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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녕 Oct 05. 2020

요즘 음악을 찾아 듣지 않아

그렇다고 지루한 어른이 되기는 싫어

유아와 디어클라우드 사이


지금도 음악을 좋아하지만, 예전에는 음악을 찾아들었다. 지루한 일상 속에서 음악을 찾아 듣는 게 활력이던 시절, 중고등학생 때의 나는 자의식이 꽤나 과했다. 다른 아이들과 다르게 인디 음악과 힙합을 좋아한다는 자부심이 가득하던 시절. 다들 동방신기, 슈퍼주니어, 엑소 중 최애가 누구냐고 묻던 시절에 나는 교실에 아무도 모르던 노래들을 들었다. 홍대 요정이라고 불리던 타루, 힙합 쪽으로는 소울컴퍼니/가리온 등의 노래를 매일매일 mp3로 듣던 기억. 그때는 국내 차트에 있던 노래들보다는 인디 음악이나 팝이 더 멋있어 보였다. 네이버 뮤직에서 이번 주의 노래를 매번 찾아 들으면서 내가 모르는 노래와 가수들을 찾으면 얼마나 재미있던지. 드라마 <궁> OST로 유명했던 두번째 달, 예전이나 지금이나 이상향인 양방언 선생님까지 지금까지도 영향을 주는 뮤지션들이 많았다. 


그러나 요즘의 나는 청개구리인듯하다. 남들이 아이돌 음악을 들을 때는 인디나 힙합 음악 들으며 겉멋을 피우더니, 또래들이 슬슬 아이돌에서 거리가 멀어질 즈음에는 아이돌 음악을 듣고 있다. 물론 여러 가지가 변했다. 드라마와 예능 PD를 꿈꾸다 보니 더 이상 케이팝을 취미로만 바라볼 수 없고, 이제는 아이돌을 직업인이자 전문인으로 볼 수 있게 된 탓이 크다. 대학에 와서 페미니즘과 여러 가지 지식들을 배우다 보니, 예전보다도 자의식으로 똘똘 뭉친 트랩 국내 힙합은 더 이상 트렌드를 따라가기 벅찬 것도 있다. 


그래서 내 플레이리스트는 과거와 현재가 뒤엉켜있다. 한쪽에는 어느 시대에서 움직이지 않은 인디 음악과 힙합 음악들이 있다. 비가 내리는 날에는 더콰이엇과 피타입의 <Take the Q Train> 리믹스를 듣고, 지금처럼 가을바람이 솔솔 부는 날에는 아직도 집에 2집이 있는 디어클라우드가 생각나고는 한다. 중고 음반 시장에선 디어클라우드 2집이 꽤나 비싸지만 영영 안 팔 생각이다. 대학을 다니던 어느 힘든 날, 연말 디어클라우드 콘서트에 혼자 가서 울던 나 자신을 기억하기 때문이다. 


다른 한 편에는 최신 케이팝이 두둠칫 거리고 있다. 케이팝의 귀한 여성 솔로인 선미, 청하의 노래부터 나의 월요일 웃음을 책임지고 있는 세븐틴(고잉세븐틴 넷플릭스 진출해), 일부러 아껴듣는 (여자)아이들과 뒤늦게 꽂힌 오마이걸 유아의 솔로 앨범이 플레이리스트에 있다. 예전처럼 음악을 일부러 찾아 듣지 않아 게으른 플레이리스트가 꼭 싫지는 않다. 일부러 음악을 찾아 듣기에는 신경 쓸 게 너무 많아졌다. 그래도 가끔은 그립다. 지금처럼 유튜브가 빅스, 숨듣명을 추천하지 않아도 음악을 즐기던 시절이 가끔씩 그리워지기는 한다. 


이대로 지루한 어른이 되는 건가. 아니, 진짜 어른이 되는 날이 오긴 할까


가을 탄다고 하기에는 허하다



그때나 지금이나 음악을 들을 때의 공통점은 있다. 

밖에 나와서 공허함을 참지 못할 때 음악을 듣고는 한다. 

그리고 가슴이 허할 때 음악을 듣는다. 


이번 추석 연휴의 첫 이틀 동안은 쓰러져서 잠만 잤다. 뭘 했기에 그렇게 쓰러졌냐고 하면, 전과 다를 바는 없다. 그저 올해도 견디기 힘들었을 뿐이다. 드라마 <이어즈 앤 이어즈>보다도 더 안 좋은 현실, 그리고 하필 이 시기에 대학 졸업할 예정인 나. 처음에 꿈꾸었던 콘텐츠와 드라마는 조금씩 가물가물해지고 연이은 자기소개서와 면접만 툭툭 눈앞에 던져질 뿐. 그리고 여전히 나에게 하나도 도움이 안 되는 말들. 


나에게는 잔소리나 충고는 필요치 않습니다. 

그대가 하는 충고는 나에게는 필요 없는 말일 수도 있습니다. 

말하기 전에 한 번만 다시 생각해주세요. 

나에게는 충고보다 따뜻한 식사 한 끼가 더 낫습니다.


그저 비어있는 말들이  안에 가득 차서 속이 허할 뿐입니다


커다란 무지개 타고 놀래


이렇게 비어있는 말들로 가득한, 지루하고 비루한 어른이 되어버리는 걸까. 그래서 내가 새로운 걸 찾지 않는 걸까. 아니, 오래된 것들에서도 새로운 점은 찾을 수 있다. 추석 파일럿 방송으로 나왔던 문명특급 숨듣명 콘서트가 그랬듯이. 이것도 저것도 아닌 회색지대의 시간을 지나가고 있을 지라도, 무채색 아래 놓인 무지갯빛을 결국은 찾아낼 테니. 


그렇게 회색지대의, 

개와 늑대의 시간을 지나가고 나면 

드넓은 들판이 기다리고 있다고 믿을래. 


let me go let me go back then
여기는 너무 무채색
어제 그 밤과 different ey
abracadabra
let me go let me go back then
탁 트인 들판 위 달리고 뛰어 숨차게
abracadabra

나른해 기분이 이상하네
더 놀고 싶어 하루종일
커다란 무지개 타고 놀래
그다음엔 어딜 갈래
날아서 어디든 닿을 듯해 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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