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밖에 눈이 내리고 있었다. 첫눈이었다. 날이 추워지는데 몇 주째 찰리가 보이지 않았다. 하니 때문이었다.
하니는 흑두건이 목사 집 지붕 위에서 낳아 기른 새끼다. 흑두건은 하니가 어느 정도 크자 혼자 지붕에서 내려가버렸다. 내가 날라다 주는 밥을 먹으며 두 달 가까이 지붕에서 혼자 지내던 하니는 어느 날 홀연히 골목에 나타났다. 고독한 유년기를 보낸 탓에 어둡고 내성적인 성격일 줄 알았는데, 형광등 백 개를 켠 듯 밝은 성격이었다. 찰리와 고소영을 쫓아 팔랑팔랑 뛰어다니는 모습이 나비 같았다.
제 살길을 찾아가도록 하니에게 더는 밥을 주지 않을 결심이었다. 그런데 고양이들에게 밥을 줄 때마다 하니가 득달같이 나타났다. 하니는 밥 먹는 고양이들의 머리를 제 머리로 밀치고 밥을 뺏아 먹었다. 누가 핏줄 아니랄까 봐 하는 짓이 찰리와 똑같았다. 하니는 일 년 전 찰리가 했던 행동을 그대로 되풀이했다. 죽자고 큰 고양이들을 쫓아다니는 것까지도. 찰리는 하니를 피해 다른 곳으로 가버렸고, 현관문을 열고 나가면 하니가 야옹거리며 나타났다.
찰리가 떠나 버리다니. 찰리는 하루에도 몇 번씩 창가에 와서 나를 부르곤 했다. 그때마다 나는 부리나케 뛰어나갔고, 찰리도 내가 부르면 열 일을 젖히고 왔다. 추운 날에는 옷을 껴입고 마당에 나가 찰리를 무릎에 앉히고 책을 읽었고, 여름에는 옥상 평상에 같이 누워 팟캐스트를 들었다. 우리는 같이 골목을 걸었고 인적이 드문 깊은 밤에는 멀리 성곽까지 걷기도 했다. 그런 날이 언제까지나 계속될 줄 알았다. 그런데 찰리가 떠나버린 것이다. 나를 부르는 소리를 듣지 못할까 봐 추운 날씨에도 창문을 열어놓고 지냈지만, 찰리는 돌아오지 않았다. 별의 별 생각이 다 들었다. 어딘가 구석에 처박혀서 앓고 있는 찰리의 모습이 자꾸 떠올랐다. 다행히 그건 아니었다.
산책하는데 계단 아래로 검정고양이가 지나갔다. 찰리였다. 내가 소리쳐 불렀더니 찰리가 돌아보고 야옹거리며 아는 체를 했다. 하지만 다가오지는 않았다. 내가 부르는데 찰리가 오지 않는 건 처음이었다. 찰리는 철조망 밑을 지나 빈집으로 들어가 풀밭에 드러누웠다. “찰리!” 나는 철조망에 매달려 소리쳤다. 그러나 찰리는 들은 척 만 척하고 볕을 쬈다. 한참 만에 철조망 밖으로 나온 찰리를 어르고 달래가며 집으로 데려왔다. 마당에 하니가 있었다. 하니를 피해 찰리를 집안으로 데리고 들어갔다. 찰리는 밥 먹고 물까지 다 마시고 나서야 내가 아는 다정한 성격으로 돌아왔다. 코 고는 것처럼 큰 소리로 골골대는 찰리의 옆에 누웠다. 수컷 특유의 노린내가 코를 찔렀다. 참고 누워있는데 초인종이 울렸다. 찰리가 그 소리를 듣고 일어나 창가로 갔다. 나가겠다는 거였다. 창문을 열어줬다. 찰리가 나가자마자 하니가 달려들었고, 찰리는 또 어딘가로 가버렸다.
“까만 괭이 찾았어?”
마을버스를 타러 나갔다가 버스가 안 와서 노인정까지 한 정거장을 걸어 올라갔더니 아랫집 할머니가 정류장 의자에 앉아서 쉬고 있었다. 내가 찰리가 없어졌다고 찰리를 못 봤냐고 물은 뒤로 할머니는 나만 보면 찰리의 안부를 물었다.
