효율적이지 못하다.

무엇이든지 대면수업..​​



#신세계포인트

#원격조종


월, 화, 수, 목, 금, 토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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