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적어도 한 번쯤은 이유 없이 엉엉 울고 싶은 밤이 있다.'라고 A양은 믿는다. 오늘이 A양에게 그런 날이기 때문이다. 오늘 A양에게 어떤 일이 있었는가 하니, 별일 없었다. 어김없이 일곱 시 반에 일어나 간단한 아침을 먹고, 학교에 갔다. 길고 지루한 수업을 듣고, 칠천 원짜리 학식을 먹었다. 눅눅한 닭튀김이었지만, 나름 맛이 있었다. 날은 장마처럼 습했고, A양은 오후 수업을 들었다. 마지막 수업에 시험은 불친절하지만, 수업은 친절한 교수가 10분 일찍 끝마쳐주었다. 분명 아침까지만 해도 왠지 모를 의욕에 가득 차 마치 제 성공을 확신한 사업가와 같은 기분이었는데, 저녁이 되니 어떤 음울한 기운이 A양을 감싸고돌았다.
A양은 제 자신을 사랑하지만, 동시에 어려워한다. 남보다 자신을 더 어려워하는 A양은 때때로 본인조차 본인을 이해하지 못하곤 한다. 오늘 또 한 번, A양은 그 어려움 앞에 섰다. 방 문 앞에서 쪼그리고 앉아, 엉엉 울고 싶었다. 이유는 없었지만, 그렇게 하면 좀 기분이 나아질 것만 같았다. 잠깐 망설이던 A양은 두 무릎을 굽혀 앉았다. 방금까지만 하더라도 분명 울 것만 같았는데, 이상하게 눈물이 쏙 들어갔다. 허탈하게 웃으며 A양은 집에 들어갔다.
쿵, 하고 뒤어서 문이 닫히고 '띠리링'하는 도어록 소리가 들릴 때, A양은 천천히 제 뺨을 타고 흐르는 뜨거운 눈물을 알아챘다. 그다음은 아주 쉬웠다. 신발장에 주저앉아, '아빠 가지 마.'하고 우는 아이처럼 엉엉 울었다. 숨이 벅차게 차고, 콧물로 코가 막혔다. 맨손으로 눈을 벅벅 닦으며 그녀는 웃다가 울기를 반복했다.
'별 거 없는 하루에도 나는 왜 이리 나약할까.' 어쩌면 A양은 자신의 삶은 버텨내기의 연속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초록불이 되기를 기다리는 아주 찰나의 순간에 조차, A양은 도망치지 않으려고 애를 쓰고 있었다. A양의 마음속 깊은 곳에서 매 순간 그녀는 아주 먼 곳으로 도망치고 싶어 했다. 세상이 닿지 않는 곳으로.
A양에게 세상은 너무도 컸다. 그래서 궁금하지만, 그래서 무섭다. 어른이 된 A양은 제가 어디로 가도 도망칠 수 없음을 알고 있지만, 그래서 더 도망치고 싶었다. A양은 제게 세상을 끌어안을 강한 힘도, 넓은 마음도 없다고 생각한다. 다른 사람들은 어찌 그리 잘 지내기만 하는지 A양은 이해하지 못했다. 방긋방긋 웃으면서, 나름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면서.
그래서 A양은 그냥 믿기로 했다. 다들 살면서 한 번은 신발장에서 저도 모르게 눈물이 차올라서, 주저앉을 것이라고 말이다. 어떤 밤 하나 정도는 떠날 수 없는 세상에서 버텨내는 자신을 측은해하며 잠에 들 것이라고. 내일은 괜찮으리라 믿으며 잠에 드는 오늘, 그런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