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동과 같이 늙어가며

동동 제7화

by 김지현

2017년 추석에 대림동 집에 가서 동동을 만났다. 일 년 만이었는데, 곧 죽을 것만 같았던 동동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쌩쌩해져 있었다. 그날도 산책을 못 했는데, 내가 다리가 아파서였다.


동동이 많이 걸어도 안 되고 뛰어도 안 되고 계단을 오르내려도 안 된다는 말을 들었을 때 나는 의사(또는 중간에서 그 말을 전달한 엄마)가 위험을 과장하는 것으로 여겼다. 그처럼 쉬운 동작이 무리가 된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그러다 내가 아프게 되고 나서야 그 모든 동작이 무리가 될 수 있다는 걸 이해하게 됐다. 넘어져 다리를 다친 뒤로는 오랫동안 동동을 만나지 못했다. 대중교통으로 대림동까지 가는 게 엄두가 나지 않았다.


엄마가 고양이를 키우면서부터였다. 엄마와 전화할 때면 나는 동동의 안부가 아니라 고양이의 안부를 물었고, 우리는 동동 얘길 하던 것과 똑같은 열정으로 고양이 얘기를 하게 됐다. 문득 너무 오래 동동의 안부조차 묻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면 동동의 안부를 묻기도 했다. 그러나 동동 얘길 할 때면 몸져누운 지 오래된 나이 든 친척 얘길 할 때처럼 기분이 가라앉았다. “동사무소에 안고 갔는데 안긴 채로 오줌을 쌌대. 걔가 얼마나 체체한 애니. 자기도 놀랐겠지. 아유 가엾어 죽겠어.” “병원에서 걔랑 같은 병으로 치료받던 애들은 다 죽었대. 다 죽고 동동만 남았대. 요새는 귀도 안 들리고 눈도 잘 안 보이고, 늙으면 누군 안 그러니.” “막내가 영정 사진을 찍어놓으면 오래 산다 그래서 영정사진을 찍어놨대. 근데 오줌 싸고 똥 싸고 그러면서 오래 살면 뭘해.”

다리가 아파서 동동을 못 만났다고 했지만, 실은 다리가 아픈 게 동동을 만나지 않는 핑계가 됐다. 동동과 같이 있는 게 예전만큼 좋지 않았다. 때때로 동동이 그립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것도 동동에 대한 그리움이라기보다는 우리가 함께했던 시절에 대한 그리움이었다.


2019년 여름, 대림동에 갔다. 일 년 만이었다. 현관에 나온 동동은 나를 알아보지 못하는 것 같았다. 멍하니 서 있다, “동동”하고 부르니 그제야 반가워했다. 동동은 예전처럼 껑충껑충 뛰어오르는 대신 가만히 내 손을 핥았다. 긴 인사가 끝나자마자 나가자고 했더니 동동은 기쁨의 비명을 지르며 나를 재촉했다.


계단을 내려갈 때 동동을 안아야 하는데, 나도 다리가 좋지 않았다. 망설이는 동안 동동이 앞장 서 계단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밖에 나와서도 우리는 어디로 갈지 잠깐 서로의 눈치를 살폈다. 학교 운동장은 외부인이 들어갈 수 없게 된 지 오래였다. 내가 머뭇거리자 동동이 도로변 인도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 동동은 눈에 띄게 배가 불렀다. 복수가 찬 것이다. 배가 나왔다고는 해도 동동의 모습은 예전과 달라진 게 없었다. 얼굴은 변함이 없고 털도 보드라웠다. 그런데 움직임이 달랐다. 무겁고 느리고 딱딱하고 무표정했다. 태도도 달라졌다. 전에는 어디든 내가 가자는 데로 따라다녔는데, 이제는 자기가 가고 싶은 데로만 가려고 했다. 거절도 잘 했다. 싫으면 무표정하게 버티고 서서 안 움직였다.


7월이었다. 더운 날씨에 동동을 계속 걷게 해도 될까? 나는 이제 동동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었다. 앉아 쉬려고 근처 공원에 갔다. 손바닥만 한 공원에는 벤치마다 노인들이 자리를 잡고 앉아 있었다. 그중 한 노인이 동동을 보더니 큰 소리로 말했다. “이 개가 나이가 들었네. 나이가 든 게 보여.” 그늘에 앉았다. 시원했다. 나는 좀 더 앉아 있고 싶은데, 동동은 한 자리에 머물고 싶어 하지 않았다. 동동에게 이끌려 공원을 나오는데 아까 그 노인이 또 큰 소리로 말했다. “이 개가 나이가 들었네. 나이가 든 게 보여.”


나는 다리가 아파 앉을 곳만 찾는데, 동동은 계속 더 가자고 했다. 동동이 걷고 싶어 하는 만큼 계속 걷게 해도 괜찮을까? 동동은 숨이 가쁘거나 힘들어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나는 다리가 아파 더 걷기가 힘들었다. 그리 먼 거리가 아닌 데도 집으로 가는 길은 멀기만 했다. 집 앞에 이르자 동동은 언제나처럼 집에 들어가지 않으려고 버텼다. 동동을 안았다. 배가 불러서 무거울 줄 알았는데 가벼웠다. 빈 통을 안은 것 같았다. 집에 들어가서도 동동은 계속 서 있었다. 또 나가자고 그러는 건지 서 있는 게 편해서 그러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그날 집에 돌아와서 나는 조금 울었다. 우리가 함께했던 시절이 아주 사라지고 말았다는 상실감 때문이었다.


#강아지 #반려동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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