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요지경, 요지경 속이다.

세상은 넓고 또라이는 많다.

by 로라

세상은 요지경, 요지경 속이다.

잘난 사람 잘난 대로 살고

못난 사람 못난 대로 사~안다.

야이 야이 야들아~ 내 말 좀 들어라.

여기도 짜가, 저기도 짜가 짜가가 판친다~

인생 살면 칠팔십 년 화살같이 속히 간다.

정신 차려라~ 요지경에 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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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 신신애 님이 노래 부른 "세상은 요지경"이란 노래 가삿말이다. 그 당시에야 약간은 풍자스럽고 코미디스러운 노래가사와 가수는 어쩜 흥미위주였겠지만 상당히 인기를 끌었고

지금도 머릿속에서 약간 우스꽝스러운 표정과 옷차림으로 노래하던 모습이 남아있으니 꽤 고급스러운 풍자스킬이었나 싶다.



지금처럼 모든 것이 넘쳐나기 전

일 년에 두 번가는 "소풍"은 정말 몇 날 며칠 잠을 이룰 수 없는 대이벤트였다.

소풍을 가기 위해 엄마는 아침새벽부터 김밥을 싸시고

흰 스타킹과 멜빵 치마등 새 옷을 사기도 하고

무거운 가방을 메고 뒷산 같은 곳으로 소풍을 갔지만

나의 관심은 소풍온 아이들을 둘러싸고 유혹하던 만물상 같은 소품 파는 상인들에게 있었다.

더러 놀랍도록 리얼한 손도끼, 칼 등을 사서 선생님께 뺏기기도 했고

요요, 인형, 풍선, 솜사탕 등등 온갖 희귀 진기템들이 소풍온 아이들 뒷자리를 따라다녔으니까 말이다.


나에게 그중 으뜸은 긴 망원경같이 생긴 이른바 "요지경"이란 놀이기구였다.

한쪽 눈을 대고 이리저리 돌리고 안에 있는 것을 빼거나 흔들면 온갖 진기한 그림들이 눈앞에 펼쳐지는 세상이라니.

그런 장난감을 살 수 없었던 나는 요지경 속을 한번 보기 위해 친구의 가방을 기어코 자청해서 들어주기도 했다. 아주 잠깐 눈을 대고 접하는 세상은 상상의 나래였고 짧은 시간은 찰나처럼 빨리 지나갔다.



다운로드.jpg 요지경 속은 정말 놀라운 충격

놀라웠던 요지경 속은 알쏭달쏭 복잡하여 뭐가 뭔지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신기하고 희한한 것이 많은 묘한 세상일을 비유할 때 쓰이는 의미이다.

그런데 신신애 가수 님이 부른 "세상은 요지경" 가사를 볼짝시면

초등학교 때 나의 무한 상상을 불러오는 그 아련함은 쓰레기통으로 던져버려야 할 것 같다.

신기함, 오묘한 변화보다는 가사처럼 여기저기 가짜가 판치고 정신을 차리게 할 수 없는 묘한 세상이 더 함축적인 의미로 적당할 것 같기 때문이다.




정말 세상은 넓고 또라이는(아니 또라이라는 표현은 너무 순한맛이다. 사이코라고 해야나?) 많은 묘한 요지경 같은 세상이다.

정신을 차리려고 하니 더 많은 요지경이 펼쳐진다.

2002년이었나? 오싹한 전율과 함께 <공공의 적> 영화가 개봉되었다.

극악무도한 패륜아 펀드매니저 역을 맡은 이성재와 끈질긴 형사 설경구가 열연한 이 작품을 볼 때 나는 소름 돋는 그리고 너무도 두려운 영화를 숨죽이면서 아니, 숨을 쉴 수 없는 상황에서 보고는 혼자서 깊은 우울감에 빠진 적이 있다.

놀랍도록 서리 저린 이성재배우의 연기를 보고는 인간의 어떤 면을 저리 서리 내리도록 표현한 것일까? 오래도록 일상생활에 영향이 왔고 이제 이런 류의 영화를 보지 않기로 했다.

가장 힘들었던 장면은 자식이 자기를 죽이는 그 순간에도 아들의 혐의를 숨기기 위해 아들의 손톱인지 증거품을 목으로 삼긴 어머니의 시신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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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를 본 날의 충격은 이제 충격이 아니다.>


이 이후로 존속살인 같은 영화는 해운대 모래처럼 많이 나와서 이제는 더 잔인해질 뿐이지 그날의 서늘함은 없어졌다.



그런데 세상이 너무 변한 것인가?

내가 너무 오래 살은 것인가?

자식을 위해 목숨을 내어 놓을 수 있고

내리사랑은 있어도 치사랑은 없다고 하는데 어찌하여

아들을 총 쏘아 죽이는 부모가 나오는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이제 '공공의 적' 영화 이후 부모를 살해하거나 하는 영화의 토픽이 안 되는 것처럼 이것을 시작으로 부모도 아들을, 자식을 죽이는 현실적인 영화들이 마구 나올는지 모르겠다.

잠시 요지경 속에 빠진 것인지 한참 헷갈리는 나날들이다.

묘함, 화려한 변화, 문양 이런 것 필요 없다. 요지경이 필요 없는 그냥 편안한 일상을 살고 싶다.


이미지출처<네이버,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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