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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리쓰 Sep 15. 2019

니스 여행 (3): 니스 올드타운, 해변, 샤갈 미술관

시앙스포 교환학생 일기 #7

1. 니스 해변

마지막 날은 비행기가 저녁 8시 넘어 출발하기 전까지 니스에 있기로 했다. 여행 메이트 두 명에게 모나코, 에즈, 니스 중 어디가 가장 좋았냐고 물었더니 둘 다 니스라고 대답한 것을 보면 이들은 셋 째날이 가장 좋았을지도 모르겠다. 하루 종일 니스에 있던 것은 마지막 날 하루였으니. 아침에 일어나 씻고 11시까지 체크아웃을 마친 뒤 짐을 근처 상점에 인당 6유로를 내고 맡겼다. 그래도 짐을 맡기니 돌아다니기 한결 수월해졌다. 전날은 니스가 철인 3종 경기로 핫한 분위기에 사로잡혀 있었고, 그랬기 때문에 해변을 제대로 못 봤다. 하지만 이 날은 해변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상태였다. 맛있는 점심을 먹자며 모두가 급하게 검색하기 시작했지만 어느새 모두가 라임-에메랄드 빛깔과 파아란 니스의 바닷물이 이끄는 곳으로 가 있었다. 그동안 못 찍은 해변 사진도 실컷 찍었다. 


니스의 해변가는 모래가 아니라 자갈이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래서 좋은 점 두 가지와 안 좋은 점 한 가지가 있었다. 좋았던 점은 일단 자갈에 파도가 밀려오는 소리. 파도가 일렁이며 자갈과 맞물려 내는 '쏴아-'하는 듯한 소리는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다른 바다에서는 그 빛깔과 웅장함을 담으려 노력했다면, 니스 바다에서는 그 소리마저도 기억 속에 그리고 동영상 속에 담으려 노력했다. 또 한 가지 좋은 점은, 모래가 발바닥이나 옷에 묻지 않아서 금세 햇빛에 발을 말리고 다시 양말을 신을 수 있었다는 점. 안 좋은 점 한 가지는, 자갈이 생각보다 너무 아팠다는 점이다. 맨 발로 바닷가에 가는 동안은 지압을 받는 것 같았고, 파도가 밀려오면서 자갈이 발등을 때릴 때는 조금은 공포스럽기까지 했다(ㅎㅎ). 따스한 햇빛 아래서 차가운 바닷물과 시원한 바람을 만끽했다. 동시에 여유도 만끽했다. 


2. 니스 올드타운에서의 점심: De Più

적당한 가격선에서 즐길 수 있는 니스 맛집을 골라서 왔다. 메뉴 선정은 사실 최선은 아니었다. 포카치오라는 이탈리안 음식을 주문했는데 생각보다 너무 피자와 비슷했다. 마카로니는 그냥 예상할 수 있는 파스타 맛. 그래도 엄청 맛있게 먹었다. 식전 빵도 역시나 빠삭한 바게트였다. 피자 위에는 버섯, 토마토, 모차렐라, 그리고 계란이 올라가 있었다. 계란이 올라간 피자는 처음 봤는데 생각보다 엄청 맛있다는 친구 말에 시도해보고 역시나 만족스럽게 먹었다. 배고플 때 먹는 점심이야 늘 맛있다. 그런데 거기에 좋은 사람들과 좋은 공간에서 먹는다면? 더할 나위 없이 맛있고 즐거운 한 끼가 될 것이다. 하얀 식탁보가 깔린 테이블에서 시원한 바닷바람을 느끼고 사람들 너머로 보이는 에메랄드, 파랑 빛 바다를 보자니 이가 지상낙원이구나 싶었다. (좀 말투가 올드한 것 같다.) 나오기 직전까지 안 먹어서 아쉬웠던 메뉴는 해산물 파스타. 포카치오를 안 먹고 파스타를 먹었어야 했다! 친구 보고 있나? 여기서는 꼭 fenocchio라는 아이스크림 가게를 가야 한다는 친구의 말 때문에 디저트는 딱 한 종류만 주문해 먹었다. 딸기 티라미스였는데, 뻔한 재료고 뻔한 맛이지만 그래도 처음 보는 조합에 우리는 끌렸고 만족스럽게 먹었다. 이 레스토랑을 또 갈 일이 있을까. 니스에 가게 되어도 또 새로운 곳에 도전해보겠지만 니스에 가는 다른 사람에게는 충분히 추천한다. 가격도 맛도 최고! 


