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생연분이라는 말은 참 낭만적으로 들리면서도 현실적이고 복잡한 의미를 품고 있는 무시무시한 말 같다.
예를들면, 우리 엄마는 아빠에게 "우린 정말 천생염분이에요! 너무 짜서 가끔은 떨어져 있어야 숨이 트이네요."라고 말하신다. 이 말이 농담이겠지만, 말 속에는 서로 없이는 안 된다는 깊은 애정도 애증도 담겨 있다. 두분의 공통분모는 하나였는데, 종교가 없으시면서도 마더 테레사와 슈바이처를 각별히 좋아하셨다.
아빠는 미국에서 의대와 약대를 졸업하며 두 분야에서 박사학위를 받으셨고, 오랫동안 의사로 환자들을 돌봐 오셨다. 의술로 세상에 기여하는 삶도 사셨고, 여러 의료 봉사에도 참여하며 하실 수 있는 한 꾸준히 해나가셨다. 그런데 엄마는 미국에서 기자생활을 하며 감정과 창의성을 중시하셨고, 한국에서는 90년대 신춘문예로 등단한 꽤나 알려진 소설가시다. 이런 완전히 전혀 다른 두 사람이 마트에서 장보다가 카트가 부딪히는 우연한 계기로 인연을 맺게되셨다. 그다지 낭만없게 만난것 같은데 천생'연분'이 맞으신지, 떨어져있어도 결국에는 다시 가까워지시고, 서로의 부족함을 채우며 함께 나아가는 모습을 보이셨다.
문제는, 사실 나는 이런 사랑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성 간의 이끌림보다 다른 가치에 더 끌리고, 거의 반수도승처럼 살아가는 사람이다. 되도록 규칙적인 하루를 보내려하고, 술도 안먹고, 채식위주에 되도록 감정기복 없이 대의를 추구하며 살아가는 편이다. 학창시절 공부를 잘하지 못해 눈치보며 지내느라 오히려 바빴어서 지금은 언니와 달리 평범함의 수준을 넘어서지않는 사무직에 종사하며 무던히 살아가는게 좋다.
그래서인지 천생연분인거같은 부모님의 그 당시의 만남과 뜨거운사랑이 헤아려지지가 않는다.
그럼에도 두분을 보면 천생연분이 운명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사랑과 노력의 합작인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소금처럼 짜도 결국엔 없으면 서로 허전한 존재라, 사랑은 쓰기도하고 서로에게 영양이 돼주는 필수적인 무언가이다. 이런게 천생연분의 진가인가 싶기도하고.. 이런 사랑이 난 여전히 낯설고 모르겠다.
-3월 thread 글
날이 풀리는 것 같다.
기분 좋다라고 할뻔했는데
봄은 순삭이니 곧 여름이 오겠지…
으 이제 태양과의 전쟁 시작이다!
선크림, 장우산 풀장전 준비해야겠다
자외선..으으 더위와 싸울 준비를....!!
또 여름 가오나시패션으로 다녀야하네..
-2월27일 thread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