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

by 김지현

마을버스 정류장에 앉아 있는데 누가 내 다리를 툭 쳤다. 요다였다. 마을버스를 타러 나갈 때마다 요다가 부리나케 쫓아 나와 정류장 주위를 맴돌았다. 나와 같이 다니고 싶어하는 것 같았다. 같이 산책을 해보기로 했다.

집을 나서자 예상대로 요다가 따라 나왔다. 요다가 뒤따라오는 걸 확인하면서 마을버스 정류장을 지나 계속 걸었다. 요다는 행인들을 피해 주차된 차 밑으로 숨었다가 행인들이 가고 나자 차들 밑을 지그재그로 뛰어 나를 따라왔다. 사람이 없는 골목을 찾아 들어갔다. 나는 골목길을 걷고 요다는 담 위를 걸었다. 담 위를 그토록 우아하게 걷는 존재와 같이 걷게 되다니 근사했다. 그날 이후로 우리는 자주 같이 다녔다.

고양이와 다녀보면 개가 얼마나 같이 다니기 편한 상대인지 알게 된다. 개는 사람과 같은 길로 다니기 때문에 같이 다닐 때 서로 보조를 맞추기 쉽고, 낯선 사람이나 장소에 대한 두려움이 크지 않아 개의 출입을 막는 곳이 아니라면 어디든 같이 갈 수 있다. 반면에 고양이는 길로만 다니는 게 아니라 차 밑이나 담장과 지붕 위로 다녀서 보조를 맞추기 쉽지 않고, 낯선 사람이나 장소를 극도로 경계하는 성격이라 같이 갈 수 있는 곳이 몹시 제한적이다. 신화의 어느 여신은 제비, 장어와 같이 여행했다고 한다. 제비는 그렇다 쳐도 장어와 어떻게 같이 다녔을까?

요다와 다니려면 사람 없는 골목을 찾아다녀야 한다. 그런데 서울 한 복판에 사람 없는 골목이 있을 리 없다. 그날도 골목을 걷다가 담벼락에 페인트칠하는 할아버지와 마주쳤다. 할아버지를 피해 왔던 길을 되돌아가는데, 다른 집 대문이 열리면서 지팡이를 짚은 할머니가 나왔다. 요다가 여차하면 도망갈 태세를 취했다. 나는 할머니가 모른 척하고 그냥 지나가 주길 바랬다. 하지만 할머니는 요다에게 말을 시키며 다가갔고, 요다는 겁을 집어먹고 지붕 위로 도망쳤다. 그런 요다가 답답했다. 할머니가 뭐가 무섭다고. 이제 사람들이 자신을 해치지 않는다는 걸 알 때도 되지 않았는가 말이다. 할머니가 빨리 가야 요다가 돌아올 텐데 할머니의 걸음걸이는 느리기만 했다.

골목을 지나 성곽에서 아는 고양이를 만났다. 요다가 그 고양이를 따라갔다. 내가 그 뒤를 따라가는데, 고양이들이 2미터 높이의 낭떠러지를 뛰어내려갔다. 낭떠러지 앞에 서서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눈앞이 아찔하면서 오금이 저렸다. 떨어질 위험은 없었다. 그러나 이성적 판단은 겁에 질린 신체 반응을 잠재우지 못했다. 좀 전에 할머니 앞에서 요다도 그랬겠구나 싶었다. 요다를 답답하게 여긴 게 미안했다. 요다가 점점 멀어지고 있었다. 나는 낭떠러지에서 한 발짝 물러서서 요다를 소리쳐 불렀다. 요다가 멈춰 서서 뒤를 돌아보더니 잠깐 망설이다가 들판을 가로질러 낭떠러지를 날듯이 뛰어올라왔다.

낭떠러지를 뛰어올라오는 요다. 점프하는 표정이 물속을 헤엄치는 물고기나 하늘을 나는 새의 그것처럼 편안하다. 그러고 보니 ‘편안하다’와 ‘자유롭다’는 하나의 상태의 다른 표현.


이전 04화너무도 만지고 싶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