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도 불행도 그 속에서 생산된다.
사람이 인생을 미리 살아볼 수 없으므로 과거에 집착하면서도 미래를 예단할 수 없다는 것이
꼭 눈을 감고 빙판길 낭떠러지 더듬더듬 걸어 다니는 것처럼 불안한 일인 것 같습니다.
그래도 늘 일어나는 일에 대한 기쁨과 긍정으로 또 즐겁게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것이 인생길 아닌가 생각하면서......
한 때는 책 읽기에 몰입하던 시절이 있었는데 그 당시 읽었던 책들 중 귀한 글, 감사한 표현 등을 조금씩 스크랩도 해놓고 간간히 주요 단어라도 옮겨두긴 했지만, 게을러서인지 요즘은 정말 재밌게 감동 깊게 읽었던 책들을 다시 들추어보고 하는 일에 관심이 없어지네요.
나이가 든다는 것은 걱정이 많아지고 서럽고 하는 감정선만 얼키설키 늘어나는 것이지 감동은 서서히 반대급부로 메말라가는 것 같습니다. 요즘은 낡은 내 수첩을 들추어보면서 빛바랜 글 속에서 추억도 느끼고 그 시절 열정도 되돌아보면서 많은 시간을 소비하게 됩니다.
왜 그 시절에는 그런 책에 몰두했었는지 모르겠지만,
아마도 그 당시 허우적거리었던 가장 큰 이슈 아니었을까요?
그중 가장 기억에 남고 현실적으로 나의 삶에 중요한 이정표를 제시해 주겠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한 책이
1. 나는 죽을 때까지 재미있게 살고 싶다(이근후, 갤리온)과
2. 가족의 두 얼굴(최광현)이었습니다.
저의 개인 독서이력을 살펴보면, 나이가 어렸을 때 오히려 '나 이듬'과 '잘 늙어가는 방법'에 더 관심이 많았었고, 나이가 든 지금은 오히려 젊은이들의 연애와 사랑, 결혼에 관심이 많으니 아마도 좀 엉뚱하고 거꾸로 생각을 잘하는 사람인 것 같긴 해요.
낡은 수첩 속에 적힌 글 숲을 헤쳐 다니면서 살아온 길을 차근차근 되새겨보는 가을 아침입니다.
'나는 죽을 때까지 재미있게 살고 싶다'는 나이가 들면서 우리가 어떻게 늙어갈 것인가에 대하여
참 좋은 모델을 제시해 주는 책이어서 정말 신나게 읽고, 줄 긋고 다른 사람에게도 권하고
남편이 퇴근해 오면 듣든 말든 계속 옆에서 시불시불 해주었던 책입니다.
노년이 지나치게 길어지는 사회에서 우리는 어떻게 늙어갈 것인가에 대한 한 가지 제시방법으로 훌륭한 본보기라 생각되어서 친구들에게도 일독을 권하기도 했었거든요.
두 번째 책인 '가족의 두 얼굴'에 대한 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 주제를 잡았는데요.
이 책은 많은 분들이 이미 읽으셨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한세대학교 상담대학원 교수이자 트라우마 가족 치료 연구소장이신 최광현 교수님이 쓰신 책인데
저는 가정을 이루고 사는 사람이라면 한 번씩 필독을 했으면 좋겠다 생각했어요.
이 세상 가장 사랑하지만 상처도 주고받는 나와 가족의 이야기는 여러 부분에서 참 공감이 갑니다.
남자어르신들이 그들이 평소 전혀 배워보지 못한 다정다감함, 열린 마음을 가지도록 하기 위해서는 여자의 역할이 필수적이라고 조언을 하는데 세월이 지나 보니 그 말이 똑똑하고 현실적인 조언 같아요.
여러 가지 관점에서 남자들이 가정에 소프트 랜딩을 할 수 있도록 여자는 도울 의무가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의무라기보다는 그러는 것이 현명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한때는 왜 여자가 남자의 그런 것까지 도와야 하는지
왜 그것이 의무라는 다소 거부감 가는 용어로 설명하는지 이해가 안 되는 부분도 있었지만
세월의 무게에 희석된 것인지
세월의 잣대에 현명함이라고 판단이 되었는지 뒤늦게 말이 주는 그 무게가 무엇인지 알겠답니다.
남편과 아내의 관계에서 흔히 남편에게 무게가 더 기울어졌고 아내가 종속적인 관계가 되었을 때 가장 흔한 가족관계는 어떨까요?
남편에게 주눅이 들고 공감, 배려받지 못하는 아내는 남편에게 어떤 방법으로 저항을 하게 될까요?
가장 쉬운 소심한 복수는 아이를 내편으로 만들어서 "남편을 왕따 시켜버리기"겠지요.
그 관계가 고착이 되면 남자의 노년은 정말 서글픈 고속도로일 것입니다. 지금 우리 주변에 도처에 흔히 볼 수 있는 가족의 두 얼굴의 전형이 되는 거지요.
여기서 저자가 한 말 중 참 기억에 남는 말은요
아이들과 사이가 좋은 아빠는 어떤 아빠일까요?
가장 쉽게 단순히 아이들과 잘 놀아주는 다정한 아빠라고 생각하기 쉬울 것입니다.
그러나 아이와 잘 놀아주는 아빠가 아니라 "아내와 사이좋은 아빠"가 정답입니다.
아내와 사이가 좋은 아빠는 자연히 아이 양육의 주도권을 가진 아내의 입과 행동, 말투를 통해
아이에게 좋은 아빠로, 다정한 아빠로 저절로 인식이 되게 되겠지요.
전, 이 부분에서 참 놀라운 발견처럼 아~ 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네요.
아내와 사이가 좋아진다면,
아이에게도 자연스럽게 다정한 아빠로 되고
노년에 외롭지 않은 시기를 보내는 지름길을 확보하는 것이겠지요.
살면서 가장 중요한 관계는 가족이고
나를 지지해 주는 행복한 굴레이지만
가족이란 이름으로 사랑이란 굴레를 씌워
서로에게 치유할 수 없는 상처를 주기 도하는 가족의 두 얼굴......
이 양면성에서 우리는 살아가고 행복해하기도 하고 상처도 받고 살아가는 것이지요.
나이가 들수록 나부터 잘 다스려야 할 얼굴입니다.
압화를 통해 영원히 박제되는 아름다운 꽃처럼 좋은 책의 좋은 글귀는 가슴에 영원히 박제되는 꽃 한 송이처럼
추억이란 이름을 통해 자꾸 되살아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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