“못 본 지 벌써 두세 달 됐어. 어디 가서 죽은 거 아녀?”
“그건 아니에요. 제가 저 밑에서 한번 봤어요. 근데 저를 모른 체하더라고요.”
“문 열어 놓으면 우리 마루까지 들어와 돌아다니고 고기 먹으면 마당에 와서 쳐다보고 그랬어. 우리 막내가 고기 먹으면 한점씩 주고 그랬거든. 근데 싸가지없이 모른 체 한디야?”
할머니와 더 얘기를 하고 싶었는데 마을버스가 왔다.
‘아랫집 할머니가 저 위에서 찰리 봤대. 노인정 근처 통장이 밥 주는 곳에 있대.’ 몇 시간 후 진우에게 카톡이 왔다. 할머니가 정류장에 있다가 통장이 밥을 주는 고양이 무리에서 찰리를 본 것 같았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노인정 근처를 둘러보았지만, 찰리는 없었다.
다음날도 노인정 근처에 가보았다. “찰리!” 하고 이름을 부르자 어딘가에서 야옹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소리 나는 쪽을 보니 나무더미에서 찰리가 기어 나왔다. 이어서 근처에 있던 고양이들도 우르르 달려왔다. 통장이 밥 주러 온 줄 안 것이다. 고양이들이 다 잘 먹어서 토실토실했다. 내가 집에 가자고 앞장서니까 찰리가 졸졸 따라왔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사료를 줬다. 사료를 먹는 찰리의 숨소리가 거칠었다. 살펴보니 코에서 콧물이 흘렀다. 몸을 따뜻하게 해주려고 안아서 집안으로 데리고 들어갔다. 현관문을 닫으니까 찰리가 겁을 집어먹고 악을 쓰면서 바닥에 오줌을 줄줄 쌌다.
매일 찰리를 데려다 밥을 먹였다. 그런데 찰리가 골골 소리를 내지 않았다. 멜로 드라마의 테마음악처럼 우리 사이에서 항상 울려 퍼지던 그 소리가 들리지 않다니. 시끄러워서 못 들었나 싶어 찰리의 몸에 귀를 바싹 대 보았지만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까만 괭이 요새 일루 다니지? 어제도 여기 왔길래 내가 야 너 오랜만에 보니까 반갑다 그러고 인사했어.”
집 앞에서 아랫집 할머니와 마주쳤다.
“걔가 변했어요.”
“맞아, 전에는 마당에서 나를 이러구 쳐다봤는데 못 본 척하고 가버리대.”
찰리는 예전의 찰리가 아니었다. 덩치가 훌쩍 커지고 목이 두꺼운 게 다 큰 수고양이가 돼 있었다. 골목을 걷다 보면 무뚝뚝한 얼굴로 동네를 누비고 다니며 스프레이하는 찰리와 마주쳤다. 오줌을 갈길 때마다 눈을 지긋이 감은 채 치켜든 꼬리를 부르르 떠는 모습이 느끼했다.
언젠가부터 내가 데리러 가지 않아도 찰리가 하루에도 몇 번씩 집에 왔다. 하니 때문이었다. 밭에 드러누워 눈을 감고 바닥을 뒹구는 하니의 모습이 80년대 토속 에로물에 나오는 정윤희처럼 농염했다. 찰리는 수시로 하니의 등에 올라타 목덜미를 물었고, 하니는 여러 날을 목덜미가 젖은 채 돌아다녔다. 하니의 발정기가 끝나자 찰리는 발길을 뚝 끊었다.
어느 날 집 앞에서 찰리와 마주쳤다. 찰리는 긴장하는 것처럼 보였다. 나는 얼른 대문을 열며 안으로 들어오라고 불렀다. 찰리는 멀찌감치 서서 머뭇거리다가 내가 사료를 가져다 보여주니까 안으로 들어왔다. 밥 먹는 찰리를 지켜보다가 그 옆에 앉았다. 흠칫 놀라 물러서는 찰리의 눈에 경계심이 가득했다. 찰리는 밥을 다 먹자마자 뒤도 돌아보지 않고 가버렸다. 그게 내가 본 찰리의 마지막 모습이다.
