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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기다리는 사람'처럼 사는 것

by La Verna

삶을 '기다리는 사람'처럼 사는 건 참 좋은 것 같다.

기다리는 마음으로 매일을 산다는 건,

일상에서 찾아오는 여러 불확실성과 마주하면서도, 서두르지 않고 자신의 자리를 묵묵히 지키며 나아가겠다는 다짐이 들어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자신을 믿고 기다리는 일이다.

내가 '기다리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살면,

그닥 오만해지지도 않고, 쉽게 그만두지도 않게 된다.

기다리는 사람은 자세 자체가 낮고 겸허하고, 뭔가 항상 열려 있는 느낌이다. 많은 게 미지수고, 불확실하고, 때로는 답이 없을 때도, 그 안에서 조급해하지 않고 자리를 지키며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나아간다.

이런 마음은 대충 포기하고 쉽게 그만둘 명분도 없애준다.


기다리는 사람은 늘 어떤 준비된 사람으로, 나보다 앞서거나 늦는 누군가를 보면서도 함부로 단정하지 않고 오히려 열린 마음으로 이해하는 편에 가까워진다. 일이 굼뜨게 흘러가도 ‘이건 지금 당장 더딜 뿐이지’ 하고 넘기게 되고, 사람에게 실망해도 기다려 보게 된다.

이 마음은 ‘이대로 괜찮다’가 아니라 ‘지금은 이렇지만, 앞으로는 달라질 수 있다’는 마음이다.

기대나 간절함, 인내, 신뢰 같은 건 자연스럽게 따라오고, 중심을 오히려 단단하면서도 부드럽게 만들어주는 듯하다.

기다리는 마음은 희망을 끝내 놓지 않는다.

고요하지만 끈질기게 빛을 품는다.

이는 무기력한 체념이 아니라, 능동적으로 현실을 받아들이며 멈추지 않는 움직임이다.

마음 한구석에서 늘 준비성을 갖추고, 자신을 다듬는다.

세상이 복잡해도 그 안에서 스스로를 잃지 않고

묵묵히 버티며 나아가는 힘.

일의 흐름이 느릴 때도, 사람과의 관계에서 상처를 마주할 때도, 기다리는 마음은 조급함대신 유연함을 선택하게 한다.


무엇보다 기다리는 마음이 주는 자세는 늘 미래를 향해 있다.

지금보다 조금 더 나은 내일과 어떤 가능성을 향해, 조용히 나를 보이지 않게, 그러나 힘 있게 기꺼이 밀어준다.


기다림은 절망을 통과하면서도

끝내 등을 돌리지 않는 신뢰이며,

포기를 가장 닮은 얼굴로 끝까지 사랑을 선택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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