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엔 공식같은게 있다.
우월감을 드러내는 사람은 많고,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은 적다. 대부분은 높아지고 싶어하고, 이기고 싶어하며, 티나지 않게 “내가 옳다” 혹는 "내가 나아"라는 생각을 곳곳에 묻혀 내보낸다. 어쩌면 본능이고, 생존방식이며 그렇게 하루를 견디는 걸지도 모른다.
어디에나 있다. 도로를 운전하면서도, 미팅중에도, 댓글창, 심지어 가족 단톡방.. 그리고 어쩌면 가장 자주 마주치는, 나자신과의 관계에서도 '팩트'를 마주하는 순간,
어느새 나의 자존심으로 자신의 진실을 이기고 싶어한다.
하지만 아주 드물게,
그 본능을 가로질러 다른 선택을 하는 이들이 있다.
팩트를 쥐고도 굳이 내밀지 않은 이.
자기 우월을 증명하거나,
세상의 불합리함을 들이대는 대신, 침묵중에 생각을 다독이는 사람이다.
현타가 와도 “그래도 이 정도면 괜찮지”라며 입을 닫고, 속이 끓어올라도 “그래도 이만하면 다행이야”라며 고개를 숙이는 이다.
‘성격이 좋다’라는 말로는 압축하기엔,
그 사유의 방향이나
깊이,
반복적으로 훈련된듯한 철학적 태도, 거기에 깃든 절제가 너무 경건하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우월해지고 싶은 경향이있다.
다른 사람보다 앞서고, 위에 있고, 인정받고 싶은마음.
그건 아주 오래된 인간의 고전적인 기제다.
어린아이도 친구와 놀면서 “나는 쟤보단 낫지”라는 기준으로 자신을 세운다. 말로는 다르다 해도, 마음속 어딘가엔 늘 비교의 저울이 놓여 있다.
세상은 여전히 소리 지르는 사람이 더 잘 들리고, 팔꿈치로 치고 나가는 이들이 먼저 도착한다.
하지만, 티나지 않게 중심을 잡고, 감사할줄 아는 내공은
뒤에 남아보이지만, 멀리 간다.
그런 세계에서,
자신을 일부러 낮추는 사람은 가장 오래 남는 자다. 크게 외치던 목소리의 끝은 갈라지고, 요란하게 치고 나아가던 길은 엇박자로 뒤틀리다, 사라진다.
반면, 자신의 자리를 조용히 정돈하고, 다스리던 사람은 느리지만, 의외로 중심으로 모인다. 그게 전략인지, 성품인지- 거의 종교에 가까운 삶의 태도같다.
말 한마디에 품격이 있고, 침묵 하나에도 신념이 깃들어 있다.
정말로 특별한 사람들은
'특별해지려 하지 않는 사람'들이다.
대부분은 말은 안해도, 속으로는 특별해지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떤 이들은, 보통사람들이 하지않는 비범한 선택을 너무도 평범한 말투로 하고, 높은 곳을 바라보기보다 자신의 발끝을 묵묵히 응시하며 행동을 조심한다.
우아하게 손해를 감수하고, 이겨도 드러내지 않으며, 자신을 내세우지 않지만 어느새 우위를 차지하고있다. 그런 사람은 눈에 띄지 않아
주변에서 좀처럼 찾기 힘든,
말 그대로 귀인(貴人)같다.
확실한건
ㅡ 나는 아직 그런 사람이 아니다.
여전히 불쾌하고, 감사보다는 속상함이 본능적으로 튀어나오지만 그런 사람들을 마주하면
어떤 두려움에 버금가는 경외심같은 감정이 생긴다.
그들은 나를 부끄럽게 만들고,
또 나를 다듬는다.
큰소리 내는 사람이 유리한 세상, 팔꿈치로 치고 나가는 이들이 먼저 도착하는 것 같아도,
ㅡ 굳이 내가 이긴다는 생각없이,
남보다 우월해지려는 욕심없이
그저 괜찮은 사람들은
가장 자유롭다.
살아있는 지금 이순간 하나로,
이미 '충분'하거나 '충만'할줄 알기때문이다.
지금은,
그 마음 하나면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