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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리쓰 Sep 25. 2019

포르투갈 여행 (1): 여행하며 마주한 풍경들

시앙스포 교환학생 일기 #8

포르투에 도착한 지 12시간 만에 여유를 느끼고 싶다면 포르투로 오라고 하는 이유를 이해했다.


몇 시간이고 함께 온 사람과 노을이 지는 풍경만 넋 놓고 바라보는 사람들이 힐가든 (jardim do morro)에 가득이었다. 서로 특별한 대화도 나누지 않고 단지 노을과 야경을 응시하며 느껴지는 감동을 공유한다. 누군가는 스피커로 큰 노래를 틀고 따라 부르며, 누군가는 와인 한 병을 사와 같이 온 사람들과 나누어 마시며, 누군가는 함께 온 소중한 사람의 어깨에 기대 눈을 감고서. 

포르투에 도착한 첫날은 비가 심하게 왔어서 도착한 지 6시간 동안은 흐린 하늘, 심한 비바람이 볼 수 있던 전부였다. 오히려 기대를 안 하고 있을 때 구름 사이로 파란 하늘과 해가 보이기 시작하자 느껴지던 감동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포르투 현지인들도 일기예보만 보고는 날씨 예측이 불가능하다는 말이 뭔지 이해하게 되었다.

첫 날 비바람 직후 거짓말처럼 예쁘게 진 노을

동루이스 다리를 건너면서 든 생각은, 역시 안 좋은 것(흐린 날씨, 3일 내내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을 먼저 경험하니까 좋은 경험(비가 멈춘 뒤의 햇빛과 아름다운 일몰)의 기쁨이 더 크게 느껴지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었다. 그렇다고 내가 얻게 되는 절대적인 기쁨의 수준이 안 좋은 것을 경험하고 나서야 좋은 것을 경험했을 때 더 크려나? 오히려 고생 안 하고 좋은 경험만 하는 게 사실은 더 기쁘고 정신적으로 좋지 않을까? 그저 심리적 대비 효과 아닌가? 하는 질문들이 꼬리를 물고 생겼다. 여느 때와 다를 바 없이 답은 내리지 못한 질문들.


그저, 지금 당장 일몰을 마주하게 되었을 때의 기쁨이 너무 크다는 생각만 하면 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굳이 이런 사소한 감정에 대해 고민하는 스스로를 보며 피식.


리스본과 포르투는 분위기가 굉장히 다르지만 하나 비슷한 점이 있다면 크림색과 진한 주홍색 빛깔의 지붕을 가진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어, 높은 곳에서 보면 장관을 이룬다는 점이었다. 말은 아끼고, 마음에도 담고 사진으로도 담아온 포르투에서 내가 마주했던 풍경들을 공유하고 기록하고 싶다. 


아래는 포르투에서 유명한 아줄레주. 파란 타일로 된 벽이 수도원, 성당, 일반 건물 등에 많다. 그래서 이런 타일로 된 자석이나 접시, 돗자리 등의 기념품도 굉장히 많이 판다. 이렇게까지 특색 있으면서 호감 가는 한 도시의 특산물은 처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보통 기념품을 사는 편도 아닌데 아줄레주가 너무 마음에 들어 사진도 많이 찍고, 타일로 된 자석도 3개 골라 온 것을 보면 아줄레주의 파랑을 오래도록 마음 한 켠에 보관해두고 싶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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