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를 이어 성공한 사례

by 로린

어릴 적부터 예민하고 낯을 많이 가렸던 나는 초등학교 4학년 때 새로운 학교로 전학을 가면서 큰 위기를 맞았다. 새 학교, 새 친구들이 낯설어서 우물쭈물하다가 그래도 친구를 만들어보고 싶어 용기를 내 앞에 앉은 한 친구의 어깨를 한번 두드렸는데, 그것이 화근이 되었다. 다음날, 그 친구는 내가 어깨를 와서 때렸다고 했고, 오후가 되자 나는 처음 보는 친구를 뒤에서 달려와서 힘껏 수십 번 때린 아이가 되어있었다. 아이들의 인기를 한 몸에 받고 있는 반장 아이를 때렸다는 소문이 돌자, 아이들은 나를 피하기 시작했고 따돌림을 했다. 그렇게 적응하지 못하고 4학년을 마쳤고, 다음 해에는 친구를 사귈 수 있기를 기대했지만 이미 소문이 퍼진 탓인지 5학년, 6학년에도 많은 친구를 사귀지 못하고 따돌림은 계속됐다.


그렇게 지독하고 괴로웠던 초등학교가 끝나고 겨울방학, 이렇게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 나이 13살. 나는 살고 싶었다. 인터넷을 많이 쓰지 않던 시절. 방법을 찾아보려고 주술책을 찾아보기도 하고 동화책을 찾아보기도 했다. 그러다 어떤 책에서 이런 글귀를 봤다. '사람의 성격은 20%를 타고나지만 80%는 후천적으로 만들어진다' 유레카! 큰 희망이 생겼다. 80%의 내 성격을 아니 인생을 원하는 대로 만들어 볼 수 있겠다 싶었다. 계단에서 넘어져서 머리가 찢어져 얼굴을 타고 줄줄 흘러도 선생님께 다쳤다는 말도 못 하던 소심한 나를, 내가 지나갈 때마다 친구들이 쌍욕을 해도 단 한마디도 반박할 수 없었던 지질한 나를 바꿀 수 있겠다.


그때부터 나는 슈퍼파워를 가진 세일러문, 울트라맨이 변신하듯 용감한 나로 변신해 보려고 갖은 노력을 했다. 용기를 내야 할 때마다 '80%는 내가 만들 수 있다'라는 말귀를 계속 되새겼다. 그 말귀가 내 주문이 되고, 주문을 외우며 조금씩 내 익숙한 환경반경에서 한 발자국씩 나아갔다.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내가 나를 만들어가는 기분. 그렇게 조금씩 내 자아를 성장하고 한걸음 한걸음 세상으로 나아 걸어가다 결국 날아서 남극이 가까운 나라까지 왔고, 20년째 이곳에 사는 호주아줌마가 되었다.


내 아이가 세상에 나오고, 우리 아이는 내가 많이 바꾸어놓은 내 자아를 닮은 아이가 태어날 거라고 생각했다. 그건 착각이었다. 타고 나는 성격이 20%라는 사실을 나는 잊고 있었다. 역시나 우리 아이는 나를 닮아 낮을 많이 가리고 소심했다. 사회성이 아주 높은 호주 아이들 틈에서 자기주장을 한다는 건 상상도 못 했다. 이 때문에 고민하다 아이 학교입학을 1년 늦추어 보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는 너무 소극적인 나머지 선생님께 화장실을 가고 싶다는 말을 못 해서 교실에서 소변실수를 하는 일이 생겼다. 해마다 담임선생님과 면담을 하면 우리 아이가 교실에서 손들고 말하는 걸 잘 본 적이 없다고 하시고, 아이가 목소리가 너무 작다는 코멘트를 빼놓지 않으셨다.


아침에 아이를 배웅을 할 때면 나는 매일 아이에게 말했다 '오늘 학교에서 재밌게 놀고 와. 너는 용감한 아이야' 우리 둘만의 주문이었다. 지금 당장 대단한 결과를 보지 못하지만, 아이성격의 80%는 바뀔 수 있다는 희망으로 매일 주문을 외웠다. 그 주문은 차곡차곡 쌓여 정말 마법처럼 어느 날 이루어졌다. 수업시간에 화장실을 가겠다고 손을 들 수도 없었던 아이가 자기 손으로 직접 신청서를 작정하고 인터뷰를 통과해 학교의 문화부회장이 되었다. 1년 동안 매달 조회시간에 전교생과 부모들 앞에 나와 스피치를 했다. 댄스부와 연극부에 들어가 전교생 앞에서 공연을 하기도 했다. 그렇게 아이는 용감한 자아를 만들어가고 있다.


나와 우리 아이의 경험을 통해 증명한다. 실제로 80%의 성격은 바뀔 수 있으며, 터무니없이 느껴지더라도 꾸준히 주문을 걸면 어느 날 마법처럼 그 주문이 이루어진다는 것을. 내 딸의 아이. 그리고 그 아이의 아이까지 타고난 소심한 성격의 아이가 나올 수도 있겠지만, 대를 이어 그 아이들도 꾸준한 주문을 통해 꼭 성장하리라 믿는다.

MEITU_20241228_130523991.jpg 초등학교 첫 학년.
6학년. 문화부회장 임명식


keyword
작가의 이전글크리스마스도 명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