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r plan vs Reality
인생이 별것 아닐 것 같을 때가 있었는가?
핸들을 오른쪽으로 돌리면 오른쪽으로 움직이고 왼쪽으로 돌리면 왼쪽으로 움직이는 자동차처럼 그저 내가 핸들을 잡은 주체라고 느낀 적이 있었는가?
만일 그랬다면 그때는 언제였던가?
나의 경우, 직장생활을 하기 직전까지는 옥상에서 보자기 하나 어깨에 메고 "배트맨"을 외치면 하늘을 날 것 같은 그런 시절이 있었다.
인생을 주도적으로 살 수 있다고 생각한 그 시절에 나의 계획은 이러했다.
열심히 공부해서 대학을 가고 졸업을 하고 직장을 가지고 결혼을 하면 나는 그냥 그렇게 목표 지점에 도달할 것이라 생각했다.
그때는 그랬다.
그냥 당연히 그럴 것이라고 생각했으니까.......
인생 자전거 바퀴에 다리를 올리는 순간 그냥 굴러서 저기 저 목표 지점에 도착하는 것 말이다.
열심히 최선을 다하면 누구나 저 목표 지점에 갈 수 있을 거란 생각이 깨어지는 것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가장 처음 느낀 좌절감은 결혼이 나의 생각대로 되는 것이 아니라는 장벽을 느낀 그날이었다.
나보다는 나의 스펙이
나의 스펙보다는 나의 집 배경이
더 중요함을 느꼈던 그날 말이다.
갈수록 그런 생각은 더 강해지지만 어떤 마음으로 그 상황들을 맞닥뜨려왔는가에 따라서 인생 곡선은 계속 달라지고 새롭게 그려졌다.
계획과 현실의 차이를 말로 표현할 수 있는지는 나도 모르겠다.
어쩌면 굳이 말로 표현해야 한다면 현실에서 목표에 쉽사리 도달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아 가는 과정이 인생을 살아가는 과정이 아닌가 싶었다.
부모님과 나 사이에 끊임없는 구렁덩이와 의사 결정의 차이, 경제적 부담감으로 힘들기 시작하면서 나는 또 내가 부모가 되어 내 뜻대로 되지 않는 무수한 난관을 마주하면서 살아가면서 인생 쉽지 않다는 생각을 줄곧 하면서 살아야 했다. 왜냐면 우리는 누구나 시작점에 서기 때문에 또 시작점에서 섰기 때문에 목표지점으로 가야만 하기 때문이었다.
자전거가 출발해 보기도 전에 낭떠러지와 외나무다리를 만나고
그리고 깊은 물웅덩이에 빠져 헤매면서 도대체 이 깊은 골짜기를 헤쳐나갈 수가 있기나 할까?
기어 올라간들 갑자기 내리는 천둥번개와 뇌우는 어찌할 것인지 모를 일이다.
어쩌면 깊은 협곡의 바닷가에 홀로 버려진 외딴 배 같은 신세가 되었을 때 나의 목표지점은 거기서 어쩌면 마감할지도 모른다.
가만히 돌이켜 생각을 해보면
인생에 페달만 밟으면 목표지점에 도착할 것이라고 생각한 시절은 주로 내가 "자식"의 위치에 있었을 때 같다.
그때는 몰랐다.
부모님은 왜 그리 고민이 많으신지, 엄마의 깊은 한숨은 어떤 의미인지
왜 이리 결정을 얼른얼른하지 못하는지 답답하고 그것이 나이 든 사람들의 특징일 뿐이라고 생각하고 살았다. 엄마의 무한 반복 이야기는 그냥 들어주어야 하는 것으로 여기고 점차 귓등으로 흘려버리는 이야기 일 뿐이었다.
그 후에 알았다.
현실에서 내가 나아갈 방향이 녹록지 않음을 알고
점차 깨닫기 시작할 때쯤은 내가 "부모"의 위치에 놓였을 때부터 시작되었다는 것을.
젊은이들은 나이 들어 보지 않았기 때문에 나이 든 사람을 이해하기 어렵지만
젊은이로도 살아보고 나이 든 사람으로도 살아본 지금 이제 이해가 된다.
그래서 나이 든 사람들이 젊은이들을 이해해야 한다는 생각과 동시에 여전히 자식의 입장으로서는 부모님을 이해 못 하나 부모의 입장으로는 자식을 이해하게 되었다.
정말 인생을 자신의 계획대로 그대로 살아가는 사람이 있기는 할까?
매일 꽃길만 걸을 수 있을까?
꽃길을 걷기 위해서는 봄과 여름, 가을과 겨울의 어우러짐과 힘듦이 있어야 꽃이 생길 것 아닌가?
맑은 날이 좋다고 맨날 맑으면 개망....
땅이 사막화된다고 한다.
그래서 인생은 희, 노, 애, 락을 왔다 갔다 오르락내리락 이래야 되나보다.
어떤 각본도 예측도 못하기에 계획과 현실은 더욱 드라마틱해지고
그 역할을 "자식"이 되었다가 "부모"가 되는 과정으로 빙의되어서 느끼게 하는 것일 지도 모른다.
그것이 자식에서 부모로 가는 길인 것이다.
< 마주하고 서 있으면 나의 인생길이 느껴져서 일몰보다 얼굴과 마음이 더욱 붉게 물든다>
화들짝 찬란한 대낮보다 어스름히 태양이 떨어지는 낙조는 나를 자꾸 돌아보게 한다.
밝고 활기찬 시절에는 누구의 "자식"으로서 세상모르고 살았을지도 모른다.
이제 누구의 "부모"가 되어 온갖 풍지평파를 겪고서야 노을로 덮여버리는 낙조를 마주할 여유가 생겼다.
자식에서 부모로 가는 그 길은 서해안 낙조처럼 다 붉게 물들인다.
내 얼굴도 내 마음도 모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