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가 지켜주는 호주 아이들의 학교길

by 로린

얼마 전 우연히 한국의 한 TV 프로그램을 보다가, 아이가 등굣길에 — 그것도 스쿨존에서 — 안타까운 사고를 당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아이들이 가장 안전해야 할 등굣길에서 평생 잊을 수 없는 상처를 입었다는 사실에, 아이를 둔 엄마로서 마음이 참 아팠고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


사고가 난 아이의 엄마는 인터뷰에서 “녹색어머니회 같은 등굣길 도우미 분들의 수가 줄어들면서 아이들이 혼자 건널목을 건너는 모습이 위태로워 보였는데, 실제 사고가 일어날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다”며, 등굣길에 함께하지 못한 자신을 많이 후회했다.


내가 한국에서 초등학교를 다닐 때에도 ‘녹색어머니회’라는 자원봉사 형태의 등굣길 도우미 어머니들이 계셨다. 당시에는 아침마다 그분들이 나와 계신 것이 당연하게 느껴졌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아무런 대가 없이 이른 아침부터 나와 수고해 주신 덕분에 내가 무사히 학교에 갈 수 있었다는 것이 새삼 감사하게 느껴진다.


2024년 한국에서는 스쿨존에서 총 1,867건의 사고가 발생했고, 그중 3명의 아이가 안타깝게 목숨을 잃었다. 내가 살고 있는 빅토리아주는 호주 전체 면적의 약 3%에 불과하지만, 한국보다 두 배 이상 넓다. 이곳에서는 지난 5년간 스쿨존에서 550건의 사고가 발생했으며, 연간 약 110건 정도다. 2024년 한 해 스쿨존에서 목숨을 잃은 아이 역시 3명이었다.


사망자 수는 같지만 면적과 사고 건수를 비교해 보면 호주의 사고 및 사망률이 한국보다 낮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 이유는 크게 세 가지로 볼 수 있다.


첫째, 인구 밀도다. 호주 빅토리아주는 한국보다 면적은 약 2.27배 크지만, 인구는 한국 전체의 6.7배에 달한다. 한국은 상대적으로 작은 면적에 많은 인구가 밀집해 있어 학교 주변 교통량이 많고, 자연스레 사고 위험도 높다.


둘째, 등굣길 동행 문화다. 호주의 아이들 대부분은 부모님과 함께 등교한다. 학교 근처 2km 이내에 사는 경우에도 부모가 차로 데려다주거나 함께 걸어가는 비율이 약 80%에 달한다. 반면 한국은 대부분의 아이들이 혼자 또는 친구와 걸어간다. 가까운 거리에 학교가 있더라도, 어른이 동행하지 않는 길은 사고 위험이 상대적으로 크다.


셋째, 국가 차원의 안전 관리다. 한국의 녹색어머니회와 비슷한 역할을 하는 ‘School Crossing Supervisor’ 친근하게는 ‘Lollipop Lady/Man’이라고 불리는 분들이 있다. 이들은 국가로부터 고용된 인력으로, 학교입구로부터 300m- 700m 내에 모든 건널목마다 한분씩 배치된다. 아침 8시부터 9시까지, 오후 3시부터 4시 반까지 하루 약 2.5시간 근무하고 시간당 $25에서 $40불, 한화로 약 2만 2천 원에서 3만 6천 원 정도의 급여를 받는다. 주로 대부분 정년퇴직하신 분들이 이 일을 하시며, 자원봉사가 아닌 국가에 고용된 분들이라 정해진 시간과 장소에 늘 출근한다는 점에서 신뢰가 간다. 또 두 아이를 키우는 부모의 입장에서, 아이를 지키는 것이 부모들만의 책임이 아니라 나라가 함께 지켜준다는 든든한 마음이 든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운전자들이 항상 조심하고 주의를 기울이며 안전하게 운전하는 것일 것이다. 부모가 아이와 함께 걸어주는 작은 발걸음도 큰 안전망이 된다. 그리고 여기에 국가가 아이들의 길을 함께 지켜준다면, 살아갈 날이 많은 우리의 미래인 아이들이 불안과 두려움이 아닌 설렘과 웃음 속에서 학교에 다니며, 세상을 환하게 비추는 빛이 될 수 있지 않을까.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