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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리쓰 Sep 11. 2019

니스 여행 (2): 에즈 빌리지, 열대 정원

시앙스포 교환학생 일기 #6

에즈 빌리지에 다녀온 니스 여행 2일 차. 아침과 저녁은 니스에서 보냈기 때문에 오롯이 에즈 빌리지만 여행한 날은 아니었다. 친구나 언니는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내게는 여행한 3일 중 가장 행복한 날이었다. 온전히 니스에서 눈을 뜨고 니스에서 눈을 감는 날이었어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아침과 저녁을 니스 해변에서 보내고 친구와 밤바다를 구경하며 나눈 깊은 이야기도 한몫한 것 같다. 새로운 인연과 맺는 즐거움이 있는 만큼 각자 바쁜 일상 때문에 잠시 소원해졌던 친구와 다시 끈끈함을 확인하는 즐거움도 크다고 생각했다. 행복했던 2일 차의 기억이 사라지기 전에 얼른 기록해두려 한다. 


1. 니스에서의 점심: Olive & Artichaut

오늘의 점심은 어제 공항에서 예약해둔 곳에서 먹기로 했다. 니스에 여행 간다고 인스타그램에 올리자 디엠으로 친절하게 본인이 다녀왔던 맛있던 곳을 소개해준 한 언니 덕분에 바로 예약을 했던 곳이었다. 후, 결론부터 말하자면 정말 너무 맛있게 먹은 곳이었다. 파리에서는 외식 물가가 워낙 비싸기도 하고 식단 조절도 해야 하기 때문에 식료품에서 간단한 음식을 사 먹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여행이기도 하고 니스에는 맛집도 많다는 말을 많이 들었기 때문에 여행 온 동안은 가격이나 몸무게 생각 안 하고 맛있는 것을 많이 먹어야겠다는 다짐을 친구와 언니와 한 터였다. (이런 면에서도 잘 맞아서 다행이다. 쓸 땐 쓰고 아낄 땐 아끼는 사람들!) 가는 길에 니스 해변가에서 본 것은 철인 3종 경기의 뜨거운 열기. 정말 뜨거운 열기였다... 활기찬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이런 프랑스의 레스토랑에서는 메뉴판이 총 3개가 나온다. 애피타이저와 메인 플레이트 등이 써져있는 메뉴판 한 개, 주로 와인 소개가 되어 있는 음료 메뉴판 한 개, 그리고 다 먹을 때쯤 주는 디저트 메뉴판 한 개. 식전 빵도 나온다는 사실을 깜빡하고 애피타이저에 메인 플레이트 3개를 시킨 우리는 양에 깜짝 놀랐지만 다 먹었다. 애피타이저로는 처음 도전하는 푸아그라와 무화과잼이 나왔다. 이와 함께 내가 먹어본 것 중 가장 바삭한 바게트가 나왔다. 적당히 짭조름한 푸아그라와 달콤한 무화과잼, 그리고 따뜻하고 바삭한 바게트의 조화는 잊을 수가 없다. 또 먹고 싶다! 이 외에 살라미(하몽이었나)가 올라간 특이한 리소토, 생선요리, 그리고 소고기 스테이크는 실패할 수 없는 메인 요리였다. 오는 길에 본 다른 디저트 집에서 디저트를 먹을까 고민하던 차에 디저트 메뉴판을 보고 그냥 여기서 먹기로 암묵적 합의를 했다. 퐁당 쇼콜라 같은 비주얼을 가진 초콜릿 케이크와 밀푀유는 최고였다. 


이 곳을 소개해준 시원 언니께는 무한한 감사를 보낸다! 프랑스어로 된 메뉴판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어떤 요리가 나올지 100% 예상할 수는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기다리는 즐거움도 더 컸다. 예상한 비주얼과는 다른 음식이 나와도 너무 맛있고 새로웠다. 

먹어보기 전까지는 모르는 초콜릿 박스의 각기 다른 초콜릿처럼! 
리조또와 생선 요리.
왼쪽에 보이는 것은 거대한 빵. 진짜 빵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친구 말로는 빵 냄새가 난다고 한다.
순서가 뒤죽박죽이지만 안에 초콜릿이 흘러나오는 디저트와 푸아그라/무화과 잼.
부드러운 스테이크와 밀푀유 디저트.


2. 니스에서 82번 버스를 타고 에즈 빌리지로

에즈 빌리지까지는 기차를 타고 가지 않아도 되었다! 82번 버스를 타니 약 20-30분 만에 에즈 빌리지 정거장에 도착한 버스. 내리자마자 든 생각은, 생각보다 작은 곳이라는 것이었다. 생각보다 오밀조밀 모여있는 '빌리지'에 예쁘고 작은 상점들이 있었다. 열대 정원 (jardin exotique)이 높은 곳에 위치하고 있었기 때문에 가는 길에 다양한 상점과 갤러리들을 구경하는 즐거움이 있었다. 처음 들어갔던 곳은 Fragonard. 나보다 프랑스에 대해 훨씬 잘 아는 친구 왈 에즈 빌리지는 향수로 유명하다고 했다! 그래서 쓱 둘러보고 다시 위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3. 에즈 빌리지 열대 정원

