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의 초·중·고등학교는 1년에 4학기로 운영된다. 한 학기는 약 9~11주 동안 수업이 이어지고, 그 뒤에는 2주의 짧은 방학이 주어진다. 연말 성탄절부터 시작되는 마지막 방학은 6주가량으로 다른 방학보다는 길다. 방학이 3개월마다 찾아오다 보니, 돌아서면 방학. 돌아서면 또 방학. “방학만 하다 보면 어느새 1년이 훌쩍 지나간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그렇다면 호주는 왜 한국처럼 2학기 제가 아닌, 4학기 제를 택했을까? 이는 영국 교육제도의 영향을 그대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그럼 애초에 영국은 왜 4학기 제를 운영하게 되었을까?
유발 하라리가 『사피엔스』에서 말했듯, 인류 최초의 학교는 종교적 필요에서 비롯되었다. 이처럼 영국의 교육도 종교와 밀접한 관련이 있었는데, 초기에는 교회력에 따라 **성탄절(Christmas), 부활절(Easter), 삼위일체절(Trinity)**을 기준으로 1년을 3학기로 나누었다. 이후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맞벌이 가정이 늘자, 긴 방학보다는 짧고 잦은 방학이 아이들을 돌보기에 더 수월했고, 이러한 흐름 속에서 결국 3학기가 아닌 4학기 제가 자리 잡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방학이 1년에 네 번이나 있는 호주 교육의 장점은 무엇일까?
첫째, 아이들의 학습 리듬을 지켜준다. 어린아이들은 긴 학기 동안 공부하다 보면 쉽게 지치거나 집중력을 잃기 쉽다. 하지만 호주의 방식처럼 약 10주 동안 몰입해 공부한 뒤, 짧게 쉬어가는 구조는 아이들의 학습 효율을 높여준다.
둘째, 친구관계가 끊기지 않는다. 한국처럼 두 달 가까운 긴 방학 뒤에 학교에 돌아오면, 친구들과 다시 친해지기까지 시간이 걸리거나 어색해지는 경우가 있다. 어떤 아이들은 이 과정에서 불안을 느끼고 개학증후군을 겪기도 한다. 그러나 호주 아이들은 짧은 방학 후 금세 학교로 돌아오기 때문에 우정이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학교생활에도 다시 쉽게 녹아든다.
셋째, 부모들이 방학에 아이들을 돌봐야 하는 부담이 적다. 방학이 짧다 보니 부모가 휴가를 내고 아이들을 돌보거나, 맞벌이 부부의 경우 조부모나 친척집에 아이를 맡기기도 부담이 적다. 방학 내내 삼시세끼 요리하기도 2주면 끝!
넷째, 무엇보다 호주의 4학기 제는 가족 중심 문화와 잘 어울린다. 아이들은 매 방학마다 가족과 함께 소중한 시간을 보내며 추억을 쌓는다. 바쁜 학기 동안 나누지 못한 이야기도 나누고, 가족들과 소풍이나 캠핑을 다니면서 끈끈한 유대관계를 유지한다.
물론, 단점도 있다. 부모 입장에서는 자주 돌아오는 방학을 어떻게 보낼지 늘 고민해야 한다. 회사원의 연간 유급휴가는 4주 정도인데, 아이들의 방학은 무려 12주에 달하니 매번 방학 때마다 아이를 돌보는 것이 쉽지 않다. 한국처럼 방학 중 아이를 맡길 수 있는 학원이나 프로그램도 제한적이다. 호주 가정은 방학을 ‘가족과 보내야 한다’는 문화가 강하다 보니, 아이를 장기간운영하는 방학 프로그램을 찾기도 어려울뿐더러 아이를 방학 내내 프로그램에 맡기는 것이 미안한 마음이 든다.
또 다른 단점은 장거리 여행을 계획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호주는 지리적으로 다른 나라와 멀리 떨어져 있어, 유럽이나 한국, 미국으로 가려면 비행시간만 꼬박 하루가 걸린다. 그렇기 때문에 2주도 채 안 되는 기간을 위해 장거리 여행을 나서기가 고민이 된다. 이런 고민 때문에 대부분의 가정은 연말 성탄절 방학에 맞춰 여행을 계획하지만, 이 시기는 수요가 몰려 항공권과 숙박비가 크게 오르기 때문에 여행을 계획하는데 경제적 부담이 적지 않다.
방학 내내 아이들과 하루 종일 집에 있다 보면 답답함이 쌓이고, 사소한 부딪힘도 잦아진다. 그래서 나는 종종 “아이들이 빨리 커서 이 시기가 지나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어느 날, 나이가 지긋한 한 어른이 SNS에 올린 한 문장이 마음을 울렸다.
“아이들과 보내는 시간이 힘들고 답답해서 빨리 지나갔으면 하나요? 알아요. 저도 그랬었습니다. 하지만 여러분 기억하세요. 당신의 100년의 인생에서 당신의 아이들이 당신과 함께할 여름휴가는 고작 18번뿐입니다.”
그 글귀를 읽고 생각해 보니, 내가 앞으로 아이들과 함께할 수 있는 여름방학은 많아야 여덟 번 남짓뿐이었다. 그제야 깨달았다. 그게 얼마나 소중한 시간들이었는지를. 나는 그 시간들을 그저 힘들다 여기며, 빨리 흘러가기만을 바랬던 것이다.
그 후로는 마음이 달라졌다. 호주의 잦은 방학이 오히려 반갑게 느껴졌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이 시간이 유한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어떻게 하면 더 의미 있고 알차게 보낼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되었고, 이제는 아이들의 방학이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