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름없는 종이 되고 싶다.
보이지 않아도 그 울림으로
사람의 마음을 건드리는,
그 자리에서 충실히 시간을 울려내는
당연한 듯 조용한 배경 같은 존재.
있을 땐 아무도 나를 기억하지 못해야 한다.
있을 땐 누구도 내 존재를 묻지 않아야 한다.
하지만 사라지면, 그제야 느껴야 한다.
“뭐지? 이 허전함은..?”
공기처럼, 그림자처럼,
당연한 듯 존재하다가
비로소 부재 속에 현존하는 것.
그게 나다.
사라지면 그 공백 속에
내 흔적과 온기가 절실히 떠오르며
그때서야 빈자리에서
내 이름이 생기길 바란다.
나의 부재가 곧 나의 존재감이 되듯,
자취를 감추고 사라진 후에야
비로소 깨닫게 될 것이다.
“아, 여기에 있었구나.”
나는 ‘당연함’ 속에 조용히 숨어 있다가
사라짐으로써 비로소 드러나는
이름없는 종이 되고싶다.
-3월11일 thread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