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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형원 Nov 07. 2019

삶이라는 사막에서 별을 따라 걷는다는 것은

 <사하라를 걷다> 프롤로그

파올 클레의 전시에 갔다가

우연히 한 그림을 보고

한참을 그 앞에 멈춰 서 있었다.

낙타가 혹 위에 별을 달고

사막을 걸어가는 그림이었다.


그 그림을 보면서 나와 내 삶이

저 낙타와 사막 같다고 생각했다.

낙타는 태어날 때부터 무거운 혹 위에

꿈이라는 별 하나만 달고서

아무것도 없이 홀로 끝없는

사막을 걸어간다.

사륜차나 비행기로 쉽고 빠르게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언제 끝날지 모르는 사막을 아주 천천히, 힘들게 걸어 나간다.

그것 말고는 달리 할 수 있는 것도

없으니까.


그때부터였다.

힘이 들 때면 늘 이 그림을 떠올렸다.

그러면 신기하게도 마음이 조금이나마

위로받는 것 같았다.


그렇게 스스로를 위안했다.

저렇게 별을 따라 걷다 보면

언젠간 사막을 모두 건너게 될 거라고.

사막만 건너면 지금의 힘든 시간도 모두

끝날 거라고.

그때부터는 인생에 꽃길만 펼쳐질 거라고.


하지만 사하라 사막을 걸어서

여행한 이후로 똑같은 그림이

이제는 다르게 보인다.

사막은 인생에서 지나가는

어느 특정한 구간이 아니었다.

삶. 그 전부였다.



사막의 끝은 생의 끝인 셈이었다.

그러니 벌써 사막이 끝났다고

마냥 기뻐하거나 좋아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사막은 결국 우리가 죽을 때까지

건너야 하는 인생이었다.


그림이 다르게 보이기 시작하자

동시에 다른 희망이 생겼다.

따라 걸을 수 있는 별 하나만 있다면

단조롭고 삭막해 보이기만 하는 사막도

형형색색으로 아름답게 펼쳐지지 않을까?


그렇게 보니 사막을 건너고 있는 저 낙타가

더 이상 불쌍해 보이지도,

불행해 보이지도 않았다.

오히려 행복하고 자유러워 보였다.

누군가가 얹어준 짐이 아닌

자신만의 짐인 혹 위에

오직 별 하나만 얹고,

낙타 몰이꾼이 당기는 줄에

끌려다니지 않고

온전히 자신의 네 발로 사막을

걸어가고 있는 낙타가.


삶이라는 사막에서

우리는 늘 타는 듯한 갈증에 시달린다.

이 갈증 때문에 발을 헛디딜 때도 있지만,

어둠 한가운데서 고개를 들어

별을 찾을 수 있는 용기도 준다.

온 세상이 빛날 때는

자신의 실체를 감추다가

정작 어둠이 찾아오면

그제야 하나둘씩 제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 별이니까.


그렇게 나타난 수많은 별이 모여

은하수가 되고,

사막의 하늘에 반짝거리는 길을 낸다.

누구나 인생이라는 사막을 건넌다.

그저 어떻게 건너는가에 달린 일이다.

스쳐가든, 지나가든, 사막의 안으로

들어가든 각자의 일이다.


좀체 자신을 허락하지 않는 사막이지만

나는 아주 오랫동안 시간을 들여

사막 안으로 들어가려고 노력 중이다.

나의 리듬으로, 사막의 리듬으로..,


언젠가는 사막의 하늘 위에 반짝이는 별이 될 수 있기를 기도하며.



또 희망해본다.

당신의 삶에는 사막이 아닌

꽃길만 펼쳐지기를.

혹여 그렇지 않더라도,

언제든 따라 걸을 수 있는 별 하나를

항상 혹 위에 지니고 있기를.

그리하여 누구보다 아름다운 사막을

걸을 수 있기를.

그렇게 걷다 보면 우리도 언젠가는

별이 되어 은하수에서 만나게 되지 않을까?


사하라 사막 밤하늘의

반짝이는 별처럼 빛나는 우리 모두에게

이 책을 바친다.


2019. 주형원


<사하라를 걷다> 프롤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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