여기서 가장 신났던 일은 파리에서 아무리 돌아다녀도 찾지 못한 마음에 쏙 드는 재킷을 찾았다는 것!!! 나와 쇼핑 취향마저 은근 비슷한 친구랑 나는 홀린 듯이 재킷을 하나씩 샀다. 우리보다 절제력이 대단한 언니는 잘 참았지만. 또 기억에 남는 상점 하나는 mandarine 향 콘셉트의 상점. 이탈리아에서 유명하다는 리몬첼로라는 술에 만다린 오렌지 향이 첨가된 리몬첼로, 뉴텔라에 만다린 향이 첨가된 스프레드, 각종 잼 등을 파는 이 곳은 밖에서부터 향긋했다. 특히 리몬첼로는 사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지만 짐이 될 것 같다는 생각에 겨우 참았다! 물론 지금 생각하면 작은 통이라도 사 올걸 후회가 조금 되긴 하지만 이탈리아 가서 리몬첼로를 꼭 구입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애써 아쉬움을 집어넣었다. 


에즈 빌리지의 열대 정원은 선인장뿐만 아니라 다양한 특이한 식물들이 있는 정원이었다. 정말 작은 폭포도 있었고 위에서 본 해안가는 절경이었다. 엄청난 감동이 있는 광경이었다기보다는 아기자기해서 귀엽고 예뻤던 광경. 위에 있는 성당에 들러 내부도 들러보았다. 내려오는 길에 예쁜 갤러리까지 구경하고 오래 머무르지는 않은 채로 내려왔다. 


4. 니스에서의 일몰

다시 같은 버스를 타고 니스로 돌아왔다. 오는 길에 언니는 모나코/에즈를 기억하기 위한 기념품을 사기도 했다. (이 언니는 배지를 여행 가는 모든 곳에서 모은다고 했다. 나도 그런 장소들을 기억할 만한 물건이 있으면 좋을 텐데, 아직 적절한 것은 안 떠오른다.) 다시 해변가로 걸어가는 길에 발견한 waley's의 bubble waffle은 우리의 이목을 끌기 충분했다. 홍콩 와플처럼 생긴 와플에 뉴텔라 바나나 소스에 생크림 듬뿍, 그리고 레몬 아이스크림은 달달하고 맛있었다. 점심에 인당 40유로 가까이 썼기 때문에 저녁은 조금 가볍게 먹기로 한 우리. 근처 까르푸에 가서 냉동 볶음밥과 치킨 너겟, 그리고 청포도를 사서 짐을 숙소에 두러 갔다. 


숙소에 짐을 두고 노을 지는 니스 해변가에 갔다. 노을 지는 해변은 절대로 포기할 수 없다는 생각에 지친 몸이었지만 이끌고 나갔다. 결론은 대성공. 너무 아름다운 남색, 파란색, 주황색, 빨간색이 섞인 노을과 노을이 완전히 지기 전까지 노을가에 앉아서 20-30분 정도 나눈 수다. 절대 잊히지 않을 것 같다. 대자연 앞에서, 그리고 타지에서는 내면의 이야기가 조금 더 술술 나오나 보다. 신나서 예쁜 사진들을 찍은 뒤에 앉아서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면서 수다를 떨었다. 


생각한 것보다 나와 비슷한 고민들을 하고 있던 친구. 특히나 고민이 없을 것만 같았던 친구였기 때문에 조금 놀라기도 했지만 공감되는 생각들 덕분에 내 이야기도 더 술술 나왔다. 얼마나 도움이 되었을지는 모르겠지만 조금이라도 친구의 마음이 편해지거나 자존감이 올라가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했다. 끊이지 않고 해결되지 못하는 고민, 그리고 자신이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동경. 이건 누구나에게 다 있는 고민인가 보다. 이런 생각들을 많이 하려고 왔는데 생각보다 즐겁고 복작거리는 파리의 상황 속에서 깊은 고민이 살아나지 않았다. 친구 덕분에 잠시나마 다시 내면 속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생겼어서 고마웠다. 물론 다시 숙소로 돌아가서 친구와 언니에게 요리를 해주는 과정에서 이런 고민은 사라지고 즐거움만 남았지만. 그런 깊은 생각을 공유한 덕분에 여행이 더 알찬 기억으로 남을 수 있는 것 같다. 

여담이지만, 나는 하늘이 너무 좋다. 하늘이 좋고 일몰 직전의 노을이 진 하늘은 더 좋다. 노을이 모두 진 뒤의 밤하늘도 너무 좋다. 서울에서 우스갯소리로 하던 말 중에 좋은 날씨와 하늘이 있는 곳에서 예쁜 옷을 입으면 평생 행복할 것 같다는 것이 있었다. 예쁜 하늘과 날씨를 즐기며 나름대로 예쁜 옷들을 입고 즐긴 이번 여행은 그런 의미에서는 백점 만점에 백점. 파리에 온 뒤로 단 한 번도 반나절 이상 하늘이 흐린 적이 없었다. 이런 게 행복이겠지. 

좋은 날씨에 좋은 옷을 입으면 그런 게 행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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