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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리쓰 Sep 04. 2019

파리 여행: 로댕 박물관, 봉마르쉐 백화점, 에펠탑

시앙스포 교환학생 일기 #3

여유를 찾기 위해 온 파리. 생각보다 여유는 쉽게 찾았고 아직까지 맑은 날씨만 지속된 덕분인지 기분 상태도 최고조를 유지 중이다. 주변에 적당한 수의 친구나 한국인이 있고, 또 적당한 수의 외국인 친구들과의 새로운 교류도 있었다. 그 어떤 관계도 과하게 옭아 매지도, 느슨해서 외롭게 하지도 않는다. 손 닿을 거리에 있는 친구들, 하지만 마음만 먹는다면 온전히 스스로와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인 이 곳이다.


파리는 작다. 작다는 말은 익히 들었기 때문에 놀랍지는 않다. 그렇기 때문에 장점은 마음껏 걸을 수 있다는 점이다. 핑계라면 핑계지만 바쁜 한국의 생활에서는 여유롭게 1시간 이상 걷는 것조차 시간을 내기가 아까웠다. 기껏해야 통학할 때 지하철 역 환승할 때와 버스 탈 때 걸은 정도. 여기서는 말 그대로 발 닿는 대로 걷는 시간이 많아졌다. 너무나도 소중한 시간들로 다가온다. 발 닿는 대로 걸으면서 예쁜 상점에 들어가 구경도 하고, 잠시 멈춰 서서 파란 하늘의 하얀 구름들도 구경을 한다. 더군다나 학교가 위치한 생제르맹 거리가 있는 7구는 예쁘고 안전하면서도 번화한 거리이다. 조금만 걸으면 웬만한 게 다 30분 거리 안에 있는 곳이기 때문에 수업 직전에 돌아다니기도 용이하다.


이렇게 여유롭게 걷는 것을 좋아하다가도 친구를 만나면 나름의 계획은 세우게 된다. 파리에 온 지 3일째 되던 날, 에펠탑을 보러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함께 한국에서 온 친구에게 연락을 했다. 노을질 시간에 에펠탑을 보러 가지 않겠냐고. 그러자 친구가 '그렇다면 오후에 로댕 박물관/피카소 박물관/패션 박물관 중 한 군데에 함께 가줘!'라고 말을 했다. 하루 전날 푹 쉬어서 에너지가 충분한 나는 단번에 좋다고 대답하였고 우리는 그중에서 로댕 박물관에 가게 되었다. 이유는 에펠탑과 가깝기 때문이었다. 나는 파리에 로댕 박물관이 있는 줄은 몰랐다. 각종 박물관과 미술관이 있음은 들었지만 자주 듣던 루브르, 오르세, 오랑주리 등의 이름은 아니었다. 하지만 우리에게 <생각하는 사람>으로 유명한 로댕을 테마로 한 박물관은 건물 자체도 너무 아름다웠고 앞뒤로 있는 정원도, 안의 다양한 미술 작품들도 우리의 마음을 사로잡기 충분했다.


로댕 박물관에는 사람을 너무나 완벽하게 묘사해놓은 로댕의 조각상들과 그림들이 위주로 전시되어 있었지만 로댕이 소장하고 있다가 죽을 때 기부한 고흐나 르누아르 등 다른 화가들의 작품도 몇 점 있었다. 박물관 건물로 들어가기 전의 정원에서 만날 수 있는 <생각하는 사람>은 파란 하늘과 구름을 배경으로 벅찬 감정을 전달해주었다. 그리고 로댕이 작업을 하던 호텔이 박물관 건물이었는데, 건물 안에서 바라본 뒤의 정원은 가히 아름답다고 말할 만했다.

