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안에서의 짧은 단상

어디서부터 잘못 됐을까.

by 유녕


친구와 약속을 끝내고 273번 버스를 타고 신촌에서 광화문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버스 기사분이 유독 친절하셨다.

한 정거장에서 멈출 때마다 어디인지 본인 목소리로 이야기하고,

손님이 내릴 때마다 "안녕히 가세요."라 말씀하셨다.


그런데 버스 안 분위기가 영 이상했다.

사람들의 표정이 무언가 낯선 것 혹은 불편한 것에 부딪힌 느낌이었다.

'필요 이상의 친절'이라 느끼는 표정.

'버스 안에서 나 할 거(ex. 인터넷 서핑, 동영상 보기 등등)하고 있는데,

어차피 자동 안내 방송 나오는데 왜 저 사람은 필요 없는 소음을 만들까' 하는 그 표정.

기사 분이 "안녕히 가세요."라 말할 때 대답하는 사람을 적어도 내가 내리기 전까지는 보지 못했다.


희안하다.

미국 교환학생 시절을 떠올려보면,

많은 사람들이 버스에서 내릴 때 조금 목소리를 크게 내더라도 "Thank you"하면서 내렸다.

처음엔 낯설었는데 거기서는 그게 당연한 거였다.

학생이 아닌 사람들도 대부분 그랬다.

그런데 여기서는 버스 기사가 인삿말을 계속 하는 것도 이상하게 느껴지나보다.

속으로 찔려서 결국 내릴 때쯤 나는 버스 기사 분께 "감사합니다."라 말하고 내렸다.

버스 기사 분은 "네."라 대답하셨다.


집으로 가는 길에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우리는 '필요 이상의 친절''당연한 호의와 권리'로,

'진심 어린 호의''필요 이상의 친절'로 잘못 생각하는 게 아닐까.


그렇다면 어디서부터 어떻게 잘못된 것일까.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나를 안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