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에게 여백을

선물해주기로 했다.

by 유녕

결국은 이리 될 것을.

억지로 억지로 4전공 1교양을 다니던 지난 학기, 옆에서 6전공에 과 학생회를 병행하고 있던 친구가 ‘어째 너가 나랑 비슷한 강도로 바쁜 거 같냐’고 핀잔을 주었다. 설상가상 가족 문제로 어부지게 스트레스 받다가 지난 학기부터 2월까지 주욱 아팠다. 학기 중에는 심장 통증, 기말 끝난 크리스마스 연휴에는 연어회 먹고 체하질 않나, 설 연휴에는 독감…. 한번 건강이 망가지기 시작하니 연타로 얻어맞았다. 그 정도로 아팠으면 중도휴학이라도 때리지, 뭘 미련하게 학기도 끝까지 버티고 겨울계절학기 1교시를 들었는지.


휴학을 하기 전에 엄마랑은 오해를 풀었다. 내 예상과는 달리 미안하다고 했다. 나는 그런 말 한지도 까먹었다고. 잘못했다고. 그 말 한 마디에 너가 온 세상 걱정거리는 다 안고 있는 얼굴로 살 줄은 몰랐다면서. 엄마 아빠와 이야기를 하면서 휴학을 다시 하는 걸로 이야기는 마무리되었다. 9년 베스트프렌드가 자기 언니랑 같이 살 생각 없느냐며 보증금, 관리비 없이 월 20만원의 방을 제안했지만, 그건 물 건너갔고.


현재의 안락함을 버릴 자신도, ‘완전한’ 독립을 이루어낼 자신도 없었기 때문에.


그럼에도 내 스스로에게 여백을 선물했다. 진작에 했어야 하지만, 뿌듯하다. 그래서 지난번 휴학과는 달리 계획이 없다. 4월 즈음에 8년 베스트프렌드를 보러 싱가폴 여행, 6월에는 친언니와 유럽 여행을 가겠다는 것 빼고 실용적인 계획은 현재 없다. 언젠가는 토익 점수도 다시 따야겠지만 조금 미룰래.


지금은 영화와 휴식, 자유와 고민, 음악과 책, 취미를 즐기고 멍 때릴 시간을 스스로에게 선물해주고 싶어.

이런 기회가 언제 다시 올지 모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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