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시까지지난 주말에 큰아이 스포츠 경기를 갔다가 같은 팀에 있는 코아 엄마를 만났다. 안부를 나누던 중, 코아 엄마가 이런 이야기를 꺼냈다.
“사실 나 최근에 교장 선생님께 전화를 받았어. 코아 출석률이 70%도 안 된다고 하시더라고.”
코아는 중학교에 입학한 지 이제 6개월밖에 되지 않았는데, 출석률이 70% 이하라는 것은 연간 200일 수업일을 기준으로 최소 30일 이상 결석했다는 뜻이다. 그런데 코아 엄마는 “아이 발목을 삐끗해서 쉰 것이고 병가니까 괜찮다”라고 말했다. 나는 솔직히 그 말이 이해되지 않았다. 발목이 부러진 것도 아니고 단순히 삐끗했을 뿐인데 30일 이상 학교를 가지 않았고, 엄마 역시 그것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에 의아했다.
사실 호주에서는 최근 들어 특별한 이유 없이 결석하는 아이들이 크게 늘고 있다. 우리 아이 학교만 봐도, 운동회 다음 날이나 수학여행 다음 날, 방학식 날이면 한 교실에 절반 가까운 아이들이 빠지곤 한다. 이유를 물어보면 “피곤해서”라는 대답이 많고, 아예 이유조차 없는 경우도 있다. 학기 중 가족 여행을 가느라 장기간 빠지는 일도 흔하고, 단순히 병원 검진을 위해 하루전체를 결석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렇듯 호주 전역에서 결석률이 늘어나면서 교육계의 심각한 문제로 떠올랐다. 2022년 학생들의 결석률은 49.9%로 지난 10년 중 가장 높았으며, 2024년에도 여전히 40% 수준을 유지했다. 이는 약 160만 명의 학생들이 한 달 이상 학교에 나오지 않았다는 뜻이다. 특히 내가 살고 있는 빅토리아주에서는 중·고등학교(7–10학년) 학생의 53%가 주당 하루 이상 결석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교육계도 여러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호주 초등학교 교장협회 회장은 “아이들 교육에는 지속성이 필요하다”며 정부와 교육, 보건 부처의 공동 대응을 촉구했다. 실제로 출석률이 70% 이하인 학생의 부모에게는 교장이 직접 전화를 걸어 아이가 등교에 어려움을 겪는지, 어떤 지원이 필요한지를 확인한다.
또 디킨대학교의 Glenn Melvin 교수와 Lauren Cameron 박사는 ‘호주 학교 출석 네트워크(ANSA, Australian Network for School Attendance)’를 만들어 아이들의 등교 거부 원인을 조사하고, 지원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학교 현장에서도 다양한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아침 식사를 제공하는 ‘Breakfast Club’을 운영하거나, 학생들의 흥미를 끌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마련해 학교에 가고 싶다는 동기를 심어주려 한다. 웰빙(Well-being) 담당 교사나 심리상담가를 배치해 학생들이 겪는 어려움을 1:1로 상담할 수 있도록 돕고, 필요할 경우 학부모와도 함께 상담한다.
서던 웨스트 시드니 대학의 Susanne Gannon 교수는 “팬데믹 시기에 형성된 결석·등교 거부 습관이 여전히 남아 있으며, 학교에 가는 것이 ‘정상적’이라고 느껴지지 않는 문화가 만들어졌을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나는 이 말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실제로 팬데믹이 끝나고 등교가 재개된 직후, 우리 작은딸이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엄마, 학교는 꼭 가야 돼? 안 가면 편하잖아. 공부는 집에서도 배울 수 있잖아.”
장기간 집에서 편하게 원격수업을 하던 아이는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 준비하고 하루 종일 학교에서 수업을 받아야 하는 이유를 전혀 모르겠다고 불만 가득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런 딸에게 나는 이렇게 말했다.
“학교는 단순히 배우기 위해서만 가는 게 아니야. 네 말대로 집에서도 인터넷으로 배울 수 있는 건 많아. 하지만 사람은 혼자 살 수 없는 사회적 존재야. 학교에서는 지식도 배우지만, 친구들과 선생님과 어울리면서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거지.”
나는 팬데믹으로 인한 원격수업이 아이들뿐만 아니라 부모들에게도 ‘매일 학교에 가지 않아도 된다’는 인식을 남겼다고 생각한다. 물론 호주 부모들이 아이의 의견을 너그럽게 존중하는 문화에는 장점이 많다. 그러나 학교 교육은 아이가 성장하는 데 꼭 필요한 기반이다. 단순히 피곤하다고, 재미없다고, 조금 어렵다고 해서 결석을 허용하는 것은 아이들이 앞으로 살아갈 인생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학교와 교육청이 출석률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더욱 중요한 건 가정에서도 부모가 아이에게 살아가면서 꼭 해야 할 일들도 있다는 걸 알려주어야 한다. 때로는 힘들고 지루하고 어려운 과정을 버텨내는 경험을 하면서 아이들은 단단해지는 힘을 기르고, 어른이 되어서 힘든 시간을 만나서도 꿋꿋이 극복해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