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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효자는 레스토랑을 검색합니다

by La Verna

가정의 달이 다가온다.

어버이날.

효도? 해야 한다. 당연히 해야 한다.

나는 부모님께

"내가 독립해서 아주 근사하게

얼마나 잘 살고 있는 보세요! 제 걱정은 1g도 하실 필요 없습니다"를 고급지게 브리핑하기 위해 레스토랑을 검색했다.

그런데...

그때그때 특별한 날마다 가족들과 잘 다니던,

괜찮은 식당들이 줄줄이 폐점했다는 사실을 알았다. 적잖은 충격이었다.

한때 소중한 테이블에서 육즙이 터지는 고기 앞에 앉아, 부모님과 함께 "와~ 이 집 맛집이다!"를 외쳤던 기억이, 지금은 폐업한 안내만 남아있으니

'.. 너무 아쉽다..'를 외치고 있다.


이렇게 마음이 허하다니..

맛있는 음식을 먹거나, 웃었던 시간도,

문을 닫는다.

추억이었던 가게들이 그립다.

이렇게 사람은 가끔 추억의 장소때문에 마음이 시리다.


갑자기 떠오른다.


‘그만큼 시간이 흘렀다는 거야!

세월은 무섭게 가~.’


....이런 말을, 예전에는 어른들이 입에 달고 사는 작은 궁시렁이라고만 생각했는데.

나도 어느새 아무렇지 않게 읊조린다.

한때는 세월이 가는 줄도 모르고 살았는데..


부모님과 따로 살면서 뼈저리게 알게 된 것도 있다.

부모님의 주름이... 체감된다.


함께 집에서 살 땐 몰랐다. 매일 보는 얼굴, 그때는 미세한 변화를 감지하지 못했다.

그런데 자취하면서, 주말마다 아니면 2주에 한 번, 한 달에 한 번 뵈면, 눈에 띄게 부모님의 노화가 체감된다.


주름.

조금 더 둥글어진 어깨.

손등에 부풀어 올라 보이는 혈관.


그 모든 디테일이 내심장을 뾰족하게 찌른다.

"살다 보니 이렇게 되네^_^;;" 하고 말씀하시는 듯한, 부모님의 표정을,

살아서 매번 확인하는 기분이다.


그러다보니

부모님을 뵈러 갈 때, 기승전-울컥 이 될때가 있다.

물론 겉으로는 '아, 졸림..' 같은 세련된 가면을 쓰지만. 그러면서도 나는 독립생활을 포기하지 못하고있다.

사실은 독립이라기보다 '아슬아슬하게 잘 버티는 생활'이다.


한때, 군인을 보면 "우와, 군인 아저씨다!" 라고 감탄했었다. 요즘은 군인을 보면


"헐, 애기잖아... ??"


군인 '아저씨'들이 사라졌다.

나이가 들수록,

군인아저씨들이 베이비가 된다.

어릴때 편지도 보냈던 그 군인아저씨들이!

...시간이 이렇게 몰래 흘러가 버린다.


세월은 간다.

부모님은 늙는다.

나도 늙는다.

추억의 맛집도 문을 닫는다.

그리고 나는... 아직도 부모님께

근사한 효도를 한 번 제대로 못해봤다.


공부를 잘 한적도, 인성으로 크게 감동을 준 적도 없고, 어쩌다 운좋게 어른 흉내를 내며 사회에 간신히 끼어들어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이 모든 '간신히'의 기반에는

부모님이 내어주신 마음의 평지(平地)가 있었다.

나는 그걸 잊지 않아야 한다.

잊지 않을 것이다.


5월에는, 예전에 갔던 근사한 맛집이 아니더라도,

내가 가진 최고의 진심을 꺼내어 보여드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


저 괜찮아요. 잘 살고있어요.

당신들 덕분에, 생각보다 튼튼하게 잘 살고 있습니다.

아주 조금은.. 자랑할만한 사람입니다.


세월은 가지만,

나는 여전히,

당신들의 귀염둥이입니다.

아직 근사한 효도를 못해 죄송합니다.


시간이 흘러버린 것에 대한 허전함,

부모님의 노화를 체감하는 가슴 아픔,

아직 다 못한 효도에 대한 미안함이
가슴 언저리에 쌓여있다.

그렇게

불효자는 레스토랑을 검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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