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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VidaCoreana Sep 07. 2018

외국 회사도 회식을 할까?

스페인에서 외국인 노동자로 살아가기 #02 회식 편

요 근래 들어 포털에서 회식과 관련된 칼럼이나 기사들을 많이 보게 되었다. 한국에서 내가 겪었던 회식도 생각이 났고, 지금 여기서 경험하고 있는 회식 비슷한 행사들도 떠올랐다. 그래서 내가 느낀 한국과 스페인의 회식 문화를 적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고 지금 적고 있다. 실제로 스페인에는 회식 문화라는 말이 없지만 비슷한 경험들을 바탕으로 적어보겠다.


스페인에 회식이 있을까?

스페인에는 한국처럼  퇴근 후 업무의 연장과 같은 회식은 없다.  다만 팀 별로 혹은 같은 팀이 아니더라도 “퇴근 후 맥주 한 잔 어때”라는 가벼운 분위기의 친목 도모는 있다. 물론 저 맥주 한 잔 어때의 어감이 한국과는 천지차이일 뿐만 아니라 팀장이 주도하는 모임이 아니다.

그냥  팀원 중 그날 가볍게 한 한 하고 싶은 사람이 자유롭게 물어보는 것이다. 그리고 가장 좋은 것은 가지 않는다고 눈치 주는 사람도, '아 가기 싫은데...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를 고민하는 사람도 없다는 것이다.

이 얼마나 좋은가!

필자는 한국에서 약간의 군대 문화가 남아 있던 회사를 다녔었다. 그리고 그 회사를 다닐 때는 일주일에 회식을 많이는 4회 정도(부장 주도의 부서 회식, 팀장 주도의 팀 회식, 팀장 눈치를 보는 대리 주도의 을들의 회식 그리고 또 거래처 사람들과의 친목 도모 회식 등)를 했었고 어쩔 때는 집에 갔다가 씻고 바로 출근한 적도 있었다.

이런 경험을 가지고 있었던 내가 스페인의 회식 문화를 마주 했을 때의 느낌이란... '여기가 과연 천국이구나!'였다. 그 마음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스페인 회식은 맥주? 와인? 혹은 칵테일??

스페인 회사에서 굳이 회식과 비슷한 것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

일단 스페인 회사에는 상사가 주도하는 의무적인 회식이 전혀 없다. 회식과 가장 비슷한 것을 찾으라면 3개월에 한 번 부서에 배정된 문화생활 예산으로 하는 간단한 다과회를 겸함 술자리가 있을 뿐이다. 이 날은 약 1시간 정도 먼저 마쳐서 미리 예약한 회사에서 가까운 바로 간다. 그리고는 참여하는 1인당 음료 쿠폰을 3장씩 준다.

3잔까지는 회사가 부담한다. 그리고 참여 여부는 한 달 전부터 미리 물어보는데 이건 전적으로 쿠폰 준비용이며 개개인의 일정을 배려해 주는 처사이다. 그 마저도 당일 급히 다른 일이 생기면 쿨하게 불참을 이야기하면 된다. 그 3잔 내에서 즐기면서 바에서 서로 간에 편하게 이야기하다가 쿨하게 집으로 가는 것이다.

그래서 직원 중 누구도 이 행사를 부담스럽게 여기지 않는다. 실제로 공짜 술과 음식을 즐길 수 있기에 기다리는 사람도 많다. 또한 술자리가 부담스러운 직원들을 위해 어떤 때는 평일 브런치로 회식을 대신하기도 한다.


또 다른 형식의 회식을 굳이 꼽자면 인터내셔널 저녁 모임을 들 수 있다. 필자가 일하는 부서에는 다양한 국적의 직원이 있기 때문에 가끔 인터내셔널 저녁이라는 것을 주최한다.

위에서 말했듯이 자기 나라 음식을 먹거나 소개하고 싶은 직원이 주도해서 메일을 보내고, 참여자를 받은 뒤 해당 날짜에 간단히 저녁을 먹는 것이다. 물론 각자가 먹은 것은 각자가 부담을 하고 계획도 모두의 사생활을 고려해서 1달 전부터 조율해서 진짜 가고 싶은 사람들만 참여한다. 그리고 이마저도 저녁은 10시 정도면 끝이 난다. 다들 가족이 있으니까!


회식의 종류는 브런치? 저녁 술자리? 다양한 액티비티 혹은 인터내셔널 저녁?

왜 스페인에서와 한국에서 회식을 대하는 분위기가 다를까?

강제성이 없다.

가장 큰 차이가 아닐까 한다. 선택의 자유! 누구나 자유롭게 참여하고 자유롭게 갈 수 있기에 스페인은 회식을 반기고 한국은 꺼리는 게 아닐까?

개인의 사생활을 배려한다.

퇴근 한 시간 전에 회식을 통보했던 한국과는 다르게 여기서는 꽤 오래전에 회식을 예정하고, 그 마저도 투표를 해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는 날짜로 회식일을 정한다. 그렇기에 개인의 사생활이 침해받을 일이 없다

회식이라고 해서 술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부어라, 마셔라 했던 지난날의 경험과 달리 스페인에서는 가정이 있는 사람들을 배려해서 브런치 회식, 금요일 오후 시간에 하는 볼링 등 회식을 빙자한 다양한 행사를 회식의 이름을 빌려 많이 한다.

수직적인 조직문화가 아니다.

일할 때도 수평적인 문화가 자리 잡고 있지만 회식자리에서는 더더욱이 상사도 부하직원도 없다. 그냥 서로가 편하게 이야기하고 듣고 말 그대로 그 자리를 즐긴다. 회식자리까지 와서 일 이야기를 하는 무개념 상사가 없기 때문에 스페인 사람들이 회식에 부담을 갖지 않는 것 아닐까?


내 개인적인 경험에 기반한 이야기들만 적어서 스페인은 이렇다! 하고 단정지은 감은 없지 않아 있지만, 실제로 스페인 친구들과 이야기를 해보면  한국에서의 보편적인 회식이라는 개념을 잘 이해하지 못할뿐더러 의아하게 생각한다. 그건 아마도 처음부터 문화와 분위기가 다르게 형성되었기 때문이지 않을까?

언젠가 한국에서도 선택의 자유가 있는 회식, 서로를 배려하는 회식, 다양한 즐길 거리가 있는 회식, 그리고 그 빈도가 잦지 않는 회식 문화가 자리 잡았으면 하는 바람으로 오늘 긴 글을 마친다.


by. 라비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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