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는,
세상일은
백 가지 중 아흔 가지정도는
내 기분이나 내 뜻, 내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그런데 가끔은 그런 게 다행일지도 모르겠다.
왜냐면, 내가 믿고 있는 ‘내 뜻’이나 '내생각'이라는 것도
착각 위에 세워진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정교해 보이는 계획도, 한 발짝 떨어져 보면
엉성하고, 상황에 어긋나거나 유치해 보일 때가 있다. 심지어 내게 오히려 해롭기도 하다.
나이들면서는, 더 새롭고
넓은 인격의 지평에 다다르기 위해서라도
가끔은 내가 스스로 쌓은 그 사고의 지평을
과감히 무너뜨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내가 가진 지금의 지평이
실제로 어떤 모습인지를 파악하기 위해 더 그렇다.
내 뜻을 잠시 굽히는 일이라면,
나이 들어가며 더 어려워진다.
그러니 이 굽힘을 자연의 바람처럼 받아들이지 못하게되면,
어느새 고집과 완고함으로 가득 찬
추한 늙음에 가까워질 것 같다.
잠시 어긋난 사소한 일이 꼭 실패이거나
지는 일이 아니다.
내가 애써 그리던 모양대로 안되거나 풀리지 않더라도,
거기서 오히려 진짜 방향이 보이는 경우도 있다.
작은 어긋남에 당황도 억지도 말고,
그저 “그럴 수도 있지”하고
한번 더 미소 지어 줄 수 있다면—
나는 좀 멋져질 것 같다. 쿨하고~
자기 뜻을 초월할 줄 아는 사람,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