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을 보았다. 아니, 장이 내게 "왔다."
나는 팔 힘이 약하다. 무거운 걸 들면 팔이 후들후들 떨리고, 식은땀이 나며,
가끔은 다리에 힘이 풀려 거리에서 주저앉아 버리곤 한다.
이런 나에게 쿠팡프레시와 배민B마트는 고마운 존재다.
정말로 장이 '와준다'는 것이 더 나에게 적절한 표현이다. 쿠팡프레시가 없었다면, 퇴근 후 눈을 반쯤 감고, 넋 나간 얼굴로 이마트에 가서, 무거운 봉투를 들고 터덜터덜 돌아왔을 것이다.
그런데 이젠 터치 한번이면 장이 '친히' 내게 와준다. 너무 고맙다�
그런데 요즘, 7시전 도착예정인 택배가 새벽4시에 온다!?
이렇게나 일찍?!!
나는 잠이들고, 우유는 질주한다.
나는 꿈을 꾸고, 블루베리는 이동한다.
내가 뒤척일 때, 계란이 도착한다.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우유와 블루베리와 계란은 이미 문앞에 와 있다.
오늘은 내가 웅크리고 자다가,
갑자기 촉이 왔다.
"너…................
벌써 왔구나…^^"
눈을 떴다.
현관으로 걸어가 문을 열었다. 거기 있었다.
택배박스를 들어 올렸다.
!!!!....
너무 심하게 무겁다....
이 무거움을 쥐고 옮긴 자 누구인가.
보이지 않는 땀을 내 문앞에 흘려놓고 간 이는 누구일까.
그의 손은 어떤 손이었을까.
그의 체온은 몇 도였나.
새벽 4시 비바람 속에서
나에게 감탄을 남기고 떠난이의 노동은 안녕한가.
그는 어떤 표정을 짓고 있었을까.
그는…
..... 밤새 누군가의 우유를 들고, 질주하고, 와준다.
나는 돈을 냈다. 하지만, 나의 허접한 팔다리를 대신해준 분에게 감사를 표한다.
곧이어,
너무 감사한 마음으로 택배상자의 배를 갈랐다.
그리고 조용히 말했다.
"엇, 블루베리 다 튀어나왔네........…"
.....택배는 예상보다 빠르게 도착한다. 그러나 블루베리는 예상보다 더 빠르게 탈출한다.
나는 팔 힘이 약해 장을 보지않는다.
장이 와준다.
와준 이에겐 고맙다.
하지만..
블루베리....
너는...
배송을
거부했구나…^ ^
-3월4일 thread에 쓴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