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주형원 Nov 17. 2019

기도는 늘 원하는 때에 이뤄지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기도해야 하는 이유  

2017년 1월. 사하라 사막에서 떨어지는 별똥별을 보며 간절한 소원을 빌었다.


“두 번째 책을 낼 수 있게 해 주세요.”


그 후로 일 년이 지나 다시 사하라에 돌아왔다. 여전히 두 번째 책을 내기란 불가능해 보였다. 어떤 출판사도 그리 잘 팔리지 않았던 첫 번째 책을 낸 저자의 책을 극심한 출판 불황 속에 내려고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일 년 전 떨어지는 별똥별을 보며 빌었던 간절한 소원. 아니 기도는 결국 이뤄지지 않았다.


하지만 사막 트레킹 중에도 열심히 사진을 찍고 여행의 기록을 남겼다. 브런치 위클리 매거진에 응모해야겠다는 새로운 꿈이 생겼기 때문이다. 무거운 카메라를 종일 어깨에 메고 뜨거운 사막을 걸어서인지 돌아와서 한 달 가까이 등과 어깨의 극심한 통증에 시달렸다. 그렇게 한 달 동안 회사 끝나면 집에 돌아와 저녁마다 사막에서의 사진과 기록을 가지고 글을 썼다. 그때만이 사하라 사막에서 맛보았던 광활함과 자유로움을 경험하고 돌아와 다시 좁은 지하철로, 사무실로, 집으로 향하던 내 일상에서 잠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었다.


그렇게 한 달을 보냈을까. 브런치 위클리 매거진에 지원했지만, 한참 동안 대답이 없었다. 탈락했나 보다. 좌절하고 또 그러면서도 완전히 좌절할 수는 없었기에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매일 같이 하루에도 몇 번씩 메일을 확인했다. 혹시 스팸으로 가서 못 보지는 않았을까 싶어 스팸함도 꼬박꼬박 확인했다. 그렇게 한 달이 또 지나고 거의 두 달 가까이 돼서야 답변이 왔다. 축하한다는 제목을 보고 그제야 안도를 했었다. 출간을 희망하는 파트너 출판사는 없지만 브런치 매거진 연재는 다음 달부터 시작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렇게 연재를 시작하고 뜨겁고 벅찬 삼 개월을 보냈다. 연재 날인 목요일이면 시차로 인해 브런치 알람으로 새벽부터 깼지만, 한 번도 그 알람을 끄지 않았다. 직장인이면 아마 공감하겠지만 한 주 중 목요일이 제일 힘들다. 주말의 희망도 아직 다가오지 않았고, 지난 삼일로 이미 에너지는 다 소진했기 때문이다. 그 어둡고 우울하던 목요일이 연재를 시작하고는 일주일 중 제일 행복한 하루가 되었다. 목요일에는 그 어느 때보다 살아있는 느낌이 들었다. 회사원이 아닌 꿈 꾸는 나로. 의무로 해야 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면서 말이다.




내 브런치 연재는 조용한 응원 속에 끝났다. 그래서 출판사의 아무런 연락을 받지 못했어도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오히려 연재가 끝나고 내 위클리 매거진 매니저님이셨던 장미나 매니저님이 출판사들에게 출간 재검토 여청을 하겠냐고 내 의사를 물어봤을 때, 난 남편에게 푸념처럼 늘어놓았다.


“아무도 관심 없을 텐데... 왜 해?


아무런 희망도 깃들어 있지 않은 나의 말에 남편은 펄쩍 뛰었다.


“무슨 말이야. 재검토를 요청해주신다니 당연히 한다고 해야지. 중요한 건 끝까지 해보는 거야. 되고 안 되고는 그다음 문제야.”


난 늘 희망을 말했지만 희망을 온전히 믿지 않았고, 남편은 나처럼 희망을 노래하지는 않았지만 나보다 더 깊이 희망을 믿었다. 사랑도 마찬가지였다. 매번 나는 입으로만 사랑을 말했지만, 남편은 매 순간 사랑을 행했다.


“괜히 그분들 시간 낭비 아닐까?”


“무슨 말이야. 고맙게도 해주신다고 제안하는 거잖아. 네가 잃을 것도 없는데 왜 안 하려고 하는 거야?”


남편은 잃을 게 없다고 했지만 나에게는 많았던 거 같다. 얄팍한 자존심 그리고 거절당하면 받게 될 상처. 이미 끝난 일이라고 생각했다. 별똥별을 보고 빌었던 소원이 일 년 동안 이뤄지지 않았었기에, 이뤄지지 않을 거라고 쉽게 단정했던 것처럼 말이다. 그럼에도 남편의 말을 듣고 장미나 매니저님께 재검토 요청 답신을 드렸다. 내 마음의 불신을 반영해서일까? 내 메일은 원인불명의 이유로 글자가 다 깨져서 매니저님에게 갔다. 아마 나라면 이상한 메일을 보냈다고 하며 여기서 그냥 뒀을 것이다. 하지만 장미나 매니저님은 고맙게도 다시 메일을 주셨다.


그리고 나 역시 여전히 믿지는 않으면서도 다시 요청을 드렸다. 기대가 없었기에 기다림도 없었다... 고 말하면 거짓말이다. 나는 ‘에이 어차피 안 됐을걸’이라고 하면서도 매일 기다렸다. 희망은 끝까지 포기하지 못하기에 잔인하다고 생각하며. 그러다 더 이상 기다릴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을 때. 기적처럼 한 출판사에서 연락이 왔고, 며칠 뒤 또 다른 출판사에도 연락이 왔다. 그리고 한 달 전 이제 막 인쇄된 따끈따끈한 책을 안아볼 수 있었다. 브런치 매거진 장미나 매니저님이 출간 재검토 요청 제안 메일을 보낸 날짜로부터 정확히 일 년 후였다. 




나는 간절히 기도를 했고, 그 기도는 이뤄졌다. 하지만 이 과정 중에 그 기도가 이뤄질 것이라고 얼마나 믿었을까? 늘 의심하고 믿지 않았던 이유는 단 하나였다. 기도가 내가 원할 때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 성격이 급하고 항상 조바심을 내는 나는 늘 내가 원하는 일이 빨리빨리 이뤄지기를 바란다. 부끄러운 말이지만, 기도도 하다가 중간에 “왜 안 들어주세요?”라는 원망으로 변할 때도 수없이 많다.


하지만 얼마나 많은 기도가 내가 원할 때가 아닌 전혀 생각지도 못할 때 이뤄졌던가! 그리고 내가 원하는 때,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이뤄지지 않아 결과적으로는 훨씬 더 잘 되었을 때가 얼마나 많았던가. 그래서 이제는 이렇게 기도하고 싶다.


“당신이 원할 때 이뤄지게 해 주세요.”


인생은 나의 계획대로 되지 않을 때 훨씬 더 멋진 일이 일어나고는 했다. 지금 이 순간도 계획대로 되는 건 아무것도 없지만. 그럼에도 믿어본다. 그래서 훨씬 더 멋진 일이, 예상치도 못할 때 일어날 거라고.


*** 예스 24에서 <사하라를 걷다>가 2019년 사랑받은 에세이로 선정되었습니다. 예스 24에서 제 책을 포함하여 3만 원 이상 구매 시 예쁜 2020년 다이어리를 연말까지 주는 이벤트가 있다고 하니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




http://www.yes24.com/Product/Goods/80476075?Acode=101














작가의 이전글 깊은 가을밤을 빛낼 생텍쥐페리의 아름다운 글과 사진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