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이라는 것
갈수록 잠들지 못하는 밤이 늘어납니다.
어젯밤에는 잠을 들어야 한다는 일념으로 많이 뒤척였더니 머리가 쑥대밭이 되었어요.
결국은 잠을 청할 수 있는 유튜브의 "빗소리"들을 틀고 노곤해지길 기대했지만 머릿속은 더욱 명징해지면서 천둥소리, 장대빗소리에 순서 없는 상념들까지 줄줄이 올라오는 부작용을 경험했네요.
어릴 때 장마철 엄마가 마중 나오지 않는 하굣길
비가 흠뻑 젖어서 집에 돌아와 뜨끈 뜨근한 온돌방에 가만히 누워 있으면 양철지붕을 두드리는 거센 장맛비 소리에 어느새 꿈나라로 떠나기도 했었지요.
엄마는 언제 밤새 주무시지도 않았는지 벗어던져두었던 젖은 운동화를 아침에 쑥 내어놓았어요.
빗소리를 들으며 잠에 취했다가 아침에 일어나면 뽀송해져 있는 운동화가 엄마가 밤새 부지깽이 놓고 이리저리 돌려가면서 말리신 거라는 것을 내 아이를 키울 때야 알았습니다.
진심 빗소리를 좋아했었습니다.
그러다 이제 장맛비가 귀찮아지기 시작할 즈음 저는 "부모"였네요.
청소년기의 양철지붕 소리는 사치일지도......
다시는 들을 수도 없지만 비가 온다는 것은 빨래거리가 늘어나고 엄마로서 정리해얄 일들이 너무 많아서인지 오히려 귀찮을 지경이었어요.
어느 날 뜻밖에 내린 가을비에 나무아래 세워 두었던 차창 유리에 여러 종류의 나뭇잎이 마구 떨어져 있었습니다. 그날도 새벽녘 잠을 뒤척이고 빗소리에 얼마나 몸을 뒤척였는지 머리가 거의 수세미같이 엉켜있었어요. 아이문제로 밤새 얼마나 불면의 밤을 지새웠는지
출근을 해야는데 몸이 물솜방망이처럼 눅진해져서 창문을 뒤덮고 있는 앞유리를
윈도 브러시로 나뭇잎을 '확~'쓸어버려야 하는데 차마 그러질 못했네요.
왜냐면 이 상념은
이 집착들은 이론 상으로 확 쓸어버려야 맞는 거지요?
한동안 바라보면서 라디오 볼륨을 올렸습니다.
때마침 가을이 깊어가고 밤새 스산한 가을비가 내려서인지
음악도 DJ의 목소리도 딱 출근길 되돌아 침대에 드러눕고픈 충동을 불러옵니다.
이 깊은 집착과 상념들은 어디서 온 것인가?
젊은 날 패기 만만하고 계획적이던 나는 어디 갔는가?
겁도 없이 우리는 아이를 둘이나 덜컥 낳았을까?
그런데
낙엽이 진다는 것은 비가 와서가 아니라고 방금 라디오프로에서 그렇게 나오네요.
"낙엽이 진다는 것은 비가 와서가 아니라 가을이 다 갔기 때문"에 진다고 하네요.
그런가요?
지 몸에 딸린 이파리들조차 지 맘대로 떨구지 못하고 자연의 섭리에 맞추어 떨구어야 한다는 말인 거지요.
음악 들으면서 서서히 잠시 가로수길을 걷고 있는데
머리 밤송이 같은 중학생 남아 3명이 막 은행나무를 차고 낙엽을 떨구려고 하는데
아무리 흔들고 발로 차도 꼬장꼬장한 나뭇잎이
별로 안 떨어지는지 킬킬 거리며 발광을 합니다.
그런데 바람이 쓱 불고 지나가니 우수수~~
하~ 이것인가? 자식을 아무리 내 맘대로 하고 싶어도 안 되는 이 병.
바람이 불어야
가을이 깊어야
때가 되어야 되는구나!
내 몸에 있는 손가락도 내가 문 닫다 찡기고
내 발에 있는 발가락도 안 빼고 문 닫다 터지고
내 입안에 있는 혀도 밥 먹다 씹어서 열 터지고
내 새끼 내 맘대로 안 돼서 괴롭고........
아무리 낙엽 떨구려고 흔들고 비 오고 해도 안 떨어지는 낙엽
가을이 갔음을 알려주는 가녀린 바람 끝에 맥없이 떨어지고 맙니다.
고이 잡아 매달아 두었던 그 무성한 여름을 말입니다.
자식도 그렇게 익어서 떨어져야 하는 것이지요.
억지로 흔들어도 안 되는 것이지요.
비를 마구 뿌려도 더 억세게 붙어있겠지요.
언제 자식과 분리되는 스산한 깊은 갈바람이 진정 불어올까요?
바람이 불면 저절로 떨어지고
저절로 단풍들것을.......
변해야 하는 것은 자식이 아니라 부모인 거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