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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일리가 친구들하고 놀이터에서 술래잡기 놀이를 하고 있다. 친구들과 재밌게 놀던 베일리는 연달아 술래가 되자 갑자기 기분이 상해서 울며 엄마에게로 달려갔다. 엄마 품에서 서러운 눈물을 펑펑 쏟으며 외쳤다. 'It's not fair! Not fair! 이건 불공평해! 불공평해!' 베일리엄마는 아이를 꼭 안고 달래주며 말했다. "it's alright, Honey. It happens. Life is not fair (괜찮아 아가. 이럴 때도 있는 거야. 인생은 원래 불공평해)"
호주 엄마들은 아이가 게임을 하다 져서, 아이가 원하는 사탕을 못 받았다며, 불공평하다고 울고 화내는 일이 생기면 아이에게 'Life is not fair 인생은 원래 불공평해'라는 말을 한다. 아주 사소한 일에 무슨 인생까지. 밝은 미래가 창창한 아이에게 굳이 그런 말을 해야 할까 싶지만, 사실 인생을 살아본 우리는 알고 있다. 아주 사소한 것부터 인생이 시작되고 무너질 수 있다는 걸.
아이 인생이라고 매일 행복한 무지개만 있을까. 아이도 뭔가 일이 잘 풀리지 않는 날, 왜 나에게만 이런 일이 생기지 하는 날이 있을 거다. 그때마다 아이가 슬프지 않고 좌절하지 않도록 부모가 늘 따라다니면서 해결해 줄 수 없는 노릇. 그렇다고 마음대로 되지 않을 때마다 아이가 세상이 나에게 불공평하다고 외치며 울며 다 포기해 버리도록 살게 할 수도 없다. 냉혹하고 불공평한 인생을 살아가야 하는 아이에게 해답지를 줄 수는 없어도 아주 조그마한 부록 지침서라도 되어주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 아닐까.
'인생은 원래 불공평하다'라는 걸 알고 크는 아이들은 살다가 힘들고 아픈 날을 겪었을 때 주저앉기보다는 '이런 날도 있지. 원래 인생은 그런 거야' 하며 툴툴 털어버리고 견뎌내는 건강한 회복탄력성을 길러낼 수 있을 것이다. 아이가 항상 무한히 행복하기보다는 어떤 인생이든 잘 견뎌내기를 기대하는 호주 엄마들의 마음이라는 생각이 든다.
#2
호주는 대표적인 다문화 국가이다. 수백 개의 다른 국적의 사람들이 각 다른 생김새와 다른 문화를 지니며 함께 어울려 살아간다. 한 가족 안에서도 다른 인종이나 국적의 사람들이 있고, 학교, 회사 등 모임에서도 같은 국가 사람을 찾기 어려울 정도다.
눈을 돌리면 머리색, 얼굴색, 쓰는 말이 다 다른 사람들 투성인 세상에서 자란 호주사람들은 'Everybody's different 모든 사람은 다 달라'라는 말을 자주 쓴다. 누구나 다 아는 말이고, 다문화 국가에서는 너무 당연한 말이지만, 이 말은 세상을 살아가는데 큰 도움을 준다.
어릴 적부터 모든 사람이 다를 수 있다고 인지하며 크는 아이들은, 나와 다른 사람의 의견이 달라도 이해할 수 있는 아량을 배운다. 옷을 어떻게 입고 다니든, 생김새가 어떻든, 심지어 장애가 있어도 그냥 우리는 다 다른 사람이어서 그렇다고 생각하면 어떤 사람도 특이하고 이상해 보이지 않는다.
내가 아이를 키우면서도 이 말은 아주 큰 도움이 됐다. 친구가 내가 좋아하는 걸 안 좋아해 준다고 징징 거릴 때, 아이를 잘 달래주면서 'Eveybody's different 모두는 다 달라'이라고 이야기하면 아이는 울음을 멈추고 아이를 친구를 이해하게 됐다. 가끔 학교에서 왜 친구가 이상한 행동을 하는지 모르겠다며 투덜거릴 때도 '우린 다 다르니까'라는 한마디에 아이는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이 말은 부부사이에서도 참 많은 도움을 준다. '어떻게 그렇게 생각할 수가 있지?' '아니 왜 이렇게 이해를 못 해주지?'라는 생각을 하다가도 '그래. 저 사람은 나와는 다른 사람이야. 우린 다 달라'라고 생각하다 보니 상대가 조금 더 이해가 되는 부분이 생겼고, 다투는 일이 줄어들었다.
#3
엄마가 아이에게 해주는 아주 당연한 말. 'I Love you 사랑해'. 호주엄마들이 아이에게 가장 많이 하는 말이다. 호주엄마들은 아이들 학교길에 배웅할 때, 아이가 친구집에 갈 때, 외출할 때 등 하루에도 몇 번씩 아이에게 사랑한다 말한다. 아이가 중고등학생이 되고 성인이 되어도 아주 자연스럽게 엄마도 아이도 서로 사랑한다는 말을 한다.
성공한 사람들에겐 그들이 성공한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그들에게 딱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고 한다. 아무리 열약하고 불우한 환경에서도 최소 한 사람은 그 사람을 조건 없이 사랑하고 응원해 주는 사람이 있었다고.
아이에게 물려줄 엄청난 금수저도, 화려한 출세길로 가는 금동아줄도 없는 평범한 내가 살아있는 동안 아이에게 줄 수 있는 건 사랑밖에는 없다. 아이가 살다가 힘든 일이 생겼을 때 무조건 믿어주고 사랑해 주는 한 사람이 되어주는 것. 내가 아이에게 무한히 줄 수 있는 건 딱 하나, 사랑뿐인데 쑥스럽다고 아끼면서 줄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어 나는 아이들에게 매일. 자주. 사랑한다고 말하기 시작했고, 이제는 아주 자연스러워졌다.
내가 너무 자주 말해서 우리 아이들이 다 외우는 말이 있다. "No matter what you are, No matter what you do, No matter where you are. Mummy loves you" "네가 어떤 모습이건, 무엇을 하건, 어디에 있건 엄마는 널 사랑해" 이 말이 아이들 마음속 어딘가에 세포처럼 자리 잡아 무슨 일이 있어도 너를 늘 사랑하는 엄마가 있다는 걸 무의식 속에서도 느낄 수 있도록 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