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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꼬빙 Feb 13. 2020

책 읽기, 이래서 추천하는 건가요?

무료여서 시작한 독서가 끄적이며 읽다 보니 참 재미납니다.


 초등학교 시절에는 밥도  먹으며 책을 읽었었는데, 중학교 입시가 시작되고부터는 책이 싫어졌다. 당장 영어 단어 외우는  중요하고 잠자는 시간마저 모자란데 느긋하게  읽을 시간이 없었다. 고등학생이 되자  심해졌다. 정말 목숨 걸고 공부를 했고 논술이라는 시험 때문에 진짜 책을 읽는 게 아니라 요약본을 봤다. 인생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다. 대학생이 되고 일을 하면서  거리가 많았다. 악기도 배우고 춤도 배우고 영화도 보고 전시회도   있고, 맛집 탐방, 그리고 빵집 투어, 여행 등등 놀거리는 풍부했다. 1년에   글자 보지 않는 날이 많았다. 결혼 후에도 신랑이랑 노닥거리며  심심하면 카페를 가면서 영화를 보면서 책을 멀리했다.


 지금은 신랑과 카페를 가기도  편히 영화관을 가기도 살림이 넉넉하지가 않다. 그래서 처음에는 TV 봤다. 올레티브이를 연결해  덕분에 무료로   있는 드라마와 영화가 많았고 영화관 대신 시간을 보내기 좋았다. 집에서 내가 원하는 장면에서 멈추기도 하고 화장실을 다녀오기도 편하고 재미도 있고 시간도  갔다. 그런데 점점 재미가 없어졌다. 멋있고 예쁘고 좋긴 하지만  삶과는  다르게 유난히 화려하고 반짝여 보이는 모습들, 동화 같이 현실의 부분들이 생략된  모습들이  재미가 없었다. 예능도 시큰둥해졌다. 남이 하는 여행 구경, 남이 먹는  구경이 신나지가 않았다. (사실 내가 여행 가고 싶고 내가 직접 먹고 싶었던 게 아닐까 싶다.)


 돈은 없고 밖에 나가면  돈이어서 마땅한 선택지가 없을 무렵 문뜩 도서관이 생각났다. 여름이면 쾌적한 에어컨이  나오고 깨끗하고 겨울에도 따뜻한 편이며 게다가 공공기관이라  대여가 무료다. 그리고 컴퓨터도 무료로 사용이 가능하다. 카페 갈 돈이 아깝기도 하고 드라마나 예능도 지겨워지면서 도서관을 찾았다. 그리고 책장을  둘러보고 관심이 가는 책들을 슬슬 빌려왔다. 처음에는 욕심에 가득 차서 읽지도 못할 책을 잔뜩 빌려오고  읽지 못하고 그대로 반납을 했다. 고등학교 시절 나는 뭔갈 쓰면서 공부해야 머리에 들어오는 타입이었는데 책을 읽을 때도 그랬다. 그런데  쓰기가 귀찮기도 하고 노트에 기록해도  쓰면 버리게 돼서 그냥저냥 몸만 도서관에 왔다 갔다 했다.


 2020 정말  마음을 먹고 아이패드를 구매하고 집에서 사용하면서 용량이 허락하는  무제한으로   있는 전자노트를 구매했다.  맘대로 스티커도 만들  있고 사진 이동도 자유롭고  글씨체가 그대로 화면에 구현되는 것도 좋았다. 그냥 아이패드를 가지고 노는  자체가 흥미로웠다. 일상을 기록하는  한계가 있어서 아이패드로 독서 노트를 만들었다. 앞에  표지를 붙이고 뒤에는 책에서 인상 깊은 내용이나 이해가  되지 않는 것들을 적기도 하면서 천천히 책을 씹어 먹는 느낌으로 읽어나갔다. 모르는 용어는 하나씩 찾아  노트에 붙여 넣기를 하며 읽었다. 재밌다! 어려워서  읽지도 못하는 경제 관련 책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읽었다. 지금은  두꺼워 보이는 책을 붙잡고  아이패드로 끄적이며 읽고 있다. 간간히 모르는 사람이 나오면 검색도 해보고 용어들도 찾아서 복사-붙여 넣기도 하며 즐겁게 책이 읽힌다.


 돈이 없는데   없어서 시작한 독서다. 그런데 재미있어서 뭔가 좋다. 고작    끝까지 읽었을 뿐인데 정말 뿌듯하고 내가 1cm 성장한 느낌이다. 쾌적한 도서관이 근처에 있는 것도  무료로 책을 빌릴  있는 것도 감사하게 느껴진다. 한쪽 문이 닫히면 다른 문이 열린다는  영화관, 전시회를  가는 대신(물론  수는 있다만 그렇게 까지 가고 싶지 않은 마음이 크다.) 독서가 시작되었다. 외벌이 시절을 버티며   독서의 세계에  빠져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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