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살고 싶은 도시로 여러 번 뽑힌, 호주 교육의 도시 '멜버른'에서 내가 아이를 키우면서 느꼈던 단점 5가지를 소개한다.
1. 도시락
호주에서 학교를 다니는 아이들은 초등학교 7년, 중고등학교 6년 총 13년 동안 도시락을 싸가야 한다. 나는 매일 아이들이 학교 가는 아침, Brain Food + 간식 + 점심을 준비한다. 2007년부터 빅토리아주의 학교에서는 아침과 점심 중간에 아이들에게 건강한 과일 야채를 먹임으로써 아이들 뇌 회전을 도울 수 있다는 취지에 Brain Food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최근연구결과에는 Brain Food가 아이들의 정신건강에도 도움이 된다고 밝혀졌다.
우리 아이가 다니는 학교에서는 총 3가지의 과일이나 야채를 Brain Food로 싸 오도록 하고 있다.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건 이해하지만 과일, 야채 물가가 많이 오른 요즘 Brain Food를 준비하는 것이 부담스럽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점심과 간식은 각자의 재량에 맞게 싸가면 된다. 매점이 있기는 하지만 한 끼에 $5-7불 정도 하기 때문에 매일매일 사 먹기에는 무리기 때문에 나는 우리 아이들이 아주 특별한 날에만 매점에서 점심을 사 먹을 수 있도록 허락한다.
나는 급식세대에 자라서 초등학교 때부터 고등학교 때까지 급식을 먹었다. 도시락은 소풍날만 먹는 건 줄 알았던 내가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 아이 둘 도시락을 싸고 퇴근 후 매일 저녁 도시락 통까지 씻다 보면.. 진짜 한국이 그리워진다.
2. 등하교 롸이딩
꼭 정해진 나이가 되어야만 아이가 학교를 혼자 걸어가야 한다는 법은 없지만, Transport Victoria에 따르면 12살 미만의 아이들은 교통상황을 이해하기에는 스킬과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에 혼자 길을 건너거나 자전거를 탈 때에도 부모의 감독이 필요하다고 한다. 2017년에 조사한 바에 의하면 학교에서 반경 2km 이내에 거주하는 초등학교 학생의 경우 70%의 학생들이 부모님의 차를 타고 등하교를 한다고 한다. 30%의 아이들의 경우도 혼자 걸어 학교에 오는 아이들은 소수에 불과하다. 물론 조사시점에서 현재까지 시간이 많이 지났지만, 매일 아이들 등하교하는 아이들을 보면 코로나 이후 오히려 혼자 걷는 아이들이 더 줄었다.
미국과 다르게 호주 국공립 초등학교에서는 스쿨버스를 운영하지 않기 때문에 만 12살, 즉 초등학교 6학년까지는 대부분의 부모들이 아이들의 등하교를 책임지고 있다. 우리 아이 학교의 경우 총 700명 정도 되는 아이들이 동시에 등하교하게 되는데 한집에 차 한 대씩 오게 되면 학교에서 따로 마련한 주차장이 없기 때문에 매일 등하교 시간 학교 앞 도로는 그야말로 전쟁이다. 학교 앞에 주차를 하기 위해선 약 30분에서 1시간은 일찍 도착해야 겨우 자리를 얻을 수 있을 정도.
3. 방과 전, 방과 후
내가 사는 빅토리아주의 아동, 청소년 및 가족법 제494조에 따르면 '정확한 나이의 기준은 없으나 아동을 돌보는 사람이 아동을 부당한 시간 동안 방치하거나 아동의 감독과 돌봄을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아동을 방치하는 것이 범죄이며 이는 아동을 자동차에 방치하는 경우도 포함이다. 빅토리아 주에서 아동을 방치한 경우 벌금 혹은 징역형에 이른다.
'부당한 시간', '아동의 나이'에 명확한 기준은 없지만, 우리 아이 학교의 방침은 등하교 시간전후로 15분 이상 아이가 학교에 부모 없이 있는 일은 없어야 한다. 이런 이유로 학교는 방과 전, 방과 후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고 엄마아빠가 맞벌이로 일하는 우리 집 아이들은 매일 방과 전, 방과 후 프로그램을 가고 있다. 프로그램은 예약제로 이루어지고 비용은 한 아이당 방과 전 프로그램 $20불, 방과 후 프로그램 $27.5불이다. 부모 합산 총소득에 따라 나라에서 보조금이 책정되어 일부 커버를 해주기는 하지만 매일 두 아이의 방과 전, 후의 프로그램 비용을 더하면 적은 금액은 아니다.
