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의 직장인들은 평균적으로 3년에서 3.5년 사이에 직장을 옮긴다 (ABS 기준). 이직 주기는 나이가 어릴수록 더 짧아진다. 호주 통계청에 따르면 25세에서 34세 사이 근로자의 평균 근속 기간은 2.8년이 채 되지 않는다. 한국에서는 한 직장에서 10년, 길게는 30년 넘게 일하는 일이 흔한 것에 비하면, 호주 직장인들의 근속 기간은 상당히 짧게 느껴진다. 평균 3.5년마다 직장을 옮긴다고 가정하면, 대학 졸업 후 은퇴할 때까지 약 40년을 일하는 동안 평균적으로 11번 이상 이직을 하게 되는 셈이다. 그렇다면 왜 호주 직장인들은 이렇게 자주 회사를 옮기는 걸까?
호주에서는 성과에 따라 연평균 3%-5% 정도의 임금 인상이 이루어진다. 하지만 이직을 하면 현재보다 보통 13%-15% 정도 높은 연봉을 받을 수 있으며, 최근 IT 분야에서는 최대 22%까지 인상된 사례도 있었다. 이런 현상을 호주에서는 'Salary Inversion(연봉 역전)'이라고 부르며, 높은 이직률의 가장 큰 요인 중 하나가 된다.
호주 기업들은 좁은 고용시장에서 우수한 인재를 채용하기 위해 높은 연봉을 제시한다. 이런 고용 전략은 하나의 문화처럼 굳어졌다. 같은 자리에 오래 일해 온 자신보다 새로 입사한 직원이 더 높은 연봉을 받는 상황은 회의감과 회사에 대한 실망감으로 이어져, 결국 또 다른 이직을 결심하게 만든다. 이렇게 이직은 또 다른 이직을 불러오고, 회사는 외부의 인재를 데려오는 데 집중한 나머지 이미 안에 있던 소중한 인재들을 잃고 만다.
내가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호주 직장인들의 높은 이직률의 이유는, 그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나이가 많아도, 경력이 짧아도, 심지어 육아휴직 중이더라도, 이직은 가능하다. 입사한 지 몇 개월이 채 되지 않았더라도 문제 될 사건사고만 없다면 회사를 옮기는 데 큰 어려움이 없다. 사람의 배경보다 현재의 역량을 중심으로 평가하는 문화가, 이직을 원하는 이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직을 결심한 호주 동료들에게 이유를 물어보면 종종 이렇게 대답한다.
"It's time for a change." — "그냥, 바꿀 때가 된 것 같아서."
연봉도, 사람들도, 회사의 운영방식도 아닌, 그저 ‘이제는 바꿀 때’라는 단순한 이유로 회사를 떠난다. 그 짧은 한마디 속에는 무엇 때문에도 아닌, 자신의 삶에 변화가 필요한때를 알고 스스로 삶을 주도하는 모습이 보인다. 한편, 나는 '지금은 적절한 타이밍이 아니야', '아이들이 좀 더 크면', '익숙한 게 편해', '이직을 시도했다가 실패하면 어떡해' 등등, 그동안 얼마나 많은 이유와 설명을 내세우며 스스로의 변화를 미뤄왔을까. 어쩌면, 바꿔야 할 분명한 이유나 완벽한 타이밍보다 바꿔도 괜찮다는 작은 용기가 더 필요한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