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몬의 신비와 증가하는 식비
드라마에서 임신을 묘사한 걸 보면 음식 앞에서 헛구역질, 그리고 크게 부른 배, 얼마 후 진통이 진행되고 아이가 태어나고 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성교육을 받을 때도 임신을 하면 호르몬의 변화가 일어난다는 것 정도만 배웠지 이렇게 호르몬의 변화가 다이나믹할 줄 몰랐다. 이 호르몬의 변화로 가장 큰 변화가 생긴 건 ‘식비’다. 성인 2명이 3끼를 모두 해결하는 것 치고도 식비가 엄청나게 늘었다.
드라마에서 보면 뭐가 먹고 싶다고 해서 막상 하면 한 입 먹고 못 먹는 모습을 봤었는데 그게 내 모습이 되었다. 먹고 싶은 음식이 생겨서 배달을 시키고 한 입 먹고는...안 먹고 싶어지기도 하고 먹으면서 다른 음식이 먹고 싶기도 한다. 그러면서 어떤 날은 먹고 싶은 게 하나도 없는데 배만 고프고 아무것도 안 들어가는 느낌이다.
배달의 민족과 친해져서 둘러보며 배달을 시키거나 배달이 안되는 곳은 오후 3, 4시경 점심 손님이 없을 무렵을 노려 밥을 먹고 오기도 한다. 임신 전 짠순이 시절로 살 때는 상상도 못할 일이다. 그리고 과일 먹는 양이 압도적으로 늘었다. 거의 매일 과일을 먹고 과일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마트에 가서 사오는데 마트에 한 번 가면 5만원이 우습게 나온다.
임신하면서 먹고 싶은 게 생겼는데 바로 먹지 못했을 때 운적도 있다. 나도 내가 이렇게 먹는 거에 민감해지고 먹는거에 울고 웃게 될 줄 몰랐다. 임신 전에는 집밥을 꼬박꼬박 해먹고 식단 계획대로 먹었던 사람인데 임신을 하니 내 몸이 내 몸같지가 않다.
처음에는 이 사실을 받아들이는것도 힘들었다. 아끼지도 못하고 돈만 쓰는 사람같아 자책도 했지만 이건 내 노력으로 될 일이 아니라는 남편의 토닥임에 조금씩 나 자신을 놓고 있다. 내일은 4월 30일 한 달 변동생활비를 정산하는 날이다. 음 이번달은 식비를 얼마나 썼을지 기대도 되고 무섭기도 하다.
아이를 임신하고 내 삶은 변하고 있다. 일단 식비부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