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성.
아름답고, 또 불온한 단어.
어젯밤, 내 컵 속 카페인은 존재와 비존재의 간극 사이에서
섭취한 직후 각성 효과 대신, 나에게 ‘진행’을 약속했다.
그리곤 '무지성'을 스트레이트로 제시했다.
그동안 차일피일 미뤄두었던, 제4의 파이프라인.
'무지성'이라는 탈법적 에너지를 탑재하고,
계획이 아닌 급발진을 통해만 착수 가능한 그것에 진입했다.
'내일은 없다'를 외치며.
그리고 예상외로,.. 정말 일이 되기 시작했다.
그 모든 무리수를 정당화한 한 단어, 그 무심한 이름.
성은 무, 이름은 지성ㅡ
무지성.
숨막혔던 TO DO LIST가 마음의 벽을 통과해
'완료'를 부르짖으며
폴더로 안착할 때,
나는 잠시 멍해졌고, 어이없었지만.. 짜릿했다.
그는 다녀갔다.
무지성.
가끔은 나를 싫어하나 싶다가도,
어느새 가장 중요한 걸 끝내놓고
사라지는 그.
냉정하고 무뚝뚝하고,
지독히도 유능하고 실용적인ㅡ
그였다.
'무지성'이란 단어를 곱씹는 순간부터 이미 나는 무지성이 아니다.
생각하고 있음에도,
나는 감히 그를—무지성을—사랑하고 있었다.
어제의 밤샘엔, 무지성이 깃들어 있다.
그는 다녀갔다.
꿀처럼 달콤한 연휴 동안
미뤄 둔 또 하나의 파이프라인.
나는 그것을
- ‘내일은 없다’-는 각오로 열었다.
연휴:
내 일(work)은 없다? → 내일(tomorrow)은 없다 →
남은 건 지금뿐.
그래서 더 내일은 없다. 지금해야 한다.
‘생각 없음’을 뜻하는게 '무지성'인줄 알았다.
하지만, 아니었다.
생각 → 검열 → 망설임과 정체 → 손해
무지성 → 실행 → 드래그 앤 드롭 → 완료
이런 차이는 발견한 순간
이미 늦었고,
이미 나는 몰입하고 있었다.
무지성의 손끝에서 튀어나온 그 몰입의 시간은
— 지독하게 힘들고도, 이상하게 뿌듯했다.
오늘 아침,
나는 그 단어를 두고 오래 생각했다.
넷째 파이프라인, 내 일(Work)보다 내일(收益)을 위한 설비.
연휴의 숙제는,
뉴 자동화 파이프라인 보수공사.
머리로는 불가능할 것 같았던 일들이,
무지성의 이름 아래 줄줄이 실행되고 있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무지성이다.
비전? 없음.
ROI 예측? 없음.
ROAS가 살아 있나? 잘 모름.
대신 무지성은 이렇게 말했다.
"무지성 알고리즘은 ‘로직’ 대신 ‘로또’를 적용합니다.
의미없이 무지성으로 올리는 쇼츠, 그게 터집니다."
내 고집, 내 철학, 내 계획표에 줄 맞춰 살아갔으나
무지성을 결심한 순간,
“계획? 그런거 왜 해? 걍 해!!.”
그 한마디에 난 모든 걸 접었고, 그를 따랐다.
처음엔 '사고의 결핍'이 무지성인지 알았다.
그러나 아니었다.
그것은 오히려,
이성의 껍질을 벗고
가장 순수하고 높은 감각으로만 반응하는
무의식의 시詩였다.
Passive Income? = 'Pass' if Income
수익이 없으면 걍 지나가고,
있으면 자동으로 합산되는 구조.
생각보다 똑똑한 녀석이다.
최소한의 에너지로, 최대한의 지속 가능성을 설계하는 라인을 만든다.
무지성.
의도를 제거한 감각의 조형,
욕망보다 빠른 손.
이성이라는 검열을 거치지않은, 날것 그대로의 실행.
그건 뭔가 잘못된 것 같지만,
또 이상하게… 잘 된다.
이번 연휴,
나는 이 ‘무지성’이라는 이에게
매우 의식적으로, 내 몸을 맡긴다.
그것은 나에게 있어 '보니와 클라이드' 같은 것이다.
사회적 상식,
규범이 정한 선을 넘나드는 그들처럼,
나 또한 ‘정상적인’ 사고의 경계를 벗어나
이번 연휴동안
파이프라인을, 무모하게 도모해보기로 했다.
위험하고 유쾌하며,
어쩌면 약간의 죄책감섞인
"에라, 모르겠다!"
그것이 바로,
무지성이다.
그리고 나는,
이 무지성과 오늘도 나란히 달린다.
Affiliate?
그냥
"어? Feel it!"으로 읽으며.
전환율 +3%를 희망한다.
근거는 없다.
하지만 손은 먼저 움직인다.
그리고, 뭔가는 완성된다.
이번 연휴,
나는 무지성으로 일어났고
무지성으로 앉았고,
무지성으로 노트북을 켜고,
무지성으로 쓰고 자르며,
무지성으로 붙이고
무지성으로 음악을 얹고
무지성으로 글자를 친다.
설명이 안 되는 결과물들이
쌓여갈수록,
이 부조리한 자유속에서,
유입율이 오른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좋고,
설명할 수 없는데도 완성되어 있다.
내가 과소평가했던 그 단어.
무지성.
생각보다, 훨씬 유능했다.
그래서 나는
이 단어를 예찬하지 않을 수 없다.
무.지.성.
지나친 의도를 버린 집중.
설명 불가한 진심.
예측 불가능한 정직.
무지성은 내 안에 잠든 제2의 나를 깨운다.
생각이 말을 걸기 전에,
손가락을 먼저 움직이게 만든다.
그 손끝은
내 고집을 비껴가,
나조차 몰랐던 희망의 문을 연다.
보니와 클라이드가
경찰의 포위를 뚫고 달아나듯,
무지성과 나는
그 문을 가뿐히 넘어간다.
그리고 마침내 도착한 곳엔!
언제나 예상치 못한 '완료'가 기다리고 있다.
나는 깨달았다.
나는 너무 많이 생각했고,
너무 많이 정리했고,
너무 많은 걸 미리 결정해버렸다.
하지만 이번 연휴는..
무지성으로 간다.
진심은 계산보다 빠르고,
무지성은 자아보다 유능하다.
그 무지성의 조수석에,
지금 나는 앉아 있다.
그래서 이 글도,
무지성으로 마무리하려 한다.
이걸 그만두는 것도,
무지성이다.
글을 멋지게 끝내려는 마음을 경계하며
나는 조용히 무지성과 함께 사라진다.
레몬물을 마시며
그 물잔 너머
또 다른 파이프라인이 무지성으로 쟁취되길 바라며.
그리고 나는
마지막으로 이렇게 말하고 싶다.
..무지성이라 쓰고,
천재라 읽는다.
[어제 밤새고, 해롱한 상태로
무지성으로 쓴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