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어떤 추억은 잘 잊히지 않는다.
잊으려고 해도, 시간이 흘러도, 몸 어딘가에 그리움으로 남는다. 말로는 잘 설명이 안 된다.
그냥, 그런 시간이 있었다.
이건 그 시간, D라는 장소에대한 기록이다.
[천 개의 못]
요즘 따라 자꾸 네 생각이 난다.
특별한 이유는 없다. 별일도 아닌 순간들에 문득 떠오른다.
밥을 먹을 때도, 이를 닦을 때도,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특히 푸른 나무나 하늘을 보거나
노을이 아름다울 때면 더 그렇다.
잊으려고 노력했지만 너는 어느새 더 가까이 다가와 있었다. 아무 말도 없고, 아무 움직임도 없지만,
넌 여전히 내 곁에 다가와 맴돌고 있었다.
너라는 시간은 내게 습관처럼 남아 있다.
어느새 몸에 밴 숨결이 되었고,
공기처럼 익숙하다.
나는 여전히 너를 품은 채 살아가고 있다.
그때의 공기와 웃음소리,
식사 후에 그릇들이 부딪히는 투명한 소리,
밤의 침묵,
흰 벽에 번지던 햇살,
조심스러웠던 걸음걸이,
함께했던 길들 그리고 마음.
그 모든 것이 그리움이 되었지만, 아직도 생생하다.
그 모든 사람들이 아직도 내 안에서 살아있다.
나는 이제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있다.
다른 공간에서, 다른 호흡으로 시간을 마주하며 지낸다. 하지만 너는 여전히 내 하루 어딘가를 맴돈다.
문득 고개를 돌리면,
네가 어딘가에서 날 조용히 바라보고 미소 지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너의 시선이 내 자리에 늘 머물러있다.
너를 떠나올 때, 내 가슴엔 천 개의 못이 박혔다.
그 못들은 우리가 함께했던 시간, 약속들, 그리고
해결되지 못한 것들의 자국이었다.
지금도 가슴에 손을 얹어보면
그 못들이 거기에 있다.
단단히 움직이지는 않지만, 고요하게
아리면서 너를 부르고 있다.
나는 그 천 개의 못을 품고 살고있다.
그래서인지 웬만한 일은 아프지가 않다.
감정이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천 개의 못이 박히기 전으로는 더이상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나는 이 삶을 사랑하게 되었다.
이 심장을,
그 속에 깊이 잠든 못들을,
그리고 그 못들이 주는 아픔까지 사랑하게 되었다.
왜냐하면, 그것은 너라는
이제는 없는 그 고요한 시간이
내게 남긴 마지막 선물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