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김지현

밖에서 고양이 우는 소리가 들렸다. 나가 보니 야적장에 처음 보는 고양이가 있었다. 눈동자가 파란 샴 고양이 잡종이었다. 몸집이 작은 게 아직 새끼 같았다. 샴은 나를 보더니 후다닥 달아나 저만치 가서 눈치를 봤다. 다음 날도 그 다음 날도 샴 우는 소리가 들렸다.

샴과 찰리

찰리와 공터를 어슬렁거리는데 샴이 우리 주위를 맴돌았다. 찰리를 따라다니는 거였다. 샴은 내 눈치를 보면서도 찰리 곁을 떠나지 않았다. 찰리가 다가가니까 샴이 바위에 몸을 비볐다. 바위나 기둥에 몸을 비비는 건 고양이가 흔히 하는 행동이다. 그런데 그 동작이 여느 경우보다 집요했다. 찰리가 바위에 올라가 장난을 걸었지만, 샴은 누운 채 몸을 비비길 멈추지 않았다. 나는 그 행동의 의미를 알지 못하면서도 샴이 한껏 달아오른 애마부인 같다고 생각했다. 찰리가 바위에서 내려와 엉덩이에 얼굴을 갖다 대자 샴이 꼬리 뿌리를 옆으로 말아 올리며 성기를 적극적으로 노출시켰다. 샴은 발정 난 암컷이었다.

고양이는 내성적이고 보수적인 동물이다. 좀처럼 자기 영역을 벗어나지 않으며 낯선 상대에게 들이대는 짓 같은 거 하지 않는다. 그런데 짝짓기철이 되면 성격이 돌변해 홈그라운드를 벗어나 멀리까지 가고 낯선 고양이에게 밑도 끝도 없이 들이댄다. 짝짓기철에는 모든 생명이 모험심 넘치고 외향적인 성격으로 돌변한다. 초록의 숲에 묵묵히 파묻혀 있던 식물들은 초록과 대비되는 화려한 색의 꽃을 피워 곤충을 불러들이고, 말 잘 듣던 아들딸들은 한껏 꾸미고 나가 밤거리를 누비다 사랑에 빠져 야반도주를 감행하는 것이다.

발정기마다 온 동네 수컷들을 거느리고 다니는 흑두건과 달리 샴은 통 인기가 없었다. 얼룩소와 고소영은 샴을 본 척 만 척했고 그나마 샴을 상대해주는 찰리의 태도도 적극적인 것과 거리가 멀었다. 고양이의 세계에선 새끼를 낳은 적 있는 연륜이 있는 암컷이 인기라던데 샴은 내 보기에도 너무 작고 볼품없었다. 새끼가 새끼를 낳는 격이니 어쩌자고 저리 일찍 발정이 온 것인지. 샴은 보기 안타까울 정도로 몸이 달아 찰리 주위를 맴돌았지만, 철딱서니 없는 찰리는 자꾸 내 무릎에만 올라와 앉으려 들었다.

다음 날은 눈이 와서 안 나가고 그 다음 날 나가보니 샴이 사라지고 없었다. 원하는 것을 얻고 나자 돌연한 열정에서 깨어나 저 살던 곳으로 돌아간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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