3. 맛 종류가 40가지가 넘는 아이스크림 가게: Fenocchio

어쩌다 보니 일기가 좀 변질되어 맛집 리뷰가 되어가는 것 같다. 하지만 엄청난 외식 물가 때문에 franprix에서만 사 먹던 우리에게 니스의 외식은 여행지 자체에 버금갈 정도로 중요한 요소였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그다음에는 올드타운 쪽에 있는 fenocchio라는 아이스크림 가게에 갔다. 점심 코스에 디저트까지 먹고 또 아이스크림이 들어갈까? 우리도 그런 생각을 했기 때문에 사실 점심을 먹고 아이스크림을 먹으러 가기 전에 I love nice 음... 이걸 뭐라고 해야 할지 정말 모르겠다. 니스에 다녀온 사람이 주변에 있다면 사진으로 꼭 한 번쯤은 봤을 I love nice 모뉴먼트에 가서 사진을 찍었다. 남들 하는 것은 다 해보고 싶은 법! 그러고 나서 아이스크림을 먹으러 갔다.


뭐 아이스크림이 특별해 봤자 얼마나 특별하다는 건가 하는 생각이 조금은 있었다. 그런데 맛 종류를 보는 순간 압도당했다. 맛은 둘째치고 위에 사진으로 있는 맛의 종류의 4배가 넘게 있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생전 처음 보는 아이스크림 맛도 많았다. 내가 고른 것은 모히또 맛과 얼그레이 맛. 깔끔하고 상큼한 맛이었다. 워낙 햇살이 세서 아이스크림이 금세 녹았다. 나는 녹는 게 싫어서 컵을 선호하는데 콘을 좋아하는 친구는 콘으로 먹었다. 그리고 줄줄 흘러 손이 끈적해져 생수로 손을 닦았다. 흠. 역시 컵이 최고다. 그리고 그 친구가 손을 닦는 동안 나는 딸꾹질을 시작했다. 딸꾹질을 멈추는 법을 갖고도 우리는 깔깔대며 놀리고 장난을 쳤다. 나뭇잎이 떨어지는 것만 봐도 즐거울 나이인가? 역시 이런 소소한 에피소드를 떠올리는 재미가 있다. 난 그래서 여행이 좋고, 여행을 기록하는 게 좋다. 사진, 영상, 글 뭐든 본인이 원하는 방식으로. 


4. 샤갈 미술관

러시아 제국에서 태어난 프랑스 화가인 마르크 샤갈. 20세기 최고의 화가 중 한 명으로 불리는 샤갈의 그림을 실컷 볼 수 있는 미술관이 니스에 있었다. 미술 작품 감상을 모두 좋아하는 우리는 만장일치로 샤갈 박물관을 방문하기로 했다. 

샤갈의 작품들은 색감이 참 마음에 든다. 내가 좋아하는 vivid 한 색상이 많이 들어가는 것 같다. 그림의 크기 자체도 대부분 다 컸고, 스테인드글라스도 영롱했다. 샤갈의 작품세계에 흠뻑 젖어들었다가 미술관 정원을 짧게나마 거닐었다. 프랑스의 미술관, 박물관들은 모두 예쁜 정원이 꽤 큰 규모로 있는 것 같았다. 물론 내가 아직 가본 게 로댕 박물관, 루브르 박물관, 오르세 미술관, 샤갈 미술관뿐이지만. 네 곳은 모두 그랬다! 단순히 작품만 보고 나가는 공간이 아니라 자연 속에서 휴식을 즐기고 갈 수 있는 공간이라는 인식이 공유되어 그런 것일까. 그런 것이라면 조금은 부럽다. 샤갈 미술관에서 니스 올드 타운까지, 그리고 짐을 맡겨 놓았던 곳까지 계속 걸었다. 꽤 오랜 시간 동안 다시 보지 못할 니스의 모습을 최대한 많이 새기고 가고 싶은 심정으로 모두가 각자의 방법으로 그 모습을 기억하려 노력했다. 

모두가 각자의 방법으로 니스를 기록했다.


5. 니스 공항에서 다시 샤를 드골 공항으로

니스 시내에 왔던 정확히 같은 방법으로 니스 공항으로 돌아갔다. Jean Medecin 역에서 트램을 타고 공항 터미널로. 빠르게 무인 체크인을 하고 짐 확인을 하고 탑승장으로. 간단하게 relay에서 저녁거리를 사 먹고 비행기에 탑승. 또 눈 감았다 눈을 뜨니 샤를 드골 공항이었다. 다시 곱씹어보니 정말 데칼코마니를 한 듯 여행을 시작한 방법의 역순으로 여행을 끝냈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2박 3일이었다. 그리고 급하게 준비한 여행이었다. 그럼에도 결과는 대성공, 대만족. 정확히 무슨 이유에서였을까? 니스가 좋은 곳이어서? 파리에 와서 한 첫 여행이어서? 지금까지 한 유일한 여행이라?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해서? 맛있는 음식을 먹어서? 모든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행복했던 것이겠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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