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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꼬빙 Apr 05. 2020

절약을 잠시 멈추고 있습니다.

이제 외벌이를 넘어 무벌이, 그래도 살아볼게요.

글을 업데이트하지 않은지 거의 4주가 다 되어 갑니다. 글을 올릴까 말까 고민했던 이유는 바로 저의 ‘임신’입니다. 일단 임신 초기 잘못되는 경우를 많이 보았고 어찌 될지 모르는 상황이라 글을 올리는 게 망설여졌습니다. 지금도 조금씩 마음을 졸이며 시간이 가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제 좀 있으면 꽉 찬 결혼 4주년이 됩니다. 아이를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임신 준비를 하면서 쉽지 않을 거란 병원의 진단도 받아 무척 심란해하던 중 아이가 기적처럼 저희 부부에게 왔습니다.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이 아이는 뱃속에 있는데 제 절약 생활을 많이 바꿔놨습니다.


첫 번째로 입덧을 하면서 집밥을 해 먹는 게 굉장히 힘들어졌습니다. 처음에는 먹고 싶은 것이 이것저것 많아졌습니다. 임신 전에는 잘 참던 것이 꼭 먹고 싶어 지면서 주문을 해서 먹고 또 몇 수저 뜨지 않았는데 순식간에 입맛이 없어지더라고요. 방송에서만 보던 것이 실제일 줄은 몰랐습니다. 밤에 갑자기 막국수가 먹고 싶어 지기도 하고 아직 수박이 제철이 아닌데 수박이 너무 먹고 싶어 온라인으로 3만 원에 가까운 수박을 주문하기도 했습니다. 몸에 좋지 않은 거 아는데 그간 잘 먹지 못했던 피자, 햄버거, 치킨이 왜 그렇게 먹고 싶은지 이와 동시에 저녁만 되면 헛구역질이 엄청나게 늘고 위액도 토하는 제 맘대로 되지 않는 몸상태로 요새 지내는 중입니다. 매일 먹고 싶은 것이 달라지니 계획을 세워 집밥을 먹는 게 무의미해져 버렸습니다. 이와 동시에 가계부 식비는 역대 최고가 되었네요.


두 번째로 병원비와 옷값이 늘었습니다. 절약 생활을 시작하면서 제일 사지 않았던 품목이 바로 옷입니다. 과체중인 상태에서 임신이 되었는데 이상하게 배가 더 나오면서 잠자는데 수면바지가 많이 불편해졌습니다. 그래서 임산부용 요가 바지를 벌써 구매했습니다. 입던 바지들이 묘하게 맞지 않아서 원피스도 하나 구매하고 돈이 들어갑니다. 그리고 병원비도 나갔습니다. 이 역시 예상하지 못했던 지출입니다.


그리고 코로나 19 걱정에 휴직을 결정했습니다. 경제적 자유도 좋고 돈도 무척 좋지만 일단 아이를 지키고 싶다는 마음이 더 컸습니다. 기적처럼 찾아온 아이를 당장 돈은 아쉽지만 지키고 싶습니다. 그래서 지금 저희 집은 그간 조금 모아뒀던 돈과 마이너스 통장으로 버텨야 합니다. 그래서 이제 외벌이가 아닌 무 벌이로 살고 있습니다. 게다가 지출은 어른 둘이 있던 시절보다 많이 들고 있지요. 물론 임신을 하고도 집밥을 열심히 해 드시는 분들, 열심히 이벤트 참여해서 아이 용품을 장만하시는 분들도 봤습니다. 비교가 되고 제 자신은 뭔가 싶기도 하지만 지금 제 몸상태는 그걸 따라 할 힘이 없습니다. 그래서 입덧이 진정되고 몸상태가 안정될 때까지는 좀 절약을 놓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절약 저축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어쩌면 굉장히 행운인 상태가 아닐까란 생각이 요새 많이 듭니다. 건강한 몸과 정신을 가져 앱테크도 하고 이벤트도 참여할 열정이 있고 체력이 있다는 것 자체가 축복 같습니다. 임신을 하면서 몸이 내 맘대로 되지 않는 걸 경험하면서 절약을 하는 것 자체가 힘든 집도 많을 거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각자의 집에 각자의 사정으로 돈을 써야만 하는 집이 있을 것이고 돈보다는 시간을 더 써야 하기에 돈을 더 쓰는 집도 있을 거 같습니다.


내 맘대로 되지 않는 몸이지만 그래도 가계부는 꾸준히 써보면서 지내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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