3. 공짜가 아닌 공교육
호주는 초등학교가 의무교육이다. 하지만 공짜는 아니다. 교과서, 학비 등 비용이 든다. 2024년 기준 국공립을 다니는 우리 아이들의 예를 들면 1년 학비로 큰아이 6학년 $456불 작은아이 3학년 $373불을 총 $829불, 현재 환율로 계산했을 때 74만 원 정도를 냈다. 6학년아이의 비용이 더 높은 건 학교에서 노트북을 1년 동안 아이들에게 빌려주는데 그 비용을 계산한 값이 더해졌기 때문이다. 이외에 캠프나 학교내외활동비는 그때그때 지불하게 되는데 보통 한 활동비당 $10불에서 $15불. 캠프는 $500불 정도 들고 캠프는 3학년부터 일 년에 한 번씩 있다.
4. 마의 12년
앞에서 설명했듯이 아이들이 혼자 있어도 되는 나이가 정해저 있는 것도, 얼마나 오래 혼자 있을 수 있는지도 정해져 있지 않다. 하지만, 호주의 대부분의 가정에서는 아이가 12살이 될 때까지 집에 혼자 두지 않는다. 올해, 우리 부부는 12년 만에 처음 아이를 집에 두고 강아지 산책 15분 동안하고 왔다. 우리 부부가 아이를 집에 혼자 두고 단둘이서만 외출해 본 12년 만에 첫 경험이었다. 그동안은 꼭 한 사람이 아이들을 맡아주어야 다른 사람이 외출을 할 수 있었거나, 외출을 꼭 남편과 하고 싶으면 온 가족이 모두 함께 외출해야만 했다. 또래의 호주엄마들도 올해 아이가 12살이 돼서 혼자 강아지 산책을 다녀왔다고, 혹은 잠깐 슈퍼마켓에 혼자 다녀왔다고 너무 좋아한다. 이런 사회정서 때문에 호주 부모들은 모든 곳을 아이와 함께 다닌다. 장보기는 물론 공공기관에 일을 보러 다니고, 집을 보러 다닐 때도. 심지어 주유소에서 셀프주유를 하고 가게에 들어가 결제를 해야 하는데 아이들을 카시트에 다 내려서 안고 가게에 들어가 결제를 한다. 아이를 차 안에도 혼자 둘 수 없기 때문이다 (아동법에 명시됨)
초등학교 1-2학년때부터 아침부터 밤 9시까지 집보고, 어린 동생을 돌봤던 나는 내 아이가 6학년이 될 때까지 아이를 두고 한 번도 외출하지 못하는 상황이 많이 답답했었다. 마의 12년이 지나고 이제는 숨통이 조금 트이는 느낌이 든다.
5. 엄마들의 사회
한국처럼 호주도 엄마들의 사회가 있다. 함께 좋은 정보를 나누기도 하고 힘든 이야기를 들어주기도 하고 서로의지가 되어주는 친구 같은 모임. 하지만 어떤 인간관계가 노력 없이 이루어지겠는가. 그들의 사회에 속하기 위해선 나름의 노력이 필요하다. 근무 중에도 밤늦은 시간에도 메신저가 울리면 답하고, 다른 이의 말에 공감하는 답변을 달고, 정기적으로 서로 집에 아이들 초대해 주고. 서로 대놓고 말은 하지 않지만, 한번 초대를 받았으면 다음번에는 초대받았던 사람이 집에 초대해야 하는 은근한 룰이 있다. 호주엄마들이 쿨하다고 생각하는 건 오산. 사람들이 사는 곳은 다 똑같다. 치맛바람 센 엄마도 있고, 다른 엄마들 선동해서 선생님께 컴플레인을 걸자는 엄마도 있고, 아이들 싸움에 나서서 엄마들 싸움 만들고 편가르는 사람이 있고. 아이들 데리고 어디 여행 갔다 왔다 자랑하는 사람도 있고. 흔들리지 않고, 웃으면서 내 경계선을 지키는 엄마사회생활은 호주에서도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