<입장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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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댕 박물관을 다 둘러보면서 우리는 즉흥적으로 니스로 여행을 가기로 마음을 먹었다. 니스 여행을 가야겠다고 마음을 먹으니 친구가 하는 말은 '그럼 우리 하늘하늘한 원피스를 사야 하지 않을까?'였다. 예쁜 원피스도 원피스고, 한국에서 옷을 많이 가져오지는 못해서 이래저래 쇼핑을 하긴 해야 하는 나는 공감했다. 함께 쇼핑 스케줄을 이리저리 맞춰 보았지만 그다음 주는 개강하는 주였기에 여행 계획을 짠 주말 전에 공통적으로 나는 시간이 없었다. 그러자 친구는 에펠탑 가기 전에 지금 당장 쇼핑을 가는 것을 제안하였고, 우리는 곧바로 주변에 쇼핑몰이 없는지 찾아보았다. 그렇게 두세 군데를 가보았지만 일요일이라 닫거나 너무 작은 규모인 곳들이 많았다. 그다음 발견한 곳은 봉마르쉐 백화점이었다. 파리의 3대 백화점 중에서는 가장 저가인 편이라고 하지만 짧은 시간에 막 골라서 사기에는 가격대가 충분히 있는 백화점이었다. 그럼에도 구경하고 볼거리는 충분했다. 파리의 백화점들은 보통 안에가 뻥 뚫려서 에스컬레이터가 있고 이를 빙 둘러서 브랜드들이 입점해있다고 한다. 여기뿐만이 아니라 내부가 번쩍번쩍하기로 유명한 라파예트 백화점 또한 그렇다고 한다. 아직은 안 가봤지만 곧 가봐야겠다. F/W 옷 컬렉션뿐만 아니라 작은 팝업스토어 등에서 감각적인 구경거리를 발견했고 기억하고 싶은 색감이었기에 사진으로 남겨두었다.

백화점을 다 둘러본 뒤에 일몰을 1시간 정도 남겨두었을 무렵 우리는 에펠탑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친구 왈, 관광하러 온 사람들은 에펠탑을 사진에 더 잘 담기 위해서 센 강 건너의 역 근처의 스폿에 간다고 한다. 하지만 파리에 사는 친구들은 보통 에펠탑 앞의 샹드막스 공원에 가서 수시로 피크닉을 즐긴다고 한다. 뒤풀이로 피크닉을 가는 경우도 많다고 할 정도로 높은 외식 물가 속 대체재가 피크닉인 것 같다. 우리도 근처 monoprix에 들러서 청포도, 망고 스무디, 파스타 박스, 초코 크래커 등을 사서 샹드막스 공원에 가서 자리를 잡았다. 일몰을 30분 정도 앞두고 공원에 자리를 잡았는데 그때부터 해가 완전히 진 9시 정도까지 에펠탑의 천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물론 하늘의 색이 바뀐 것이긴 하다. 이토록 다양한 색깔을 보여준 하늘에 감사했다.


노을지기 시작할 무렵에는 아직까지 파란 하늘에 주황, 노랑 하늘이 보였고 약간 남아있던 먹구름과 어우러진 조화는 최고였다. 어느 정도 노을이 지고 나서는 보라, 주황, 핑크색 하늘을 볼 수 있었고 넘어가기 직전에는 남색과 주황색이 조화를 이룬 하늘을 볼 수 있었다. 그 하늘과 노란색 불이 들어오기 시작한 일명 '옐로 에펠'은 너무 예뻤다. 사진으로 보는 것보다도 가까이서 볼 때 그 감동이 오롯이 전해졌다.

천천히 발걸음이 닿는 대로, 또 기회가 닿는 대로.

사실상 에펠탑을 보러 간 날 나비고를 처음 구입했기 때문에 나로서는 첫 번째 파리 나들이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한 번 구글 지도를 보면서 버스도 타고 RER, Metro 다 타보니 파리 시내를 돌아다닐 자신이 생겼다. 참고로 나는 나비고 montly pass를 구입했는데 카드값은 5유로, 한 달 충전 값은 75유로였다. 매달 1일부터 계산이 되기 때문에 말일쯤에 가서 충전을 하는 게 1일의 긴 줄을 경험하지 않기 위해선 현명하다는 팁도 들었다. 유럽여행을 하면서 파리에 5-6일 정도 머무르는 게 아니라 여기에 최소 4개월은 살 생각으로 온 것이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마음 급하게 많은 명소 곳곳을 돌아다니지는 않았다. 천천히, 발걸음이 닿는 대로, 또 기회가 닿는 대로 많은 것들을 보러 다니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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