아침에 일어나 컴퓨터를 켰더니 모니터 하단에 사진 한 장이 떴다. 원드라이브에서 제공하는 1년 전 사진이었다. 찰리가 옥상 평상에 누워있는 내 배 위에 엎드려 있었다. 골골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사진을 보며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갈 수 없으리라는 생각에 마음 아팠다.
그게 목요일의 일이었는데, 토요일 저녁에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수화기 너머에서 어떤 여자가 검정고양이를 키우지 않냐고 묻더니, 그 고양이가 산 아래 도로에서 차에 치어 죽었다고 했다. 찰리가 안 보일 때마다 어디 가서 죽은 건 아닌지 걱정했지만, 교통사고를 걱정한 적은 없었다. 우리 동네는 차선이 하나 밖에 없고 차들이 천천히 다니는 편이라 그런 사고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찰리가 안전하고 익숙한 동네를 놔두고 산 아래 도로까지 내려갔다니 이해가 되지 않았다.
전화를 끊고 진우와 같이 수백 개의 계단을 걸어 내려갔다. 전화했던 캣맘이 산 아래 도로변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의 옆에 다이소 상자가 놓여있었다. 찰리가 든 상자였다. “열흘 전에 플렘므에서 아이를 처음 봤어요. 저기서는 아이를 히틀러라고 불렀어요.” 캣맘이 길 건너의 카페를 가리키며 말했다. 2층 양옥집을 개조한 카페였다. 캣맘의 말에 따르면 사고가 난 건 그날 오전의 일이었다. 찰리는 주차된 차 밑에 있다가 손님으로 온 아이가 달려드는 바람에 놀라 도로로 튀어나갔다. 발렛 기사가 도로변 화단에 묻은 걸 저녁에 캣맘이 와서 도로 팠다. 캣맘은 찰리가 하고 있던 목걸이가 불편할 것 같아서 가는 길이라도 편하게 보내주고 싶었다고 했다. 목걸이는 내가 머리 묶는 고무줄로 만들어준 거였다. 그 얇은 줄이 불편할 것 같아 묻은 걸 도로 팠다니, 그 마음이 잘 헤아려지지 않았다. 캣맘은 목걸이를 자르다가 팬던트가 몸 사이로 들어가 찾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나는 무서워서 찰리가 든 상자를 들여다보지도 않았는데, 그는 죽은 찰리가 배길까 봐 딱딱해진 몸을 뒤져 팬던트를 찾아냈다. 그리고 단순한 장식으로만 여겼던 장난감 반지에서 내가 쓴 전화번호를 발견했다. “찾기 힘들어서 포기할까 했는데, 포기했다고 생각하면 아찔해요. 아이가 엄마 아빠를 찾아서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요.” 캣맘은 그 말을 몇 번이나 했다. 뒤도 안 돌아보고 가버리던 찰리의 마지막 모습이 떠올랐다. “찰리가 아무 데나 묻히지 않고 태어나 살던 곳으로 돌아갈 수 있게 돼서 너무 다행이에요.” 진우도 그 말을 하고 또 했다. 찰리에게 떠나온 동네에 대해 미련이나 애착이 있을 것 같지 않았다. 거기에 돌아가 묻히는 데 의미를 둘 것 같지도 않았다. 그러나 우리에겐 그게 중요했다. 우리는 상자를 안고 수백 개의 계단을 거슬러 올라와 찰리를 집 앞에 묻었다.
다음날 도로에 다시 내려가 보았다. 신호등 없는 길을 건너면서 빠르게 달리는 차들이 거대한 포식자처럼 느껴져 오금이 저렸다. 일요일이라 그런지 카페의 야외 테이블에는 오전부터 빈자리가 없었고 주차장은 들락날락하는 차로 붐볐다. 발렛 기사에게 찰리에 관해 물어보았다. 그는 두 달 전부터 찰리를 봤다고 했다. 두 달 전이면 하니의 발정기가 끝났을 즈음이었다. 찰리는 또 다른 암컷을 쫓아 그 도로를 건넜던 것일까. 주차장에서 우리 동네가 있는 건너편 산 꼭대기를 올려다보았다. 거기까지 150m나 될까. 산꼭대기에서 산비탈을 지나 집 한두 채만 지나면 바로 도로였다. 산비탈을 맴돌던 수고양이들이 자꾸 어디로 사라지는지 그제야 알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